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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값은 나의 위치가 결정한다.

새로운 사람, 새로운 경험, 새로운 생각을 하게 된 날

by RoyaltyProg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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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을 10년처럼 살아냈고, 또다시 다음 1년을 시작했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 밀도 있게 쓰든, 의미 없이 흘려보내든 결국 같은 속도로 지나간다.

나는 올해도 ‘10년처럼 살아야 한다’는 부담을 품은 채 묵묵히 하루하루를 견디고 있다.


오늘도 어김없이 난 주말에 외박을 나왔다.

한 통의 콜드 메일이 인연이 되어, 케임브리지 수학과를 졸업하신 분을 만나게 되었다.

아침 9시에 만나 오후 3시까지, 꽤 긴 시간 동안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고 느꼈다.

그와 나는 분명히 ‘다른 시간’을 살아온 사람들이었다.



누군가는 같은 시간을 창업 구상에 썼고, 누군가는 미래를 걱정하며 학업에 매진했다.

그가 걸어온 길과 나는 달랐고, 그만큼 생각도 달랐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오늘의 대화는 다르게 느껴졌다.


나는 평소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을 좀처럼 만나지 못했다. 대부분의 대화는, 결국 내 생각을 지키기 위한 방어전이었다.


그런데 그는 아니었다.


그는 자신의 생각을 강요하지도, 내 생각을 평가하려 들지도 않았다.

그의 말에는 여유가 있었고, 태도에는 강요가 없었다.

내가 처음 마주한 유형의 사람이었다.


물 한 병도 파는 장소에 따라 가격은 상이하다,

학교 매점, 편의점, 사막, 콘서트장마다 물의 가치는 완전히 달라진다.

세상도 마찬가지다.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나의 가치도 달라진다.



어떤 곳에선 나는 ‘잘난 척하는 건방진 녀석’이었을지 모른다.

다른 어딘가에서는 ‘부단히 노력한 특별한 학생’으로, 또 다른 곳에서는 ‘차기 스티브 잡스’라는 말까지 들었다.

그래서 누군가는 나에게 억대 연봉을 제안하고, 다른 누군가는 내 진심을 왜곡하고 비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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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가지 일로 인해 나는 ‘사람’이라는 존재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그런 심란한 시기에 그와의 만남은 내게 하나의 전환점이 되었다.


당장 날 비난하는 사람들이 있어도, 다른 어딘가에서는 내 노력을 인정하고 응원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그 사실만으로도 마음이 꽤 편해졌다.


한 선생님이 내게 이렇게 말씀하신 적이 있다.


세상은 좋은 사람들이 나타나면서 좋아질 거야.

네가 노력하고 착하게 살아가다 보면,
무언가 알 수 없는 힘이 너 같은 사람을 결국 좋은 사람들과 만나게 해줄 거야.




그때는 단지 낙관적인 위로라고만 생각했다.

그저 그런 "잘될 거야"라는 위로에 말과 같은 상투적인 표현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요즘, 문득 생각해본다.

내가 너무 성급하게 세상을 판단해온 건 아니었을까?

사실은, 내 삶의 지혜가 부족했던 건 아닐까?


오늘의 만남은 예전에 누군가를 처음 만났을 때를 떠올리게 했다.

나의 예상보다 세상에 좋은 사람들은 많았고, 나를 진심으로 위해주고 응원해주는 사람들도 분명 존재했다.

세상은 그렇게 간단히 무너져 내리는 곳이 아니었다.

인생은 긴 강화학습의 연속이고,

길이 없어 보일 때조차 길을 찾아가는 과정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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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난, 여전히 치열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오늘의 대화는 내게 새로운 여백을 남겼다.

그 여백은, 앞으로 내가 마주할 사람들과 나눌 또 다른 진심을 위한 공간이 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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