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

by Leeyoon

나는 파란색을 좋아한다.

하지만 이 그림을 좋아하는 이유는

단지 파란색이어서가 아니다.

네덜란드에 갔을 때

Van Gogh Museum에서

이 그림을 직접 보았다.

사진으로 알던 파랑과는 달랐다.

거기에는 색보다 먼저 느껴지는 무언가가 있었고,

공기가 있었고,

아주 느린 봄이 있었다.

나는 그 앞에 오래 서 있었다.

숨을 고르듯, 눈을 깜빡이듯.


고흐는 슬픈 사람이었다.

불안했고, 자주 무너졌고,

자기 자신과 오래 화해하지 못한 사람이었다.

그래서 나는 자꾸 묻게 된다.

어찌 이런 그림을 그렸을까.

아몬드 꽃은 아직 추위가 남아 있을 때 핀다.

완전히 따뜻해지기 전

봄이 올 거라는 확신도 없는 시기에

먼저 몸을 내민다.

고흐는 그 순간을

가장 깊은 파랑 위에 올려놓았다.

삶이 그를 계속 밀어냈는데

그는 끝내 피어나는 장면을 선택했다.

그가 가진 예술성

그가 품고 있던 슬픔

잠들지 못한 불안

그리고 끝내 닿아버린 마지막 절망까지

나는 그 모든 것을 함께 좋아한다.

밝은 색만이 아니라

무너진 밤들까지

사랑받지 못했던 시간들까지

그래도 계속 그리던 손의 떨림까지

고흐의 그림에는

위로가 먼저 오지 않는다.

대신 정직함이 있다.

살아 있는 동안 겪어야 했던 모든 감정이

숨김없이 남아 있다.

그래서 그의 꽃은 예쁘기 전에 아프고

그의 하늘은 넓기 전에 외롭다.

그런데도 그는

봄을 포기하지 않았다.

자신은 점점 어두워지는데

세상에는 빛을 남겼다.

나는 이 그림에서

고흐 안에 남아 있던 희망과 사랑을 본다.

세상이 자신을 돌보지 않아도

세상에 무엇인가를 건네려 했던 마음

자신은 아팠지만

아름다움만은 포기하지 않았던 사람의 태도

그래서 이 그림이 좋다.

파란 하늘 때문이 아니라

그 파랑 아래

조용히 버티고 있는 흰 꽃들 때문이다.

슬픔을 품은 채

끝내 아름다움을 놓지 않았던 사람

아마 나는

그 마음을 보러

그림 앞에 오래 서 있었던 것 같다.

‘Almond Blossoms(아몬드 꽃)’1890 Vincent van Gogh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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