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을 살아내는 공간의 중요성을 알게 된 것은 독일에서 맞이한 아침 덕분이었다.
아이와 내가 한 달 동안 지낸 곳은 한국인 부부가 거주하던 작은 다세대 주택이었다.
그들이 한국에 머무는 동안 일정한 금액을 지불하고 잠시 빌려 지낸 집이다.
한국에서의 나는 아파트에 살며 강의실이나 학교를 오가며 하루를 보냈다. 일하면서 아내로, 엄마로, 또 학생으로 살아가느라 늘 달리고 있었다. 수면은 부족했고, 해야 할 일들에 쫓기는 기분이 일상이었다. 누군가 뒤에서 따라오는 것처럼, 앞만 보고 그렇게 계속 달렸다.
그런데 독일에서 지낸 한 달 동안 살아가는 공간이 달라지자 하루의 리듬도 달라졌다.
떠나왔다는 해방감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매일 아침 해 뜨는 모습을 보고, 베란다로 나가 초록 잔디를 바라볼 수 있는 구조의 집은 자연스럽게 나를 멈추게 했다.
아침에 일어나 필사를 하고, 잠시 밖으로 나가 잔디를 바라보는 순간들은 마음속에 ‘여유라는 방’을 하나씩 만들어 주는 것 같았다. 그 방이 많아질수록 나는 조금 더 괜찮은 사람이 되어 가는 기분이 들었다.
그제야 왜 아버지가 ‘나중에는 산에 가서 살고 싶다’고 말하셨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공간은 삶의 속도를 결정하고, 그 속도는 결국 사람을 만든다. 삶에 멈춤이 필요한 이유도, 결국 다르지 않다.
비록 지금은 그곳에 있을 수 없지만, 돌아온 뒤 나는 내가 사는 공간을 이전보다 더 아끼고 소중히 대하게 되었다. 집을 조금 더 정리하고, 아침에 잠깐이라도 멈춰 서는 시간을 만들려고 한다.
독일의 그 집은 내 삶의 속도를 조절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고
공간을 대하는 나의 태도를 분명히 바꿔 놓았다.
명절로 분주해진 밤.
문득 독일의 그 집, 그 잔디, 그 아침이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