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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은이 지은 May 03. 2023

마스크

2022년 첫 번째 작문

신은 공평하다. 하나를 주면 반드시 하나를 빼앗는다. 간만에 구내식당에서 벗어나 맛집을 방문한 유난히 기분 좋은 점심이었다. 예상컨대 그 행복은 눈물을 흘리며 책상을 정리할 상황에 대비한 신의 위로였던 것 같다. 회사가 내린 사유는 부적응, 내가 내린 사유는 MBTI 오류. 서로 다른 사유를 안고 30살의 임마음은 해고를 통보받았다.


초창기 MBTI는 서로의 성향을 파악하는 단순 성격 검사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사람들은 점점 갈등과 궁합의 근거를 MBTI에서 찾기 시작했다. 완벽한 결혼 생활을 위해 MBTI를 1순위로 참고한 나의 부모님과 상극 MBTI와는 절대 일하지 않는 우리 언니가 대표적이다. 추세에 맞춰 각 기업에서는 갈등을 막고 일의 효율을 올리기 위해 MBTI로 부서를 나누기 시작했다. 기업이 획기적인 성장세를 이어가자 정부는 이를 모티브로 중학교 졸업 전 성격 검사를 받게 했다. 결과는 즉시 공장으로 전달되고 착용 시 성격이 적힌 홀로그램 가면으로 변하는 특수 고글로 제작된다. 고글이 집에 도착함과 동시에 평생 내 성격은 단 4글자로 정의된다. 프로그래밍된 가면에 맞춰 교육 과정도 전공도 직업도 정해진다. 그런데 고작 16살이었던 어린 임마음은 그 중요성을 알 리가 없었고 친구와 MBTI 결과지를 바꿔 제출했다. 그렇게 나는 INTP, 사교적인 논리가가 되었다. 결과지를 바꾸지만 않았어도 나의 가면에는 ESFJ가 띄워졌을 것이고 상극 중에 상극인 INTP와는 만날 일도 없었을 텐데. 내성적인 집순이인 척, 상상력이 풍부한 척, 매사에 이성적이고 무계획한 척하며 살지 않아도 됐을 텐데. 하지만 장난을 인정하기에는 겁이 많던 시절이었기에 맞지 않은 수업을 들을 때도 프로그래머가 돼서도 성격 가면 뒤에 가려진 지옥에서 끈질기게 버텼다. 성격은 환경에 따라 바뀔 수 있는 것이라고 믿었다. 그렇지만 내 MBTI였어야 할 그 삶에 부러움을 숨길 수 없었다. 아마 그 부러움이 갈등으로 나타났고 결국 해고의 원인이 됐으리라.


후회의 눈물도 잠시 좋은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그 길로 나는 새로운 MBTI 가면을 얻기 위해 고글 공장으로 달려갔다. 그때만큼 프로그래머였던 지난날이 감사했던 순간은 없었다. 가볍게 보안을 뚫고 마침내 가면 정보를 입력하는 기계를 발견했다. 아무도 없는 틈을 타 재빨리 ESFJ 고글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때 “거기서 뭐해요?” 이 한마디에 심장이 귀에서 뛰기 시작했고 눈앞은 아득해졌다. 솟구치는 아드레날린과 엄청난 집중 탓에 갑자기 들려온 물음에 나는 무방비했다. 그렇다고 이제 와 물러날 수는 없었기에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외쳤다. “오류가 생겨서 점검하고 있습니다! 곧 끝납니다.” “잘 됐네~ 요즘 기계가 이상해서 아주 골치 아팠거든. 잘 부탁합니다!” 멀어지는 발소리를 들으며 빠르게 손가락을 움직였다. 완성 직후 망설임 없이 고글을 썼다. 바라고 바라던 홀로그램 가면이 얼굴에 나타났고 나는 INTP가 아닌 ESFJ가 됐다. 하지만 기쁘기는커녕 기분이 묘했다. 이 두 성격 모두 오늘의 내가 아니었다. 해고의 충격으로 눈물을 흘릴 때는 감성적이었고 공장으로 달려올 때는 즉흥 그 자체였다. 모르는 사람에게 당차게 말을 할 수 있었을 때는 외향형이었고 판단은 이성적이었다. 수시로 변하는 내 성격은 하나로 제단 될 수 없는 거였다. 접었던 컴퓨터를 다시 켰다. 그리고 새로운 MBTI를 완성시켰다. 자랑스러운 내 이름으로 만들어진 4글자 ‘IMME’였다.




공부를 시작하면서 처음 썼던 작문인데요.

지금 보니 많이 날 것인 것 같기도 하네요!

여러분은 어떻게 읽으셨나요?


여러분께 궁금한 지은입니다!

Q. 이 글이 전하고 싶은 말이 잘 읽혔을까요?

Q. 어떤 부분이 가장 좋았고 어떤 부분이 가장 별로였나요?

Q. 이렇게 쓰면 더 재밌을 것 같은데~ 하는 글 잘 쓰는 팁이 있다면 언제든 남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Q. 남기고 싶은 말이 있다면 자유롭게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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