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하고 싶은데, 빅데이터/AI 공부하면 도움될까?
개발자 광풍과 빅데이터/AI
기업에서 빅데이터나 인공지능 분야 종사자들에 대한 대우가 점점 좋아지고 있다는 뉴스 기사를 많이 접하게 된다. 하지만 빅데이터/AI 분야 종사자뿐 아니라 흔히 말하는 개발자들 역시 좋은 대우를 받는 것을 말할 때 둘째가라면 서러운 직업이다. 많은 IT 기업들이 실력 있는 개발자를 찾는데 혈안이 되어 있고 그에 따라 개발자들의 몸 값은 치솟고 있다. 그런데 빅데이터/AI 종사자나 개발자 모두 프로그래밍 역량이 받쳐줘야 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그래서 몇몇 사람들이 개발자를 꿈꾸면서 빅데이터와 AI도 함께 공부하면 좋지 않을까 하는 고민을 하는 것을 종종 보게 된다.
난 개발자가 되고 싶은데, 빅데이터/AI도 공부하면 당연히 도움이 되겠지?
개발자라 함은 코딩도 잘해야 하고 어떤 프로그램이든 잘 짜야하니까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을 공부하면 자연스레 개발자로 커리어를 쌓아가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궁금증에서 나오는 질문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가 '개발자'라고 부르는 사람들과 데이터 분석가/과학자, 인공지능 전문가로 부르는 사람들은 모두 하는 일의 결이 다르다. 물론 빅데이터/AI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정말 많고 그 안에서도 세부 분야가 더 나뉘는 것처럼 개발자 역시 '개발자'라고 통칭하기에는 그 분야가 광활하다. 그렇기에 개발자 안에서도 본인이 어떤 분야를 개발하고 싶냐에 따라 이야기는 달라질 수 있다.
인공지능 분야에서도 개발자라는 단어를 곧잘 쓰곤 한다. 인공지능 개발자라는 이름을 붙여 인공지능을 만드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사실 인공지능은 딥러닝 모델을 목적에 맞게 하나하나 구축해 모델을 개발한다는 점에서 개발자라는 표현이 어느 정도 맞을 수 있다. 하지만 인공지능 분야도 모델 개발에 초점을 맞추는 분야만 있는 것은 아니다. 더욱이 인공지능 개발자가 아닌 다른 분야의 개발자라면 빅데이터/인공지능을 공부하는 것이 전혀 쓸모없을 수 있다. 코딩 내지는 프로그래밍이라는 공통 영역이 있기는 하지만 이 교집합을 제외한다면 사실 유사하다고 볼 수 있는 점이 거의 없다.
아니요, 개발자가 되고 싶다면 개발 역량에만 집중하세요!
이 세상에는 수많은 개발자가 있지만 보통 개발자라 함은 특정 프로그램이나 앱, 웹을 만드는 사람을 일컫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개발자들 즉, 앞서 말한 인공지능 개발자가 아닌 이상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관련 지식이 개발을 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는 경우는 많지 않다. 데이터를 다루는 사람이라면 보통 데이터를 통해 인사이트를 도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며, 인공지능을 다루는 사람이라면 딥러닝 모델을 구축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가진다. 하지만 개발자는 다르다. 개발자는 특정 프로그램이나 웹/앱이 정확하고 빠르며 오류 없이 작동되도록 만드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빅데이터/AI 종사자와 개발자들의 주된 목적이 다른 만큼 가져야 하는 역량도 자연스레 달라지게 된다. 아무래도 빅데이터/AI 종사자는 주어진 데이터를 해석하고 처리하는 방법, 딥러닝 모델에 대한 이해, 수학 혹은 통계학적 지식이 매우 중요한 역량이지만 개발자는 다르다. 무엇보다도 프로그래밍 역량 즉, 코딩을 잘해야 한다. 코딩을 잘한다는 것은 단순히 공부를 오래 한다고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같은 기능을 수행하는 코드일지라도 누군가는 더 빠르고 간결한 코드를 만들어 내지만 누군가는 그렇지 못하다. 이게 될까? 싶은 기능을 요구할 때도 누군가는 창의적인 방식으로 코드를 구현하지만 누군가는 그렇지 못하다.
개발자가 하는 코딩과 빅데이터/AI 종사자가 하는 코딩은 느낌이 많이 다릅니다.
개발자와 빅데이터/AI 직무를 묶어서 생각하려는 가장 큰 이유 중에 하나인 코딩에 대한 것 역시도 사실 많은 차이가 있다. 개발자들이 작업하는 코딩과 빅데이터 종사자들이 작업하는 코딩, 인공지능 업계 종사자들이 작업하는 코딩은 그 내용이 다소 상이하다. 빅데이터/AI 분야의 사람들이 하는 코딩은 대부분 머신러닝, 통계 분석, 데이터 전처리에 그 내용이 한정되어있다. 통계/수학적 알고리즘을 불러와서 데이터에 적용하는 내용이 그 대부분이다. 하지만 개발자들의 코딩은 느낌이 다르다. 개발 분야에 따라 다르겠지만 웹 혹은 앱의 구성 요소를 파악하고 올바른 위치에 원하는 디자인을 보여주어야 한다.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프로그래밍 혹은 코딩 역량만 두고 본다면 개발자들이 데이터 분석이나 인공지능 직군 종사자보다 훨씬 뛰어날 것이라 생각한다. 빅데이터/인공지능 종사자들은 대부분 데이터에 특정한 수학적 연산을 진행하는 것 정도로만 코딩을 진행해보기 때문이다. 기업 입사 시 필요한 코딩 테스트의 내용만 봐도 그렇다. 개인적으로 데이터 분석 분야의 코딩 테스트는 어느 정도 답안을 많이 작성해봤지만 개발 분야 코딩 테스트에는 많이 애를 먹었던 기억이 있다. 물론 이것이 코딩 역량의 차이가 아닌 분야의 차이에서 오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프로그래밍 자체에 대한 이해 능력이 개발자에게 더욱 많이 필요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프로그램/웹/앱 개발을 하며 빅데이터나 인공지능 역량이 필요한 경우가 얼마나 있을까요?
그리고 개발자를 꿈꾸면서 데이터와 AI를 공부하려는 사람들이 분명하게 고려해보아야 할 점이 하나 있다. 바로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분야의 지식을 습득하는 것이 얼마나 개발자 커리어에 도움을 줄까에 대한 문제다. 이에 대한 결론부터 먼저 이야기하면 사실상 데이터 분석 및 AI 역량은 거의 필요 없을 것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나 역시 개발 직군의 사람들이 작업하는 과정을 구경하며 사이트 내 특정 DB를 연동하거나 인공지능 기술 결과를 반영하는 일 등은 목격한 적이 있다. 하지만 그뿐이다. 이외에 데이터와 어느 정도 연관이 있는 작업을 하는 것은 본 적이 없으며 심지어 위에 서술한 작업들도 데이터 분야 지식이 없어도 괜찮은 경우가 많다.
물론 개인적인 수준에서 어떤 직군이든 빅데이터와 AI 생태계를 이해하는 것은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이 커리어 개발을 위해 반드시 공부를 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최근 마케터들에게 어느 정도의 데이터 이해 및 분석 역량은 굉장한 차별점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나는 마케터가 되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데이터 분석을 공부하라고 강요하고 싶지는 않다. 마케터가 되기 위해서는 마케팅을 먼저 잘 알아야 한다. 개발자 역시 마찬가지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개발자와 데이터 분석가, 데이터 과학자, 인공지능 개발자의 역할은 엄연히 다르며 커리어의 본질에 해당하는 역량을 우선적으로 쌓아야 한다.
데이터, AI에 관심이 있다면 개발자보다는
분석가, 과학자, 전문가라는 표현이 더 적합할 것 같습니다.
사실 개발자와 빅데이터, 인공지능이라는 단어가 많이 엮이게 된 것은 어느 정도 용어의 혼돈에 기인한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인공지능 분야에 한해서는 어느 정도 개발자라는 표현이 일리가 있는 것이기도 하고 코딩이라는 공통점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발이라는 용어를 너무 남용하다 보면 데이터, AI 분야에 가장 중요한 본질을 헷갈리기 쉽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분야에는 고유의 데이터 처리 방식과 머신러닝 기술, 비즈니스적 통찰력이라는 중요한 본질이 있다. 데이터 분석 분야에 개발자라는 이름을 들이밀 경우 이 본질이 오해받을 수 있다. 그렇기에 개인적으로 개발자라는 용어를 마구잡이로 사용하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만약 본인이 빅데이터/AI 쪽으로 커리어를 쌓아가고 싶다면 정확히 어떤 이름의 직무를 선호하는지 생각해보는 것이 좋다. 물론 직무의 이름에도 명확히 합의된 사항은 없지만, 적어도 본인이 하고 싶은 일에 대한 가이드라인 정도는 잡을 수 있을 것이다(https://brunch.co.kr/@8d1b089f514b4d5/20). 데이터 분야에도 엔지니어, 분석가, 과학자 등 다양한 직무 이름이 존재한다. 이 미묘한 차이를 이해할 수 있다면 본인이 어떤 커리어를 쌓아나가고 싶은지에 대한 감도 더 쉽게 잡을 수 있다. 그저 남들이 개발자라고 부르니까, 개발자가 광풍이니까 개발자를 꿈꾸기보다는 직무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커리어를 구상하기 바란다.
※ 평소 빅데이터/인공지능에 궁금한 점이 있어 답변을 원하는 내용이 있다면 공유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