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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더하기일 Mar 23. 2021

빅데이터로 취직하려면 꼭 대학원 가야 돼?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분석가의 학위 이야기

빅데이터라는 단어의 유행이 시작한 지 시간이 꽤 흐른 것 같다. 이제 빅데이터라는 단어가 우리에게 익숙해지면서 사람들의 빅데이터에 대한 인식 역시 많이 변하고 있다. 과거에는 빅데이터라는 용어 자체가 무엇을 뜻하는지를 잘 모르거나 빅데이터를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은 나와는 다른 세계의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 듯했다. 하지만 최근엔 확실히 분위기가 다르다. 빅데이터라는 말 자체를 모르는 사람은 매우 드물 것이라 생각이 들며, 빅데이터를 전공하고 직업 역시 빅데이터 분석에 관련한 분야로 택하려는 학생이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빅데이터라는 말의 유행과 함께 대학을 진학하고 이 길을 선택한 학생들 입장에서는 대부분 겪는 고민이 하나 있다. 바로 빅데이터 관련 취업을 하기 위해서는 대학원 진학이 필수라는 소문이 돌고 있는데 이것이 사실이냐는 것이다. 나 역시 많은 수는 아니지만 아직 학부생의 입장에서 빅데이터 관련 취업을 원하고 있고,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친구들을 몇몇 봐왔다. 속도를 강조하는 대한민국 사회인만큼 대학원에 시간을 쓰고 남들보다 느리게 취업을 하는 것이 영 불편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는 듯하다.


빅데이터로 취직하려면 대학원에 꼭 가야 하는 건가요?


나 역시 같은 고민을 학부생 시절 했었었고 취업을 하기 전까지 저 말이 정말 사실인지 아닌지 감이 잘 오지 않았다. 사실 빅데이터라는 말이 우리한테 익숙해질 정도로 역사를 쌓아가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 학생 입장에서 학부를 졸업하고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하고 취업까지 성공한 케이스는 흔하다고는 할 수 없다. 물론 조금만 시간이 더 지날수록 방금 말한 전형적인 데이터 분야 취업 경로를 걷는 사람들의 수는 급격히 늘어날 것이라 생각한다. 다행히 나는 학부생부터 데이터 분야 취업을 희망했고 대학원 과정, 직업 선택까지 모두 마친 입장이다. 이에 경험을 바탕으로 질문에 대한 솔직한 답변을 해보려 한다.


필수는 아니에요, 그런데 대학원 진학을 강력하게 추천합니다.


사실 데이터 분석 혹은 데이터 사이언스라는 이름으로 취업을 하는데 대학원이 반드시 필수라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여러모로 대학원 진학은 개인적으로 강력하게 추천한다. 이 이야기를 할 때면 나는 고등학생들이 질문하는 대학교 꼭 가야 되는 건가요?라는 질문이 겹쳐져 보인다. 만약 어떤 고3 학생이 나에게 같은 질문을 던진다면 나는 데이터 관련 대학원 질문과 같은 대답을 할 것 같다. 대학교 꼭 안 가도 됩니다! 그런데 가급적이면 가는 것을 추천해요!라고.


우선 실제로 데이터 분석 업종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생각보다 대학원을 진학하지 않은 사람도 많이 볼 수 있다. 하지만 눈여겨봐야 할 것은, 신입사원 혹은 비교적 최근 입사한 사람들을 기준으로 본다면 대부분이 석사 학위를 가지고 있다. 앞에서 잠깐 언급했지만 아직 빅데이터라는 말이 유행하고 이를 기점으로 학부, 대학원, 취업까지 모두 완료한 사람이 많기에는 상대적으로 시간이 부족한 경향이 있다. 결국, 기존에 조금이라도 데이터 관련 업무를 했다거나 통계학, 프로그래밍에 어느 정도 배경이 있는 사람들이 데이터 분석 업종에 투입되는 경우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아예 빅데이터와는 상관이 없는 일을 하다가 회사에서 강제로 빅데이터 팀으로 옮겨서 커리어를 시작한 경우도 본 적이 있다.


하지만 새로운 취업, 신입사원의 입장에서 바라보면 이야기가 다르다. 석사 학위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빅데이터의 중요성을 사람들이 실감해감에 따라 이 분야의 인재가 되는 것도 경쟁이 치열해진 탓에 생긴 현상이 아닐까 싶다. 2년 동안 악명 높은 대한민국 대학원 연구실 생활을 버텨가며 공부하고 연구하고 프로젝트도 경험한 사람 정도는 돼야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험난한 세계이다. 하지만, 당연히 예외의 경우도 있다. 대학원을 졸업하지 않았더라도 본인의 역량 하나로 취업을 해내는 사람도 있다. 그 어떤 업종이더라도 실력 하나만 충분하다면 먹고 살 걱정은 안 해도 되는 것과 같은 이치라 보면 된다.


대학원 안가면 뭐로 공부하고 뭐로 증명할 계획이에요?


대학원 진학을 하지 않고 바로 데이터 분야 취업에 성공한 사람들을 보면 어떻게든 본인의 실력 입증을 성공해낸다. 하지만 이게 말처럼 쉽지는 않다. 대학원을 안가면 본인의 어떤 측면을 기업에게 어필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명확하게 대답할 수 있다면 나는 대학원 진학을 굳이 장려하지 않는다. 하지만 가장 현실적으로 생각했을 때, 나 자신을 증명해줄 수 있는 제일 쉬운 길이 대학원 진학이 아닐까 싶다. 학부생과는 다르게 석사 과정 학생은 기본적으로 연구자라고 불린다. 결국, 빅데이터 혹은 인공지능을 2년 간 연구했던 연구자라는 타이틀과 그에 맞는 실적을 가진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다면 경쟁에서 누가 유리할지는 불 보듯 뻔하다.


그리고 또 하나 중요한 점은 대학원 과정을 제외한다면 현실적인 빅데이터 공부를 할 수 있는 곳은 생각보다 그렇게 많지 않다는 것이다. 물론 데이터 분석 방법을 가르쳐주거나 통계, 프로그래밍 수업을 하는 곳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실제 기업의 데이터를 접해본다거나 데이터 분석 방법론 혹은 활용 방법에 대한 원리를 이해하고 이를 발전시키려는 연구를 진행하는 곳은 사실상 대학원 밖에 없다. 일반 학부생 입장에서는 이런 경험을 하는 것이 상당히 힘들지만 대학원생 입장에서는 프로젝트, 논문이라는 이름으로 싫어도 해야 하는 일이 돼버린다. 나 역시 지금 실적, 스펙을 정리해보면 대학원 과정에서 얻게 된 것이 대부분이다.


본인의 전문성을 위해 투자하는 시간을 너무 아까워하지 마세요.


학부생 입장에서 대학원 진학이 망설여지는 가장 큰 이유 두 가지는 취업이 2년 동안 미뤄진다는 것, 대학원을 위해 생각보다 큰 비용이 든다는 점이 있을 것이다. 주변을 돌아보면, 비용 문제는 사실 본인이 노력하면 간단히 해결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쥐꼬리 수준이긴 하지만 명백히 대학원생에게도 인건비는 존재하고 다양한 조교 활동을 통해 학비도 충당할 수 있다(물론 학교와 연구실의 이름값이 중요하게 작동하기는 한다). 그리고 2년의 시간에 대해서 역시 너무 아까워하지 말라고 전하고 싶다.


사실 고등학생 때를 돌이켜보면 20대는 완전한 어른인 것처럼 느껴졌고, 20살이 되니 25살 정도 되는 사람이 완전한 어른인 것처럼 보이고, 25살 정도 되면 30살 정도 되는 사람이 진짜 어른인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하지만 40살, 50살 어른들이 보기엔 그냥 다 젊고 유망한 사람들이다. 2년이라는 시간이 생각보다 인생에서 치명적으로 역할을 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리고 마냥 2년을 버리는 것은 아니다. 생각해보면 언제 2년 동안 내 전문 분야를 위해 순전히 공부만 하고 연구만 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지겠는가. 나의 대학원 시절을 돌이켜보면 가장 안타까운 점은 2년의 시간을 쏟았다는 것이 아니라 더 열정적으로 공부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내가 나갈 길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그렸으면 좋겠어요.


서두에 빅데이터 관련 취업을 위해 대학원에 꼭 가야 하냐는 질문은 고등학생이 대학교를 꼭 가야 하냐고 묻는 것과 비슷하다고 언급하였다. 대학교를 가지 않아도 인생 행복하고 멋있게 살 수 있다. 마찬가지로 대학원을 안 가도 데이터 분석 분야 취업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기에 남들과 다른 길을 선택하려면 조금 더 구체적인 계획이 있기를 바란다. 나는 본인의 명확한 꿈과 계획이 있는 사람이 자신의 목표를 위해 남들과 다른 길을 걷는 것을 정말 응원한다. 하지만 미래를 깊게 그리지 않고 가벼운 마음으로 남들과 다른 길을 걸으려는 사람이 있다면 극구 말리고 싶다. 마지막으로, 대학원 과정을 걷는 것이 생각보다 큰 기회와 가능성의 시작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언급하며 마치겠다.



※ 평소 빅데이터/인공지능에 궁금한 점이 있어 답변을 원하는 내용이 있다면 공유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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