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한 형에게 선물 받은 멋들어진 노랑이라이더재킷의 주머니 부분이 수선이 필요해 종종 가던 동네세탁소에 들렀다.
평소라면 아저씨한테 슝 맡기고 나왔겠지만 주머니가 못쓸 정도도 아니고 일단 옷자체가 수선하며 입기보단 한두철버티면충분하다는 생각(디자인과 색감에 몰빵 된 능력치)에 견적부터 여쭤봤다. "아 이 옷이 이쁜데 막 수선을 이곳저곳 하면서까지 입을 필욘 없어서요" 아저씨는 특유의 넉살로 그냥 해줄 테니 맡기고 가라고 하셨다. 아 그 특유의 아저씨말투를 글로 구현하고 싶은데 약간 수산물시장의 인심 좋은 수다맨(생각해 보니 어딘가 분위기도 좀 닮으셨다) 톤으로 말을 재밌게 하신다. 에이 그래도 받을 건 받으셔야죠 하며 말을 주고받다 꽈자나 하나 사 오는 정도로 퉁하기로 했다.
세탁소를 나오자마자 좀 후회를 했다. 그거 주머니수선하는 거 얼마나 나온다고 수선을 맡길 거면 맡기고 아니면 안 갈 거지 가서 이삼천 원 차이 안에 있을 견적부터 여쭤보냐. 흥정하는것도 아니고. 내가 세탁소 아저씨여도 거기에 대답하긴 어려웠겠다. 애매한 돈대신 꽈자로 퉁치자는 아저씨의 말씀은 우매한 질문에 대응한 현자의 대답이었다.
며칠 뒤에 들러 옷을 받았다. 꽈자대신 편의점 교차가능 1+1 아메리카노를 사갔다. 하나는 헤이즐넛맛 하나는 오리지널맛. 달달한 거 좋아하시냐 씁쓸한 거 좋아하시냐 여쭤보니 우리 같은 아저씨들은 달달한 거가 좋지 말씀하신다. 역시!!
이전에도 몇 번 들렀지만 들르면 참 기분 좋은 세탁소다. 아저씨의 구수한 텐션이 재밌다. 관계 맺기에 무딘 나도 어느새 아저씨의 세탁소엔 정이 들었다. 곧 또 겨울이불을 빨러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