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t 24. 2023
야 어제는 어떤 공연을 봤는데, 공연장에 들어서자마자 너랑 너무 닮은 사람이 있는거야.
극 속에서 진행을 보조하는 역할이셨는데 공연장에 입장하면서 눈이 마주친거야. 근데 그 분이 무슨 이유에서인지 약간 미소를 머금고 있어서 맨 처음엔 나랑 아는 사람인가 싶어 쳐다보다가 너인가 싶다가 너랑 많이 닮았다 생각했지.
뭔가, 당연히 그럴리 없지만. 2초정도 그분을 신기한게 봤던 것 같아. 그정도 시간이 지난 후엔 아 저분이 그분이시구나(어떤 분인지 얼굴이랑 이름은 알고 있었거든) 판단이 섰지만 어떻게 순간적으로 너가 그렇게 떠올랐을까. 2초 중에서 0.5초정도는 정말 진지하게 너인가 생각했던 것 같거든.
고개의 각도같은 거랑 어떤 표정 같은게 십년전쯤 밝은 시절의 너랑 찰나에 닮아보였던 것 같아. 그렇게 너가 생각이 난 채로 공연이 시작됐어. 뭐 그것때문에 집중이 안됐다거나 한 건 전혀 아니고 그냥 그렇게 생각이 났었어. 공연은 재밌었고 잘 봤어.
참 이상하지. 난 평소에 사실 이렇게 누군가를 생각하지 않거든. 가끔 의도치 않게 술을 많이 마셨을때 철저히 술기운에 의해 나도 모르게 생각하는 정도지 떠나간 누군가를 일상에서 떠올리긴 쉽지 않더라고. 근데 완전히 맨정신일때, 누가 너랑 살짝 닮아보였다는 이유로 정말 너인가 상상하고, 극이 끝나고나서도 네 생각을 하다니 좀 신기하더라. 우울해지거나 그런 건 아니고 그냥 그렇게 잠깐 생각이 났어.
아니야 근데 생각해보니 나 가끔 너 떠올려. 복학했던 이후론 너랑 공유했던 시간이 많지 않았어서 사실 선명한 기억같은건 이제 없는데, 그럼에도 어떤 생각들이 불쑥불쑥 들어와. 또 아주 가끔 그런 주제에 관련된 콘텐츠를 보면 너한테 마음 속으로 말을 걸어보기도 하고. 몇 년의 시간동안 아주 가금씩은 그래왔어.
또 생각할게. 기왕이면, 어제처럼, 너 생각날때 평화롭게 밝은 배경음악이 머리속에서 흘렀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