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쪽팔려도.
달릴 때,
가볍고 기분 좋은 순간들이 있다.
마치 계속 달릴 수 있을 만큼 지치지 않고,
가벼운 마음이 드는 순간들.
남의 시선에 못 이겨,
뛰는 걸음을 멈추었다.
내가 알아차리지 못한 짙은 숨들이
내뱉어졌다.
짙은 숨과, 갑작스레 무거워진 다리는
멈춘 순간을 후회하게 했다.
내가 달리는 것이,
아무리 쪽팔리더라도,
남의 시선에 못 이겨 멈춘다면
그건
나의 손해였다.
숨을 몰아내 쉬고,
무거워진 걸음을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계속해서 멈추게 되었지만,
다시 마음을 굳게 먹으니 가벼워졌다.
남의 시선이 아닌
나의 시선으로, 달려야 됐다.
앞으로는
쪽팔리더라도 달리는 걸 멈추지 않을 거다.
오늘 병원을 갔다.
바로 학교로 가기 위해서는
지하철 역으로 가야 했다.
그래서,
버스에서 내린 직후,
지하철역으로 가기 위해 뛰었다.
이 열차를 놓치면 30분 가까이를 기다려야 돼!
그런 생각으로 뛰는데,
오늘따라 몸이 가벼워서
뛸 때 멈추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사람들이 많이 돌아다니는 번화가여서,
문득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졌다.
뛰는 걸음을 멈추었다.
내가 지쳐서 멈춘 것이 아니라,
남의 시선 때문에 말이다.
뛰느라 알아치지 못했던 가쁜 숨이 나왔고,
다시 뛸 힘이 생기기가 쉽지 않았다.
잠깐의 멈춤이 오랜 멈춤을 만들었다.
그래도, 뛰어야지. 그렇게 생각하며
억지로 뛰어서 엘리베이터까지 도착하고,
또 뛰었다.
그런데,
우당탕탕.
내 가방에서 무언가 쏟아지는 소리가 났고,
그게 오늘 다녀온 병원의
약 봉투란 걸 알아서, 급히 주웠다.
가방이 열린 걸 알았으나
다시 가방을 내려놓고
잠그고 뛸 여유조차 생기지 않았다.
그때, 한 아줌마가 뒤돌아서 얘기하셨다.
"가방 열렸어!"
"알고 있어요!"
열차 뛰는 것이 우선이었던
나는, 그대로 뛰려고 했다.
그랬던 순간,
뒤에서 걸어오던
다른 아주머니께서,
"내가 가방 닫아줄게"하며 잠가주셨다,
빠른 속도로 잠가 주신 건 아니었지만,
적어도 내가 한 것보다는 빠를 거라 생각했다.
여유가 없는 상태에서는 무엇도 하기가 힘드니까.
아줌마께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고,
다시 뛰었다.
가볍게, 세이브!
그렇게 무사히 열차에 탔다.
오늘 뛰면서 떠오른 말이 있다.
편입하기 전,
우연히 본 이미지 속에 있던 구절이었고
나의 모토로도 삶고 있는 그 말이.
"성장하려면,
쪽팔림도 감수할 줄 알아야 돼요.
남이 어떻게 보든,
그런 쪽팔림을 이겨내야 성장할 수 있어요."
라고 적혀 있던 말이 떠올랐다.
남의 시선에 못 이겨 숨을 몰아쉬던 나에게,
너가 달리는 그 "쪽팔림"이
너를 더 성장시키는 것이라는,
그 말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