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거에도 흔들리지 않을 것.
내가 달리는 와중에 보이는 요소에
흔들리지 말 것.
할 수 있다고 믿었으면,
끝까지 달릴 것.
오늘은 늦은 오후 수업이라
여유롭게 준비하게 되었다.
그런데, 너무 여유로웠던 탓일까.
정신을 차리고 보니
오늘 타려고 목표 해두었던 열차 시간이
10분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집에서 지하철역까지 가는 시간까지
10분밖에 주어지지 않은 것.
이 지하철을 놓치면
오늘은 20분 이상을
역에서 기다려야 했다.
포기할까, 도전해볼까.
망설이는 사이 바로 도착한 버스.
급하게 버스에서 내리니
주어진 시간, 4분.
어쩌면 될 지도 몰라.
아픈 발을 무시하고, 가방을 매고
사람들을 지나쳐 힘차게 달려보았다.
모두가 걷는 인도에서,
그렇게 오래 뛰어본 적이 언제일까?
뛰면서도,
어린 시절 친구들과 놀 때 뛰었던
경험들이 생각났다.
그 때는 이렇게 체력이 안 좋지
않았는데.
숨이 찼다.
금방 숨을 고르고 뛰어갔다.
지하철 역에 입성한 시간은,
열차가 오기까지
단 1분 남겨둔 상태였다.
온갖 힘을 쥐어짜내며
뛰고 있었다.
그런데...
전광판에서 보이는 열차 시간은
내가 타야 될 15분 열차가 아닌
42분 열차였다.
떠난건가?
떠났나봐.
그 전광판에 힘이 빠져
결국 뛰는 걸 멈추고 천천히 걸었다.
열차가 들어와 있는지
볼 수 없는 구조였기에...
터덜터덜, 힘들게 계단을 내려가고 있는데
들리는 소리.
"출입문 닫겠습니다."
떠나지 않은 거였다.
열차가.
그 소리에 정신 차려 힘 없는 다리로
뛰어 내려갔으나,
내가 보게 된 건
내 앞에서 문이 닫힌
지하철이었다.
닫힌 문,
그러나 떠나지 않은 열차.
아무리 앞에 서 있었지만
열차는 열리지 않았다.
숨을 고르며 의자에 주저앉았다.
뛰느라 힘이 없어진 다리,
아픈 발.
감각이 크게 와닿았다.
그러면서도 든 생각은,
'포기하지 않고 뛰어본 적이 언제였지?'였다.
숨을 고르면서도,
열차를 놓친 것에 아쉬움이 남았지만...
실질적으로는
그렇게 크게 아쉽지 않았다.
내가 최선을 다해서겠지.
내가 최선을 다했다는 걸 인지해서일까,
그렇게 아쉽지 않았다.
아픈 발을 이끌고,
무거운 가방을 들고,
사람들을 지나쳐 뛴 경험이
흔치 않아서일까.
화 보다는,
지하철 역에 내려앉은 햇빛이, 얕은 바람이
눈에 들어왔다.
모두가 걷는 도로에서,
사람들을 지나쳐 달려본 경험은
무어라 말하지
못할 만큼 값졌다.
그만큼 내가 노력했기에.
그럼에도 남아있는 아쉬움은,
전광판을 보고 뛰는 걸 멈춘
나의 행동 때문이었다.
오늘 깨달은 경험은,
무언가 보더라도 절대 포기하지 말 것.
전광판이 다음 열차를 띄워준 것은,
지금 내가 타려던 열차가
"떠났다"는 신호였을 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이제 "떠나려고" 보여주었던 것처럼.
목표를 향해 달리는 와중에 보이는 것에
연연하지 않고
할 수 있다는 믿음만 있다면
더욱 성공에 가까워질 거란 걸,
나는 오늘 열차를 통해 깨달을 수 있었다.
이 글을 적는 동안 열차가 들어온 걸 보면,
그래도 나쁘지만은 않은
뜻깊은 경험이었던 거 같다.
지하철에 앉아있음에도
아픈 발과 다리가
내가 노력했음을 보여주는 증거가 되었다.
다음에는,
혹여나 이런 일이 생기면
절대 포기하지 말아야지.
전광판에 흔들리지 말아야지.
글쎄,
이건 지하철만의 이야기는 아닐거다.
글을 읽을 때 참고사항.
1.
지거국(지방거점국립대)로
편입하고나서 타는 지하철.
오후 열차의 경우,
간격이 20~30분 차이가 나서
뛰게 되었습니다.
2. 저는 약 1년 전부터 발 통증이 있어서
병원을 지속적으로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많이 치료하였지만,
(편입하게 된 가장 큰 계기기도 하였습니다. 글을 적었으나 용기가 없어 지웠습니다. 일부 독자님들은 읽은 적이 있으십니다.)
이로 인해 가끔
발의 통증이 있는데,
그게 오늘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