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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많은 우산을

나는 얼마나 나를 과하게 보호했던걸까.

by 세진

필요치 않은 우산으로 나를 보호했다.

옅디 옅고, 엷다 못해 흐려지는 비로부터.

그저 흘러가는 비가 아닌

장마라고 여기면서.


우산을 끄고 나서야,

장마가 아닌

작은 빗방울이란 걸 알 수 있었다.

그제서야 깨달았다.

나는,

작은 비에 겁이 나서

우산을 폈던 거구나.


우리는 얼마나

스스로

과잉보호를 하고 있을까.


큰 상처로부터 보호하고자 든 우산이

오히려 날 방해하고 있던 것처럼,


내게 피해도 끼치지 않는

엷은 물방울들 때문에

난 얼마나 많은 우산을

고민했을까?


얼마나 많은 우산을

만졌을까?



어렸을 때 있었던 일입니다.

봄비였지요.

봄에 내리는 비였습니다.


비가 내린다고 한창이던 어느 날,

모두가 우산을 쓰고 걷고 있었어요.


중학생이던 저 역시

우산을 쓰고 걷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투명 우산 위에

어느 순간부터 빗방울이

하나도 맺히지 않더군요.


그 때 우산을 끄고 두리번 거리니,

어느새 굵은 비는 그치고

아주 얕 방울만

툭툭, 흐르고 있었습니다.


우산이 없어도 될 정도로

가볍디 가벼운 비던거지요.


그 때 저는 우산을 접고

얕은 비와 함께

학교로 들어갔던 기억이 있습니다.


제 모습을 보고 사람들은 하나 둘, 우산을 끄고

주변을 살펴보았던 기억까지요.




그 때 깨달았던 점이 하나 있었습니다.

남을 따라서 나를 과하게 보호할 필요는 없구나

그저 옅디 엷은 비여서,

우산이 전혀 필요하지 않았는데.


남들이 쓴다고 거추장스럽게 쓰고 있던 거였죠.


때로는 나를 향한 보호가

나를 더 불편하게 만들 수도 있단 것을,

그 때 깨닫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옅디 엷은 비를 위해

큰 우산을 쓸 필요가 있을까요.

몇 방울로 흐려지는 비 때문에

큰 우산을 들며

주변 시야를 가려야 될까요.




난 그동안,

나를 보호하고자 한 명목으로

얼마나 많은 우산을

펴고, 쥐고 했을까.




3월 2일, 강수 확률이 100퍼센트가 되는

봄비의 날이라고 합니다.

생각이 나서 적어본 이야기니,

부담 없이

담백하게 즐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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