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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이루고 싶은 건 이뤄야 직성이 풀리잖아.

오기와 독기가 이루어낸 것, 그럼에도 못 놓는 트라우마.

by 세진

너는 이루고 싶은 건 이뤄야 직성이 풀리잖아.

엄마는 가끔 내게 그리 말했다. 사실 틀린 말이 아니다.

난 하고 싶은 건 이루어야 되고,

해내야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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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각자의 스타일이 있는 법이지!

그러니까 너도 니 방식대로

지내면 돼!

그게 제일이야


난 어릴 때부터 참 욕심이 많았다.

무언가를 이루어내려는 욕구가 많았다.

그것이 처음으로 나타난 것이

글쓰기였다.


'상처는 생각보다 오래' 그 글을 읽으면 알 테지만,

나는 12살 때부터 청소년 문학 소설 작가라는

꽤 구체적인 꿈을 꾸었다.

그 꿈은 14살에 강사 한 명 때문에 무참히 짓밟혔지만.


그리고, 어떻게 된 건지 그 트라우마는

지금까지 연결되어 있다.

14살, 그때 강사에 말에 독기를 품고

온갖 에세이를 2 회독,

필사는 4번씩,

글을 틈날 때마다 쓰는 걸 1년.

그렇게 이루어낸 산림문화작품공모전

청소년부문 대상.

그 외에도 서울 지역에서의 글쓰기 공모전 수상.

그리고, 연달아 받던 상은 입시 때문인

19살부터 끊겼다.


그리고 공백기.

20살부터 21살까지 온갖 성인 부문

수필을 넣었지만,

나를 뽑아주는 곳이 없었다.

이때의 독기와 실망감은 심했다.

이제 나의 글을 아무도 알아봐 주지 않는다는 불안감,

그럼에도 해낼 거라는 묘한 자신감.

그건 내가 살고 있는 지역구청에서

성인부문 수필 장려상을 수상하게 했다.

아마 수상자 중에

가장 어린 나이였을 거다.

그 때가 스물둘이니까.


다시 되찾은 자신감, 수필을 포함한

비평도 마찬가지였다.

이와 비슷한 건 서평단이 있었다.


북스타그램을 시작했다.

남은 휴학기간에 책이나 읽자, 하고 만들었었다.

그때 북스타그램을 접하면서

많이 접한게 서평단이었다.


팔로워 분들 모두 책을 무료로 제공 받고,

서평을 적어주고 있던 것.

대학생이던 나는 매번 돈 주고 책을 사지 않고

빌려 읽었기에,

서평단을 통해 돈도 절약하고

나의 능력을 인정받자! 하면서 도전했지만


웃길 만큼 2개월 넘게 아무도 날 뽑지 않았다.


그때, 내 능력에 대한 좌절이 아니라

"어디 누가 이기나 봐."

라는 마인드로, 계속해서 책의 서평을 올리고

서평단에 지원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것도 오기였다.

그리고, 4개월이 지나던 차

드디어 연락이 왔다.

한 번의 선정 연락을 시작으로 연달아

서평단에 선정되었다.


그리고, 이렇게 꾸준히 운영하다 보니

먼저 서평 제안을 받기도 하였다.

얼마나 뿌듯하던지.


수필, 서평, 비평 모두를 섭렵했다고 생각했다.

비평은 고등학교에서 비평으로 우수상,

전적대학교 비평 과목들에서

한 번도 A+를 놓친 적이 없다.


그런데, 나에게 걸려 있는 건 소설. 소설 쓰는 것에 대한 트라우마다.


어릴 때 겪은 소설 트라우마와

글 트라우마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브런치에서는 다양한 분들이 소설을 적고 계신다.

소설을 읽는 것을 즐기고, 서평도

잘 적기에 읽는 것에 거리낌이 없다.


그러기에 브런치에서 소설을 읽을 때면,

14살의 어린 꿈을,

내가 이루어주고 싶다는 갈망이 든다.

갈증 난 거 마냥.


그럴 때마다, 소설을 적어보려고 하지만

매번 반 페이지도 못 적고 지워버린다.

무언가 갑갑한 게 누르는 기분.

이 소설을 누가 읽으면,

내 글쓰기 실력에 대한

온갖 비난을 받을 거 같은 기분이 든다.

내가 이루어낸 것들을 놓아야 될 거 같은 무서움까지.


14살의 간절했던 소설가의 꿈,

다른 방식으로 지금 작가의

꿈을 이루어주고 있지만...

글쎄다, 난 언제 좀 트라우마를 놓아주려나.


소설이 아니어도, 가끔씩 찾아오는

비난의 걱정.

글에 대한 칭찬을 수없이 들었어도,

14살에 지속해서 들었던 그 표현들이

가끔씩 내 글을 멈추게 한다.


생각해 보면, 그 어린아이들에게

칭찬 하나 안 해주던 그 강사의 못된 심보가

작품 하나 널리 알리지 못한 거 아닐까.



이번에 나의 독기와 오기는 다음과 같다.

내가 북스타그램에서 팔로워를 차근차근

늘린 것처럼,

서평단과 대외활동에 성공한 것처럼.


내 독기는 이번에

브런치 50명이다.

그리고, 응원받기.

조회수 400.

팬 생기기.

이러면 너무 후원 유도 같은데 그건 아니에요.


아직 소설을 적지 못할 만큼

트라우마가 여전히 날 누르고 있지만,

그렇다면 소설이 아니라

나만의 글로 승부를 보면 될 것이다.


공개적으로 적는 나만의 다짐.

훗날에 꼭 봤을 때 성공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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