놓은 기회를 너무 아쉬워하지 말 것.

새로운 기회가 올 거니까! 오히려 잘 됐어!

by 세진

놓은 기회를 아쉬워하지마. 더 좋은 기회가 오려고 그러는 거야.



나는 대치동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다. 내가 갖고 있는 글쓰기 능력을 살리고 싶었다. 혹은 일하게 되면 가르치는 강사로 일하고 싶었다. 그러기에 나는 8월에 온갖 학원에 알바 지원서를 보냈다. 사실 과외로도 충분히 일할 수 있었으나 무언가 경력을 쌓고 싶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렇게 여러 곳에서 면접을 보게 되었다. 우선은 집 근처에 있는 동네 학원. 동네 학원에서는 나를 굉장히 마음에 들어했다. 보리차를 주면서 "선생님만 시간이 되면 우리는 채용을 하고 싶다."라고 했다. 나중에 시간을 다시 살펴보니 대학교 시간표가 너무 아슬아슬했으며 무엇보다 내가 고등학교까지 가르칠 자신은 없었다. 그래서 너무 아쉽지만 다음에 기회가 되면 근무하겠다고 얘기했다.


그리고 다른 곳에 면접을 보러 다녔다. 그 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몽촌토성역에 있는 잠실A점 초등독서학원이다. 그 학원은 체인점이기는 했다. 그런데 그렇게 유명한 체인점도 아니어서 그리 정보가 있는 편도 아니었다. 그래도 나름 조사해서 갔다. 시간에 맞춰 도착했더니 그 원장은 나에게 다짜고짜 이것저것 묻기 시작했다. 잘 기억은 남지 않지만 그 질문들이 기분이 나빴던 기억은 있었다. 그리고서 원장은 나에게 종이를 탁자에 쾅 놓으며 이렇게 말했다. 아직 생각해봐도 왜 그따구로 건넸는지 모르겠다.


"한 번 첨삭해봐요."


그리고 원장은 정말 뚫어져라 나를 지켜봤다. 그리고서 나는 손글씨로 열심히 첨삭해서 건넸다. 그랬더니 원장은 이렇게 말헀다. 만족한듯이 웃어보이더니 한 말은 이랬다.


"그런데 글씨체가 조금 크네. 나는 글씨체 작은 사람을 찾는데. 그래야 보기 좋잖아."

그래서 나는 이렇게 말했다.

"제가 과외할 때나 학원에서 일했을 때는 글씨체를 크게 하라고 하셔서 그게 습관이 됐어요."

"음. 그래도 우리 학원에서 일하게 되면 글씨체 작게 해요."

"넵."

그렇게 이야기하고 근무할 교실을 알려주었다. 근데, 뭔가 직감이 들었다. 그 교실에 들어가자마자 "여기는 다니면 안되겠다"는 무언가의 촉. 다른 아르바이트 생을 대하는 원장의 태도 때문에 더 그 마음이 커졌다. 그래서 그 교실을 나오면서 '뽑혀도 좀 고민해봐야겠다.'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원장 뒤를 따라 졸졸 복도를 나오던 도중 일이 생겼다. 복도 한 켠에는 책들이 나란히 정리가 되어 있었는데 어떤 아이가 그 책을 쓰러뜨린 거 같았다. 원장은 그걸 보고 멈추더니 나에게 말했다.


"이거 못 봤어요? 여기서 일할 생각이면서 왜 이런 거를 안 치우지?"

....? 네? 나는 잘못 들은 줄 알고 가만히 원장을 바라봤다. 제가 지금 여기 계약했나요? 그것보다 못 봤는데요? 그런 말이 꾹 들었으나 가만히 있다가 웃었다.

"죄송해요. 제가 방금 나온 교실 다시 보느라고 못 봤어요."


그리고 원장실로 들어갔더니 신기한 다구리가 시작 되었다.


"그런데 이 학원에서 일할 사람이 아까 교실에 있는 태블릿도 못 다루면 어떻게 해요. 우리 학원에 대해서 조사 아예 안 했어요?"


저 그 태블릿 처음 봤어요. 그런 말이 올라왔지만 그 원장은 대답할 틈도 주지 않았다.

"우리 학원에서 일할 사람이 그런 사전 조사도 안 하고 오면 어떡해요." 이 얘기를 시작으로 원장은 '체인점 학원에 대해서 조사하지 않은 나'에게 대놓고 뭐라고 하기 시작했다. 일을 시작하고서 알아도 되지 않을까? 그런 말을 하고 싶었다.


"저 조사는 하고 왔습니다. 그런데 그런 자세한 정보는 어디도 실려있지 않아서 몰랐습니다."

그랬더니 원장은 아무 말도 없었다.

"알바 공고에 올라와 있는 시급은 그거 정규 교사 시급이에요. 협의는 없고 시작은 만 천원부터."

....

나는 그러고서 학원을 나왔다. 그리고 바로 지하철에서 문자를 보냈다. 일이 생겨서 알바 못하게 됐다고.

이미 교실에서 원장이 보인 알바생에게 대하는 태도부터 나에게 대하는 태도까지. 여기서 일하면 안되겠구나 싶었다.


이 외에도 학원 면접을 보러 다녔으나 비슷한 수준의 원장들이 많았다. 그래서. 포기한 상태로 마지막 알바 지원서를 보냈었다. 그리고 그걸 보낸 후 일주일 뒤. 나에게 연락이 왔다. 지금 일하고 있는 대치동이다.



대치동에는 정말 많은 학원들이 있다. 심지어 내가 다니는 학원은 건물 내에서도 큰 편에 속했다. 건물이 6층인데 2-6층까지 모두 논술학원의 분점이었다. 같은 체인점인데도 이렇게 넓게 쓴다고? 그러고서 두리번 거렸다. 인사 담당자님은 나에게 이 학원에 오라고 했지 몇 층인지 알려주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망설이며 어떻게 할 지 고민하는데 어떤 선생님이 내게 다가와서 물었다. "학원 면접 보러 오셨어요? 2층으로 가면 될 거 같아요." 근데 사실은 4층이었다. 다른 면접도 있었던 거 같다. 그리고 나는 그 선생님께 감사하다고 제대로 예의 갖춰 인사하고는 내렸다. 그러다가 인사 담당자님과 연락하고 4층이라는 걸 알게 됐을 때. 나는 4층으로 들어가서 놀라고 말았다. 아까 엘레베이터에서 만난 그 선생님이 앉아계셨다! 그때 내가 예의를 갖추지 않고 건성으로 감사 표시를 했다면 바로 잘렸겠구나.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 선생님과 나에게 연락을 준 선생님. 그리고 다른 알바생과 나까지 포함해서 나는 알바 면접을 보게 되었다.

여기서도 첨삭을 직접 해보라고 했다. 그래서 첨삭부터 첨삭평까지 최선을 다해서 적었다. 다행히 내 첨삭평을 마음에 들어해주셨다. 나에게 연락을 주셨던 인사 담당자 선생님은 며칠 뒤에 연락을 주겠다고 했다. 그래서 알았다고 대답하고는 교실을 나오고 학원을 나왔다. 그리고 무언가 직감이 들었다. 여기서는 일해도 되겠다고.


이후 며칠 뒤에 연락을 주신다던 선생님은 면접이 끝난 당일 저녁에 연락을 주셨다. 같이 일했으면 좋겠다면서.


엘레베이터 앞에서 망설이던 나에게 도움을 줬던 선생님은 현재 대치동 교사 알바 전체를 담당하는 선생님이다. 그럴 때마다 내가 엘레베이터에서 혹여나 건성으로 인사했으면 잘렸겠다. 그런 생각이 가끔씩 든다.



잠실에 분점이 있는 체인점 초등논술학원의 기회를 놓은 것과 강사의 기회를 놓은 것을 후회했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결과는 대치동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로 오히려 더 좋게 되었다. 나는 현재 이 대치동 학원에서 일하는 것이 후회가 없다. 교통비가 들고 식비가 들어도 내가 할 일만 제대로 이행한다면 큰 간섭을 하시지 않기 때문이다. 가끔 다른 첨삭 선생님들이 혼나는 걸 보기는 봤지만.


심지어 휴게시간에 대한 간섭도 없었으며 여러모로 아르바이트 선생님을 존중해주시는 분들도 있었다. 그러기에 나는 이 학원을 계속 다닐 생각이다. 물론 첨삭하는 것이 힘들고 가끔은 손목이 너무나 아프지만. 그럼에도 아이들의 글을 읽고 고쳐주는 것이 내 적성에 딱 들어맞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히려 그때 그 학원에 가지 않겠다고 연락했던. 기회를 놓았던 그 순간이 너무나 다행스럽게 여겨졌다.


대치동에서 첨삭 교사로 일을 하면서 몇 번이나 생각했다. 내가 첨삭 교사를 하고 싶다는 목표 때문에 나를 함부러 대하는 원장 밑에서 일했다면? 아마 금방 못 채우고 그만뒀을 것이다. 그리고 그만두는 과정부터 다시 구하는 과정까지 험난했겠지. 그걸 깨닫고 일할 때면 손목이 아프지 않았다. 내가 놓아버린 기회가 새로운 기회를 낳는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에. 그래서 오히려 내가 발전할 수 있었으니까.


이 학원 일 외에도 이러한 기회를 놓은 경우가 이번 달에 많았다. 그렇지만 나는 이번 일을 통해서 기회를 놓은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 가끔은 그 기회가 너무나 아쉽고 다시는 찾아오지 않을 것만 같은 기회로 느껴졌다.

이 기회를 놓치면 이렇게 좋은 기회는 다시는 없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들 때도 있었다. 앞서 말한 강사 일과 잠실 체인점 교사가 그러했다. 이 외에도 많았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더 많은 기회가 열려 있었다. 이후 깨달았다. 내가 그 기분을 이겨내면 된다는 것을. 그러면 나에게 더 알맞는 기회가 찾아올 것이라는 것을. 억지로 조건에 맞추지 말고 조금은 더 인내심을 가져야 된다는 것을 배웠다. 그리고 나는 지금도 그렇게 생각한다. 내가 놓아버린 기회는 새로운 기회를 가져다준다고.


그러니 내가 기회를 놓았다고 해서 혹은 기회를 잡지 못했다고 해서 아쉬워하지 않기로 했다. 나에게는 무한한 가능성이 있으니까. 그렇게 생각하면서 오늘도 내 욕심을 다시금 바라봤다. 하고 싶은 일이 많다는 욕심과 하려는 욕망 사이에 있는 기회. 그 기회를 잘 알아채고 낚아채야 된다는 것을 다시금 되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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