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무슨 글을 적어야 될까?

by 세진

2학기내내 번아웃과 바쁨에 시달렸다. 그러다가 이제서야 여유롭게 글을 쓸 수 있게 되어 이렇게 브런치에 왔다. 그런데, 막상 브런치에 글을 적으려고 하니까 어떤 글을 적어야 되는 건가 싶어서 가만히 키보드를 두드리기만 했다. 며칠내내 브런치에서 글만 적고 발행하지 않았다. 누군가 내 글을 기다려주는 걸까. 그래도 한 명쯤은 있지 않을까. 2학기내내 바쁘면서도, 줄어들지 않는 구독자를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다른 작가님들이 적는 글을 보면서, 방학을 기다리며 동경했다.


나는 방학이 되기 전부터, 방학을 하게 되면 하고 싶은 일들이 많았다. 거창할 정도로 많았다. 영어 회화를 아직도 꾸준히 하고 있어서, 이 기회를 살려서 그나마 "형식적인 영어 회화 틀"에서 벗어난 영어 시험 '오픽'을 준비할까 생각했다. 그런데 오픽 시험이 한 번에 99000원. 흠칫 하는 마음에 아직까지 결제를 하지는 못했다. 교재는 있지만 시험 결제는 하지 못했다. 교재를 사두었지만 시험 결제는 하지 않는 아이러니. 나중에 취업을 하려면, 취업이 아니더라도 나를 증명하려면 필요한 자격증이니까 해야 된다는 건 알지만 덜컥 쉽게 결제할 수 없었다.


편입한 대학에서 가장 좋았던 점은 혜택이 많은 것이다. 국립대라는 장점을 살려, 나는 참여할 수 있는 이벤트를 대부분 참여했다. 그 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2학기 이벤트는 "모의 오픽 서비스"였다. 모의로 오픽을 볼 수 있도록 사이트를 개설해준 것이다. 심지어 사설 업체에서 직접 검증해주고 결과를 내준다니 이건 기회가 아닌가. 왕복 4시간을 넘겨 집에 도착해서, 신나는 마음으로 오픽을 응시했었다. 준비도 하지 않은채로. '현재 대학생이라고 입력하지 않으면 질문이 쉽다.'라는 팁만 기억한 채 서베이를 입력하고 모의 오픽을 응시했다.


그리고 결과는 엄청나게 늦게 나왔다. 모의 오픽이라도 학교에서 검증한 기관에서 하는 거니 신뢰성이 있는 기업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떨리는 마음으로 클릭했다. 결과는 IM2. 중간 등급 중에서도 안정적인 중간 등급이라는 뜻이다. IM3를 기대했던 나로서는 조금 아쉬운 마음이 들었었다. 그런데 찾아보니, 이런 IM2도 받지 못했다던 사람들도 있었다. 심지어 호주에 다녀왔는데도 IM1이 나왔었다는 얘기를 들으면서. 내 영어 회화가 나쁘지 않다는 사실을 체감했다. 준비하지 않은 오픽이라는 자유 영어 회화 대답에서, IM2라는 안정적인 등급을 받았으니. IM2가 토익으로 어떻게 환산 되는지를 살펴봤는데, 내가 실제로 받은 토익 점수와 다르다는 걸 알았다. 적어도 내가 토익보다는 오픽이 낫다는 걸 실감하게 되었다.


방학이 되면 이 오픽에서 IM3 혹은 IH를 받고 싶었다. 그래서 시험 기간에 오픽 공부를 하고 싶었던 욕구가 심했다. 그래서 교재도 샀다. 그렇지만 정작 방학이 되니, 너무 힘들었어서 계속 쉬기만 했었다.


오픽 시험도 응시하고 싶었고, 영어 회화를 꾸준히 콘텐츠로 올리고 싶었다. 쉐도잉과 같은 방법으로 영어에 몰두하고 싶었고, 랜덤으로 화상통화 하며 영어로 대화할 수 있는 어플도 매일매일 사용하고 싶었다. 어떻게 계획을 세우다보니 영어 회화 계획만 주로 세우게 되었다. 그런데 정작 방학이 되니, 어떤 콘텐츠도 시작하고 싶지 않아서 원래 지키던 영어 루틴만 하고 있다.


그 다음으로는 여행을 가고 싶었다. 혼자 여행을 가서 좀 쉬고 싶었다. 그러나 그동안 감기로 너무 아팠어서 계속 쉬고 있다.


그동안 있었던 일들을 짧게나마 글로 적어보고 싶다. 오히려 오랜만에 브런치에 글을 발행하려고 하니까, 너무 완벽한 글만 적어야 될 것만 같아서 글을 발행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글로 차근차근 다시 시작해서 글을 적고 싶다.


형식적이거나 성찰적인 글이 아니더라도 이런 글 속에서도 소통이 있다면, 그걸로 된 거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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