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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 인프라의 미래 스마트그리드, LS일렉트릭의 전략

CASE TRACKING

오늘의 케이스 트래킹은 전력 솔루션 기업 <LS일렉트릭>입니다. 본 케이스 스터디는 LS일렉트릭이 스마트 그리드 산업을 확장하고, 북미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는 과정을 담았습니다.


2023년 10월, LS일렉트릭이 ‘배전솔루션 강자’ 전략 방향성을 수립하고 국내 및 글로벌 진격 본격화를 발표한 시점을 기준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스마트 그리드, 왜 필요한가?

그림1.jpg 출처: Ariat tec

우리가 사용하는 전기는 단순히 스위치를 켜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그 뒤에는 복잡한 전력 공급 체계가 작동하고 있고, 그 체계는 지금 전환기를 맞고 있다.


전통적인 전력 시스템은 대규모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를 장거리로 송전한 뒤, 배전망을 통해 각 지역에 공급하는 일방향 구조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 방식은 여러 가지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송전 거리가 길어질수록 전력 손실이 커지고, 최대 수요에 대비한 여분의 전기 생산이 늘어나면서 에너지 낭비도 커진다. 특히, 재생에너지처럼 변동성이 큰 에너지원이 늘어나면서, 기존 시스템으로는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맞추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부상한 것이 스마트 그리드(Smart Grid)다. 스마트 그리드는 전력망에 ICT 기술을 접목한 지능형 전력 시스템으로, 공급자와 소비자가 전력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주고받으며, 전력 흐름을 양방향으로 조절할 수 있다. 예를 들어, AI 기반의 수요 예측을 통해 전력 사용이 급증하기 전 미리 생산량을 조절하거나, 센서와 통신망을 통해 전력 사용량을 감지해 자동으로 배분을 최적화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전력 손실을 최소화하고, 송·배전의 안정성을 확보하며, 정전·과부하 등의 위험을 예방할 수 있다.


특히, 분산형 에너지 시스템의 확산과 맞물려 스마트 그리드는 필수적인 기반 기술로 자리 잡고 있다. 태양광, 풍력 등 지역 기반의 신재생에너지 발전이 늘어나면서, 각 생산지의 전력을 효과적으로 통합하고 관리하는 데 스마트 그리드의 제어 기술이 요구된다. 또한 소비자 역시 전력 생산에 참여하는 ‘에너지 프로슈머’로 변화하면서, 가정 단위의 에너지 생산–저장–판매가 가능해지고 있는데, 이를 실현하는 기반 역시 스마트 그리드다.


결국 스마트 그리드는 더 이상 ‘선택 가능한 기술’이 아니다. 탄소중립 시대의 핵심 인프라, 전력 수요 급증에 대한 대응책, 효율적이고 유연한 전력 운영 시스템으로서, 지금 이 시점에 반드시 필요한 산업적 대안이다.



스마트 그리드, 최근 산업 내에선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1. 정책이 바꾼 판,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 시행

2024년 6월, 국내 전력 산업에 큰 변화를 가져올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이 시행됐다. 기존 중앙집중형 전력 시스템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한 이 법은, 에너지 생산과 소비의 권한을 지역 단위로 분산하고, 전력 자급률을 높이는 구조로 개편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 법의 핵심은 두 가지다. 첫째, ‘전력계통 영향평가’ 제도 도입으로 전력을 많이 쓰는 기업은 공장 설립이나 증설 시, 전력망에 미치는 영향을 사전에 평가받아야 한다. 둘째, 분산에너지 특화지역 지정 및 전력 직접 거래 허용으로, 소비자도 직접 전기를 생산하고 이웃과 거래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흐름은 스마트 그리드 기술의 필요성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주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기업들은 전력 수요 분산 전략을 의무화하게 되었고, 일반 소비자도 에너지 프로슈머로서 본격적인 시장 주체가 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스마트 미터, EMS, ESS 등의 스마트 그리드의 주요 기술 수요가 산업 전반으로 확대되었다.


2. 전기차 보급으로 인한 전력 수요 패턴 변화

그림2.png 출처: 현대모비스

한편, 또 하나의 커다란 변화는 바로 전기차(EV) 보급의 가속화다. 2030년까지 전기차 300만 대 보급을 목표로 하는 정부 정책 아래, 충전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그만큼 기존 전력망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특히 퇴근 시간대 집중되는 충전 패턴은 전력 피크를 유발하고, 일부 지역에선 변압기 과부하, 정전 사고까지 발생하는 실정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현재의 충전 패턴이 지속된다면 발전시설을 20% 이상 추가 확충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이 문제를 해결할 수단으로 주목받는 것이 바로 스마트 그리드 기반의 V2G(Vehicle-to-Grid) 기술이다. 전기차 배터리를 단순한 저장 장치가 아닌, 양방향 에너지 공급원으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전력이 부족할 땐 차량에서 전기를 꺼내 쓰고, 남을 땐 다시 저장하는 구조로, 스마트 그리드 없이는 불가능한 기술이다. 현재 정부는 제주도를 중심으로 V2G 실증 사업을 확대 중이며, LS일렉트릭을 비롯한 민간 기업들도 V2G 기술 상용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SWOT 분석을 통한 LS일렉트릭의 전략 도출

급변하는 스마트 그리드 산업 환경 속에서, LS일렉트릭은 어떤 내부 역량과 외부 기회를 바탕으로 성장 전략을 짤 수 있을까?


SWOT 분석을 통해 LS일렉트릭의 전략적 입지를 정리해본다.


1. 자사의 강점 (Strength)

① 폭넓은 제품 포트폴리오와 재무 건전성

LS일렉트릭은 전력기기, 자동화, 에너지솔루션 등 다양한 분야에서 매출을 창출하고 있으며, 산업군 간 수익 구조가 분산되어 있어 외부 충격에 강한 구조를 갖추고 있다. 2024년 기준 매출은 4조 2,310억 원, 전년 대비 26% 성장했고, 주요 재무 지표(부채비율, 유동비율 등)에서도 안정적인 수치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R&D 투자 확대와 수익 안정성의 선순환 구조를 갖춘 점은 기술 기반의 성장 전략을 뒷받침하는 핵심 기반이다.


② 글로벌 인증 기반의 해외 진출 역량

LS일렉트릭은 2022년 국내 전력기기 업계 최초로 북미 UL 인증을 획득했다. UL 인증은 미국 전력 계통 내 안전 요건을 충족했음을 증명하는 핵심 인증으로, 이를 통해 북미 23개 주에서 제품 안전성을 공식 인정받았다. 이는 미국 내 스마트 그리드 및 ESS 사업 확장에 필수적인 사전 요건을 선제적으로 확보했다는 점에서, 전략적 우위로 작용하고 있다.


2. 자사의 약점 (Weakness)

① 높은 내수 시장 의존도와 정책 민감도
2023년 기준 LS일렉트릭 매출의 50% 이상이 국내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이 중 대부분이 한국전력 등 정부 기관 발주에 기반한다. 한전의 재무 건전성 악화나 정부 정책의 변화에 따라 수주 실적이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구조인 것이다. 이는 사업의 확장성과 안정성 모두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② 소프트웨어 및 서비스 분야 역량 부족
하드웨어 중심의 전통적인 강점은 여전히 유효하지만, 스마트 그리드 산업은 AI 기반 에너지 관리 시스템(EMS), 클라우드 데이터 분석, SaaS 기반 에너지 서비스로 중심축이 이동하고 있다. 현재 LS는 이러한 고부가가치 분야에서 시스템 통합 기술과 클라우드 최적화 역량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며, 글로벌 선도기업들과 비교해 서비스 포트폴리오도 협소한 편이다.


3. 자사의 기회 (Opportunity)

① 글로벌 스마트시티 및 클라우드 EMS 수요 증가
전 세계적으로 탄소중립, 도시 재구조화 흐름이 이어지며, 스마트시티 인프라 구축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특히 에너지 분야는 스마트시티의 핵심 영역으로, 클라우드 기반의 EMS 수요가 연평균 29% 성장 중이다. LS는 자체 EMS 플랫폼 ‘Smart Energy Insight’를 보유하고 있고, LG유플러스 등과 협력 경험도 갖춰 이 기회를 적극 활용할 수 있다.


② 정책 기반의 스마트 그리드 성장 환경 형성

그림3.jpg 출처: 산업일보

한국의 분산에너지 특별법,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은 모두 스마트 그리드와 ESS 도입을 장려하고, 기업의 인프라 투자를 유도하는 방향으로 설정되어 있다. 이는 기술적 기반을 이미 보유한 기업에게는 정책을 따라가는 것이 아닌, 정책을 이끄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환경을 뜻한다.


4. 자사의 위협 (Threat)

① 글로벌 금리 상승과 고정비 구조
전력 인프라 사업은 설비 투자비와 유지비가 크고, 회수 기간이 긴 장기 프로젝트 중심이다. 글로벌 금리가 상승하며 대규모 프로젝트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고, 이는 LS와 같은 고정비 구조의 기업에게 수익성 악화와 신규 수주 위축이라는 이중 리스크를 초래할 수 있다.


② 원자재 가격 변동성과 공급망 병목
전력기기의 핵심 재료인 구리, 알루미늄, 반도체 부품 등의 가격 불안정성과 공급망 지연은 제조 기반 기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특히 반도체 부품 수급 문제는 배전기기 납기 지연, 고객사 대응력 저하로 이어지며, 글로벌 시장 신뢰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러한 분석을 바탕으로 했을 때, LS일렉트릭은 내수 의존 구조와 소프트웨어 역량의 한계를 인식하고, 글로벌 스마트시티 수요 확대와 정책 기반 산업 성장을 기회 삼아, 해외 진출을 본격화하고 디지털 역량을 강화하는 자사 핵심 전략을 내세워, 고부가가치 솔루션 중심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해 나가는 WO 전략을 취해야 한다.



그렇다면, LS일렉트릭은 어떤 세부 전략을 취해야 할까?

전략1) 북미 맞춤형 생산기지 확보를 통한 현지화 전략

글로벌 전력 장비 시장은 이제 단순한 제품 경쟁이 아니라 정책 대응과 공급망 안정성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은 자국 내 생산 제품에 보조금을 제공하며 수입 제품에 불리한 구조를 만들었고, 미·중 무역 갈등 장기화는 한국 기업들에게 북미 현지 진출을 더욱 절실하게 만들었다. 이러한 흐름에 대응해 LS일렉트릭은 가격 경쟁력 확보와 고객 맞춤형 납기 대응을 목표로, 2023년 10월 미국 텍사스주에 대규모 부지를 매입하고 배전 시스템 생산 공장 건설에 착수했다. 이 부지는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인근에 위치해 있어 전략 고객 대응의 시너지 효과가 기대되며, 2025년 상반기 완공을 목표로 현지화 기반 구축이 진행 중이다.


전략2) SST 기반의 초고속 EV 충전 인프라 기술 개발
그림5.png 출처: IEEE

전기차의 급속한 보급은 에너지 산업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하지만 충전이 특정 시간대에 몰리면서 기존 전력망에 과부하가 걸리고, 이에 따라 변압기 고장, 정전, 전력 품질 저하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특히 EV 충전 인프라가 고속·대용량·안전성을 모두 충족해야 하는 상황에서, LS일렉트릭은 반도체 기반 차세대 변압기인 SST(Solid-State Transformer)에 주목했다. SST는 전력 변환 효율을 높이고 스마트 그리드와 연동해 정밀 제어가 가능하기 때문에, 향후 EV와 분산 에너지 시대의 핵심 인프라로 주목받고 있다. 이에 LS는 2024년 1월 CES에서 EVSIS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SST 기반 충전 인프라 공동 개발에 돌입했으며, 한국전력과의 실증 사업을 통해 안양 R&D캠퍼스에서 기술 상용화를 위한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전략3) 데이터센터 특화 통합 전력 솔루션 출시

AI와 클라우드 기술의 급속한 확산으로 인해 대규모 데이터센터가 세계 각지에 들어서고 있으며, 이로 인해 단일 시설이 사용하는 전력량이 중소도시 전체의 사용량을 넘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기존 데이터센터는 설비가 분산돼 있어 운영 효율이 낮고, 전력 손실이나 유지보수 비용이 과도하게 발생하는 구조였다. 이에 LS일렉트릭은 데이터센터 특화 전력 시스템으로 설계된 ‘GridSol PowerONE’을 2024년 4월 공식 출시하며, 기존 개별 설비들을 하나의 통합 솔루션으로 대체하는 전략을 제시했다. 이후 LS는 일론 머스크의 AI 스타트업 xAI에 배전반을 공급하며 성과를 거뒀고, 2025년 3월에는 북미 빅테크 기업과 1,600억 원 규모의 공급 계약을 체결하며 전략의 실효성과 경쟁력을 입증했다.



LS일렉트릭 전략에 대한 개인적인 의견

첫 번째 전략은, 북미 맞춤형 생산기지를 확보함으로써, 글로벌 보호무역 기조와 정책 변화 속에서 선제적으로 대응한 점이 인상적이다. 특히 삼성전자 등 전략 고객과의 지리적 인접성은 납기와 협업 측면에서 긍정적 효과를 낼 수 있으며, 이는 향후 수주 경쟁력에도 강점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IRA 같은 정책 유인은 정치·외교적 변수에 따라 불확실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는 특정 지역 의존도를 줄이고 공급망 다변화를 병행하는 전략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 전략은, SST 기반의 초고속 EV 충전 인프라 기술을 개발함으로써, 기술 차별화를 통한 미래 전력망 주도권 확보를 시도한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특히 CES 전시와 실증 사업 등 구체적 실행 단계를 거치며 시장성을 검증해가는 과정이 체계적이다. 다만, SST는 상용화 초기 단계인 만큼, 초기 투자 비용과 수익 모델 구축이 주요 과제로 남는다. 이에 따라, 기술 표준화 주도나 관련 규제 대응을 위한 협의체 활동, 그리고 유럽 등 고효율 인프라 수요가 높은 지역 중심의 전략적 진입이 병행될 필요가 있다.


세 번째 전략은, AI 시대의 전력 수요 증가에 맞춰 데이터센터 전력 인프라 시장에 본격 진입한 사례로, GridSol PowerONE 출시 및 글로벌 빅테크와의 계약은 실행력 측면에서 매우 주목할 만하다. 특히 단일 설비로 분산된 인프라를 통합함으로써 공간, 비용, 유지관리의 복합적 효율을 개선했다는 점은 차별적 강점이다. 다만, 기존 대형 데이터센터 사업자들이 자체 설비와 시스템에 대한 높은 고착도를 보이는 만큼, 새로운 솔루션을 도입하게 할 수 있는 레퍼런스 마케팅, 사용자 교육, 장기 유지보수 신뢰도 확보 전략이 함께 요구된다.



스마트 그리드를 둘러싼 기술과 시장의 변곡점에서, LS일렉트릭의 행보가 어떤 산업적 전환점을 만들어낼지 기대해보자.


고려대 불어불문학과 정상곤 / tkdrhslrhsl335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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