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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을 넘어, 환경 전체를 움직이는 마이크로바이옴

TREND INSIDE

마이크로바이옴이란?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은 인간을 포함해 동식물, 토양, 해양, 대기 등 모든 환경에 서식하거나 공존하는 미생물과 그 유전정보 전체를 의미한다. 마이크로바이옴 기술은 개별 미생물이 아닌, 이들의 상호작용과 군집 생태계 전체에 주목하는 기술로 하나의 생태계를 조율하고 설계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비인간 마이크로바이옴의 특징

기존의 마이크로바이옴 기술은 주로 인간의 장, 피부, 구강 등 내부 생태계에 주목해왔다. 특히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은 소화, 면역, 정신 건강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분변 미생물 이식(FMT), 프로바이오틱스, 개인 맞춤형 장내 분석 서비스 등 다양한 헬스케어 응용이 활발히 이루어져 왔다. 이처럼 인간 마이크로바이옴은 ‘인체 내 균형 유지와 건강 증진’이라는 목적 아래 발전해온 기술이다. 반면, 비인간 마이크로바이옴은 인간의 몸 밖 생태계, 즉 토양, 수질, 대기, 식물 뿌리, 해양 등 인간 외부 환경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본질적인 차이를 지닌다. 이러한 환경 속 미생물은 단순히 특정 기능을 수행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환경 전체의 순환과 균형에 관여한다. 가령 토양 미생물은 탄소 저장, 질소 고정, 중금속 분해, 작물의 면역력 강화 등 다층적인 생태계 기능을 수행한다.



비인간 마이크로바이옴이 부상하게 된 배경은?

첫째로, 사회적 배경으로는 기후플레이션의 심화와 지역사회 내 환경 갈등의 확산을 들 수 있다.

기후 변화로 인한 작황 부진과 식자재 수급 불안정은 식량 가격을 급격히 끌어올리고 있으며, 이로 인해 생존을 위한 먹거리 확보가 점점 더 큰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농촌 지역에서는 대규모 축산단지에서 발생하는 악취, 분뇨 문제로 인해 지역 주민 간 갈등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으며, 환경 민원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맥락 속에서, 화학적 대응책에 한계를 느낀 지역사회는 미생물 기반의 생물학적 해결 방식을 요구하고 있으며, 비인간 마이크로바이옴은 주민 수용성과 지속 가능성 모두를 충족시키는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둘째로, 환경적 배경으로는 토양·수질 오염의 심각성과 기존 정화 기술의 한계가 있다.

산업화 이후 축적된 오염물질은 농지와 하천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으며, 특히 중금속, 미세 플라스틱, 유기오염물질 등의 문제는 화학약품이나 기계적 처리만으로는 완전히 제거되기 어렵다. 기존의 정화 방식은 처리 비용이 높고 생태계 교란 가능성도 존재해 지속가능성과는 거리가 멀다. 이에 반해 마이크로바이옴 기술은 오염된 생태계 내에 존재하는 토착 미생물을 활용해 자가 정화 능력을 끌어올리고, 생물다양성까지 회복시키는 친환경적 방식으로 평가받고 있다. 따라서 환경 문제를 '정비'가 아닌 '회복'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새로운 접근이 비인간 마이크로바이옴을 통해 실현되고 있다.


셋째로, 기술 배경으로는 유전체 분석 기술과 AI 기반 생물정보 처리 기술의 발달이 있다.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NGS)을 통해 수십억 개의 미생물 유전 정보를 해독할 수 있게 되면서, 이제는 특정 환경에 존재하는 미생물 군집을 정밀하게 분석하고 재구성할 수 있는 기술력이 갖춰졌다. 여기에 머신러닝과 바이오인포매틱스를 기반으로 한 알고리즘이 결합되면서, 어떤 미생물 조합이 어떤 기능을 발휘하는지 예측할 수 있는 수준까지 도달하고 있다. 특히 복합균주 배양 기술, 미생물 서방형 제형 기술, 극한환경 생존 캡슐화 기술 등이 상용화되면서, 미생물 기반 솔루션은 과학이 아닌 실질적인 ‘도구’로서 현실 문제 해결에 투입되고 있다.


넷째로, 정책 배경으로는 정부의 그린바이오 산업 육성과 마이크로바이옴 인증제 도입 추진이 있다.

농촌진흥청과 해양수산부 등은 각각 농업과 수산업에 특화된 미생물 기반 기술을 전략 산업으로 지정하고 있으며, 관련 기업과 연구소에 대한 R&D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정부는 2030년까지 마이크로바이옴 관련 산업 고용 인력을 두 배로 확대하고, 산업 표준화를 위한 인증제도를 단계적으로 도입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상태다. 또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탄소 중립형 농축산 기술 개발 로드맵’에도 마이크로바이옴 활용이 포함되며, 제도적 기반 역시 함께 다져지고 있다. 이러한 정책적 기반은 향후 비인간 마이크로바이옴의 확산을 가속화할 수 있는 중요한 촉진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비인간 마이크로바이옴의 구체적 기업 사례는?

1) 코드오브네이처

image01.png 출처: 코드오브네이처

코드오브네이처는 이끼 포자와 공생 미생물을 활용해 황폐한 토양을 친환경적으로 복원하는 스타트업이다. 핵심 제품인 ‘모스비(Mosby) 토양복원 키트’는 이끼 포자 배양액, 공생 미생물액, 영양 공급액으로 구성되며, 물에 희석해 드론으로 손쉽게 살포할 수 있다. 이끼가 토양에 착생하면 탄소와 유기물 함량이 높아지고, 미생물 활성화로 생태계가 자연스럽게 회복되는 구조다. 실제로 제주 돈내코 오름 산불 피해지와 충남 태안 간척지에서 20만㎡ 이상의 토양을 복원하고, 식물 흡수 가능한 인(P) 함량을 최대 72배까지 높이는 성과를 냈다. 이 기술은 기존의 화학약품이나 열처리 방식보다 친환경적이고 경제성도 뛰어나, 2024년 동남권 혁신기관 공동 IR 설명회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같은 해 CES에서는 미국 연구진과 달 토양 복원 협력을 공식화하며, 우주 생태계 복원이라는 새로운 분야로도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


2) 케이바이오

image02.png 출처: 한국농기계신문

케이바이오는 축산 농가의 악취와 온실가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마이크로바이옴 기반의 친환경 사료를 개발한 스타트업이다. 기존 축산 환경에서는 메탄, 이산화탄소 등 유해가스와 암모니아로 인한 악취가 심각한 문제로 지적돼 왔다. 케이바이오는 이 문제에 대응해, 메탄 생성 효소를 억제하고 암모니아 농도를 동시에 줄이는 기능성 미생물 사료를 개발했다. 이 사료는 돼지의 소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메탄가스를 감소시키고, 악취의 주요 원인인 암모니아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인다. 2024년 여름, 안동의 대형 양돈 농가인 이화축산에서 약 2만 마리를 대상으로 한 현장 실증 실험에서는 95% 이상의 악취 저감 효과를 입증했다. 케이바이오는 앞으로도 축산업과 환경 보호를 동시에 고려하는 솔루션을 확대하며, 친환경 기술의 상용화를 더욱 가속화할 계획이다.



비인간 마이크로바이옴의 전망과 한계는?
*전망

[기후변화 대응 전략으로 주목받는 토양 마이크로바이옴]

토양 마이크로바이옴은 탄소와 질소 순환을 조절하고 토양의 탄소 저장 능력을 향상시켜 기후변화 대응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건강한 토양이 대기보다 더 많은 탄소를 저장할 수 있다고 강조하며, 이는 생태계 복원력 강화와도 연결된다. 현재는 토착 미생물을 이식하거나 유기자원을 투입해 토양 내 마이크로바이옴의 탄소 저장 기능을 촉진하는 연구가 활발하며, 이는 실현 가능한 기후 리스크 완화 전략으로 평가된다. 특히 기후 특성에 따라 건조 지역에는 수분 보존 미생물, 습지 지역에는 메탄 저감 미생물을 적용하는 맞춤형 접근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활용 가능성이 크다.


[스마트팜과 연계된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정밀농업 확대]

스마트팜 기술과 마이크로바이옴 분석이 결합되며, 마이크로바이옴은 정밀농업의 핵심 자원으로 부상하고 있다. 드론과 토양 센서를 통해 실시간으로 미생물 군집을 모니터링하고, 작물에 필요한 미생물을 정밀하게 공급하거나 병해를 사전에 예측·예방하는 기술이 발전하고 있다. 밭의 위치별 미생물 분포를 분석해 수분·영양을 맞춤 공급하는 방식은 자원 효율성과 생산성을 동시에 높인다. 축산 분야에서도 가축 분변 속 미생물을 분석해 질병을 조기에 감지하고 사료 구성을 최적화하는 기술이 상용화되고 있어, 농축산업 전반에 걸쳐 데이터 기반 마이크로바이옴 활용이 확대될 전망이다.


*한계

[국가마다 상이한 규제로 인한 상용화 지연]

마이크로바이옴 기술의 상용화는 국가별 규제 차이로 인해 속도가 지체되고 있다. EU는 2022년부터 미생물 비료 및 생물자극제에 대한 통합 규정을 마련했지만, 독일·프랑스 등은 별도의 인증과 추가 시험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은 유전자 변형 미생물의 환경 방출 시 독성물질관리법(TSCA) 심사를 의무화하고 있으며, 국내는 미생물 비료와 생물농약이 각각 다른 법률로 평가되어 복잡성이 크다. 이처럼 제도와 해석의 차이는 글로벌 통일 유통을 어렵게 만들고, 기술 개발보다 규제가 상용화의 걸림돌이 되는 상황이다.


[지적재산권 보호의 불명확성으로 인한 상업화 한계]

마이크로바이옴 제품은 자연 유래 미생물이 많고 환경에 따라 조성 변화가 커 특허 보호에 한계가 있다. 개별 균주는 특허 대상이 아니며, 군집 조성도 변동성이 커 지식재산권 확보가 어렵다. 기업들은 조합 방식이나 적용 용도에 대한 특허를 시도하지만, 유사 조합으로의 우회가 가능해 상업적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 이로 인해 투자 유인이 줄고 장기적인 기술 개발 의지도 저하될 우려가 있다. 업계에서는 이에 대응해 표준화된 분류 체계 구축과 선행기술 데이터베이스 마련 등을 요구하지만, 제도화는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고 있다.




비인간 마이크로바이옴에 대한 작성자의 인사이트는?

*해당 단락은 2주간 해당 트렌드를 조사한 작성자의 주관적 예측을 바탕으로 한 의견입니다.


1) 친환경 건축 시장에서 ‘미생물 건축 소재’ 경쟁이 본격화될 것이다.

세계 건축산업은 전체 탄소 배출량의 약 39%를 차지할 만큼 환경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친환경 건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균사체와 같은 미생물을 활용한 건축 소재가 주목받고 있다. 균사체는 버섯의 미세 섬유조직으로, 폐목재와 결합해 생분해성 벽돌로 가공할 수 있다. 글로벌 건축사무소 PLP 아키텍처는 이를 활용한 모듈형 벽돌로 내구성과 환경성을 동시에 갖춘 차세대 소재의 가능성을 입증했다. 국내 건설사들 역시 ESG 경영과 탄소중립 목표에 발맞춰 관련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어, 미생물 기반 건축 자재의 상용화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2) 중금속 오염토지 정화기술의 발전으로 도심 내 유휴 부지의 가치가 재조명될 것이다.

국내에는 약 2만 6천여 곳의 오염토양 관리 대상 부지가 존재하며, 이로 인해 도심 내 유휴지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최근에는 이러한 오염토지를 친환경적으로 정화하는 기술들이 주목받고 있다. 토양 세척법은 중금속을 물리적으로 제거하는 방식으로 상용화가 진행 중이며, 식물복원기술은 비교적 시간이 걸리지만 비용 대비 효과가 높아 지속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미생물 기반 정화 기술이 결합되면서, 활용되지 못했던 도심 속 부지들이 재개발 가능 지역으로 재조명되고 있다. 이에 따라 관련 토지의 부동산 가치도 점차 상승할 것으로 기대된다.


3) 폐기물 재활용 시장에서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바이오마이닝’ 기술이 핵심으로 부상할 것이다.

폐기물 발생량 증가로 자원 고갈과 환경 오염 문제가 심화되는 가운데, 유용 자원을 효율적으로 회수하는 ‘바이오마이닝’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이 기술은 미생물을 활용해 금속 등을 추출하는 방식으로, 기존 화학 처리보다 친환경적이고 비용 효율성도 높다. 실제로 폐배터리 재활용 분야에서는 리튬과 코발트를 미생물로 회수하는 기술이 개발되어 회수율을 높이고 유해 폐기물 처리 부담을 줄이고 있다. 앞으로 바이오마이닝은 폐기물 자원화의 패러다임을 전환하며, 글로벌 시장에서의 도입 경쟁이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4) 희귀 반려동식물 시장에서 ‘미생물 기반 맞춤형 서식지 조성’이 새로운 경쟁력이 될 것이다.

희귀 난초나 양서류처럼 특정 환경에서만 생존 가능한 이색 반려동식물이 프리미엄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서식 조건이 까다로워 일반적인 가정에서는 생존율이 낮다는 한계를 지닌다. 실제로 난초는 특정 미생물과의 공생 없이는 발아와 생장이 어렵고, 양서류도 같은 조건에서 질병에 취약하다. 이에 따라 미생물을 활용해 생물별 맞춤형 서식지를 조성하고 면역력을 강화하는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이러한 기술은 생존율을 높이는 동시에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는 핵심 수단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처럼 마이크로바이옴은 더 이상 실험실 속 미생물이 아닌, 인간을 넘어 환경과 도시 전반의 생태계를 재구성하는 기술로 진화하고 있다. 향후 비인간 마이크로바이옴 트렌드가 우리의 삶과 산업을 어떻게 변화시킬지 기대해본다.


고려대 경영학과 오현지

ohhyunji8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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