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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플라스틱 재활용의 방식에는 무엇이 있을까?
‘폐플라스틱 재활용’은 사용이 완료된 후 버려진 폐플라스틱을 물리적 · 열적 · 화학적으로 재활용하는 것을 뜻한다. ‘물리적 재활용 기술’은 오염의 정도가 심하지 않은 폐플라스틱을 선별하고, 이물질이 묻어 더러운 플라스틱을 세척하는 과정을 통해 재생원료로 재활용하는 방식이며 현재 재활용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열적 재활용 기술’은 플라스틱 폐기물을 발전시설, 시멘트 공정, 보일러 등의 대체 연료로 활용하는 것으로 폐플라스틱을 소각하며 발생하는 열에너지를 활용하는 방식이다. 새롭게 주목을 받고 있는 ‘화학적 재활용 기술’은 화학공정을 통해 폐플라스틱을 분해해 플라스틱의 원료 또는 고분자 형태로 재활용하는 방법으로 폐플라스틱을 전환하는 방식에 따라 열분해, 가스화, 해중합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주목받는 화학적 재활용 기술
세 가지의 폐플라스틱 재활용 기술 중 ‘화학적 재활용 기술’은 종류별 고도분리 작업이나 오염된 폐기물에 대해 크게 민감하지 않아 재활용 대상을 선별하는 과정에서 비용이 줄어들고, 재활용할 수 있는 양도 훨씬 늘어난다. 또한 폐플라스틱 열분해유 1톤 생산 시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폐기물 소각 방식에 비해 1톤 Co2eq를, 석유 기반의 플라스틱 생산에 대비해서는 23톤 Co2eq를 감축해 탄소 중립에도 기여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화학적 재활용 기술은 현재 가장 주목받고 있는 플라스틱 재활용 기술이다.
화학적 재활용 기술은 어떻게 등장한 것일까?
올 11월 부산에서 마지막 회의를 거쳐 2024년 말 체결될 예정인 ‘국제 플라스틱 협약’으로 인해 국제사회에서 맺어지는 플라스틱 관련 규제에 대응할 필요성이 점차 커지는 상황이다. 특히, EU나 국제기구에서는 열적 재활용 기술을 단순한 소각으로 간주하여 재활용의 범주 안에 포함시키지 않고 있기 때문에 새롭게 등장한 화학적 재활용 기술이 더욱 주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 상황에 발 맞춰, 현 정부는 ‘재활용을 통한 순환경제 완성’을 국정과제로 포함하면서, 이를 지원하기 위한 R&D정책 로드맵을 수립 및 추진하고 있다. 2023년 4월 발표된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 계획’에는 화학적 재활용 촉진을 위한 기술 개발이 포함되어 있으며, 2023년 5월 발표된 ‘한국형 탄소중립 100대 핵심 기술’에는 열분해·가스화·해중합기술이 선정되었다.
화학적 재활용 기술의 세 가지 방식인 열분해·가스화·해중합기술은 각각 높은 가능성과 장점을 갖고 있다. 첫 번째 ‘열분해 기술’은 비교적 간단한 분리와 세정과정 만으로 효율적이면서 다양한 제품을 생산한다는 특징을 갖으며, 물리적·열적 재활용 방식과는 달리 한계 없이 재활용이 가능하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가스화 기술’은 향후 수소경제가 도래할 시 폐플라스틱을 활용한 수소 생산 방식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아 주목도가 큰 기술이며, ‘해중합 기술’은 가장 이상적인 화학적 재활용 방식으로 물리적 재활용의 한계점인 품질 저하가 없다는 것이 특징이다.
화학적 재활용 기술을 적극 활용하는 기업은 어디일까?
1) SK지오센트릭
SK지오센트릭은 불순물을 제거하는 정제 공정을 자체 개발한 국내 유일의 기업이다. 해당 기술을 보유한 SK지오센트릭은 1조 7000억 원 가량을 투자해 종합 재활용 단지인 울산 ARC를 조성할 계획이다. 울산 부곡용연 지구 내에 21만 5000㎡ 크기의 단지를 2025년 하반기까지 구축한다는 계획으로 세계 최초로 3가지 플라스틱 재활용 기술인 열분해, 해중합, 고순도 PP추출 기술을 도입한 단지를 통해 친환경 플라스틱 시장을 선점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헤당 단지가 완공되면 연간 약 32만 톤의 폐플라스틱을 처리할 수 있다.
2) 휴비스
합성섬유 제조업체 휴비스는 세계 최초로 폐플라스틱을 화학적으로 재생한 원료를 사용한 저융점 접착섬유(LMF)를 개발했다. LMF에는 휴비스가 산업원천기술개발사업을 통해 개발한 화학적 재활용 방식이 적용되었다. LMF는 낮은 온도에서 녹아 다른 소재들을 접착하는 용도로 사용되는 친환경 폴리에스터 섬유로 자동차, 건축, 위생재 등에 사용될 수 있다. 특히 일반 폴리에스터의 녹는점인 265도보다 현저히 낮은 110~120도 사이에서 녹기 때문에 에너지 사용량을 줄이고 이산화탄소 발생량을 낮출 수 있다. 휴비스는 해당 기술 개발을 통해 기존 물리적 재생 섬유, 생분해 섬유와 함께 화학적 재생 섬유까지 친환경 제품 포트폴리오를 늘리는데 성공했다.
그렇다면, 화학적 재활용 기술의 전망과 한계는 어떨까?
[소비자의 재활용 피로도 감소]
구분이 복잡하고 각각의 소재마다 다르게 적용되는 플라스틱 분리배출 규정으로 소비자는 큰 부담감을 갖고 있는 상황이다. 화학적 재활용은 재활용에 필요한 플라스틱을 수거하는 과정이 크게 까다롭지 않고 비교적 간단한 분리/세정과정만 거치면 된다는 장점이 있다. 이러한 화학적 재활용 기술의 발전을 통해 소비자의 재활용 피로도가 크게 감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AI기술을 활용한 폐플라스틱 선별작업의 활성화]
2023년 9월, 제 30차 정보통신 기술(ICT)규제 샌드박스 심의위원회에서는 AI기술을 통한 폐플라스틱 수거와 선별작업 활성화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었다. 수거와 선별의 어려움 때문에 대다수의 폐플라스틱은 소각되고 매립되는 상태이다. 이러한 상황 속, 1분당 100개의 폐자원을 선별할 수 있는 AI로봇을 투입해 재활용 가능한 플라스틱을 최대한 확보할 계획이다. 국내 최초로 AI기반의 폐기물 선별 로봇 ‘에이트론’은 기존 인력보다 폐기물 선별 속도를 240% 높이고 선별 비용을 266%나 줄일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출처: 한경, 정보통신신문, 에이트테크)
[국내 기업의 원천기술 확보 미흡]
국내 화학적 재활용 시장은 주요 대기업이 초기 열분해 기술개발에서 시장의 규모 문제로 철수한 이후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기술개발이 진행되어 큰 성장을 이루지 못한 상황이다. 또한 국내 주요 대기업은 화학적 재활용 공장을 2026년부터 본격 가동할 예정으로 현재 국내 주요 가동 업체의 시설용량과 재활용량은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또한 IPS(한국, 미국, 중국, 일본, 유럽 5개국 특허청) 전체에서 폐플라스틱의 화학적 재활용과 관련된 특허 중, 10위권 안에 있는 국내 출원인은 없다는 점에서 극복해야 할 과제로 여겨진다.
(출처: KEI 정책 보고서 2022.09)
작성자만의 인사이트는?
*해당 단락은 2주 동안 해당 트렌드를 조사한 작성자의 주관적인 예측을 기반으로 한 의견입니다.
1) 관련 기업은 화학적 재활용 방식에 대한 지속적인 홍보와 교육을 제공함으로써, 소비자들의 플라스틱에 대한 무조건적인 거부반응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플라스틱 사용으로 인한 환경오염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플라스틱 사용에 관한 지속적인 규제가 시행되고 있으며소비자들 사이에서는 플라스틱 사용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증가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린피스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30년 국내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은 연간 약 6,475천 톤으로 예측되며 실 사용량이 크게 줄지 않는 모습이다. 이러한 상황 속 관련 기업은 화학적 재활용 방식과 가치에 대한 지속적인 홍보와 교육을 통해 소비자들의 플라스틱에 대한 무조건적인 부정적인 인식을 줄이고 화학적 재활용의 가치와 효과를 체감하게 해야 한다.
2) 특정 시즌을 겨냥한 상품으로의 적용이 확대될 것이다
명절과 같은 특정한 시즌 내 선물 세트 포장재 폐기물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는데, 정부는 과대포장 점검을 실시했지만 큰 효과를 얻지 못했다. 이러한 상황 속 관련 기업들은 명절 특수를 겨냥함과 동시에 환경을 생각하는 친환경 기업으로의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 상품과 상품 패키징에 화학적 재활용 플라스틱 적용을 늘려나갈 것이다.
3) 자사의 사업 범위를 확장하고, 화학적 재활용을 위한 원료로써 폐어구의 활용이 증가할 것이다
수거 이후 육상에 쌓여가고 있는 어업 폐기물에 대해 사후 처리와 재활용까지 정부가 주도하기에는 예산 및 인력 등의 한계가 존재하는 상황이다. 한편, 화학적 재활용을 원활히 진행하기 위해서는 폐플라스틱 원료 확보에 대한 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 이러한 상황 속 관련 기업들은 해양의 어업 폐기물을 활용함으로써 원료 부족에 대한 문제를 해결할 것이다. 또한 이를 위해 관련 사업 범위를 확장할 것이다.
4) 화학적 재활용 기술을 보유한 국내 기업과 해외 기업의 기술 협력이 증가할 것이다
미국의 Agilyx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자사 열분해 시스템을 이용해 폴리스티렌(PS)을 재활용할 수 있는 설비를 갖춘 기업이다. Agilyx는 타 글로벌 화학업체들과 기술을 개발하거나 생산설비를 신설 중이다. 현재 국내의 각 기업들 사이에서 화학적 재활용 시장 선점을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 속, 해외의 화학적 재활용 기술 리딩 기업들과의 긴밀한 기술협력이 증가할 것이다.
화학적 재활용 기술은 폐플라스틱 재활용을 위한 핵심적인 기술로 주목도가 매우 높은 기술이다. 특히, 종류별 고도분리 작업이나 오염된 폐기물에 대해 크게 민감하지 않다는 특징은 큰 장점으로 다가올 것이다. 향후 화학적 재활용 기술을 통해 우리 사회의 오랜 문제였던 폐플라스틱 재활용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나갈지 주목해보자.
고려대 일어일문학과 윤정이
Jungyee041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