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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체적 한계를 뛰어넘는 새로운 삶의 기술, 에이블테크

TREND INSIDE

에이블테크란

에이블테크(Able-tech)란 '능력'(Ability)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서 의학적 기준에 따른 장애인뿐만 아니라, 노인/임산부 등 신체적 어려움을 겪는 비장애인에게도 도움이 되는 보조기기 및 서비스를 총칭한다.


‘보조공학’에서 ‘에이블테크’로

과거에는 장애로 인해 신체나 감각, 지적인 기능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위한 ‘보조공학’이 휠체어나 점자 등 의료용품이나 보조기기 분야에서만 활용되었다. 하지만 자연어 처리(NLP), 컴퓨터 비전, IoT 기술, 자율주행 기술 등의 IT 기술들과 접목되며 다양한 분야에서 적용이 가능한 범용적 기능으로 확대되었다. 이처럼 보조공학의 기능이 확대됨에 따라, 장애인의 특화된 필요를 대상으로 했던 ‘보조공학’은 신체적 어려움을 겪는 비장애인으로 대상이 넓어지면서 ‘에이블테크’의 개념으로 확장되었다.


에이블테크가 본격적으로 부상한 배경은

사회적 배경을 살펴보면, 장애인에 대한 인식적 장벽이 붕괴되었다는 이유가 주 원인이 된다. 현대인은 다양한 경로로 사고와 질병을 경험하는데, 의료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이러한 사고나 질병을 겪더라도 사망에 이르기보다는 장애를 동반한 생존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더 일반적인 경로는, 시각, 청각, 보행 능력이 점진적으로 저하되는 자연적 노화이다. 과거에는 이러한 변화를 단순한 노화로 여겼지만, 점차 노화를 생활에 큰 제약을 주는 기능 저하로 간주하며 장애와 유사한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후천적 장애나 노화로 인한 기능 저하를 겪는 사용자층이 확대되면서, 장애인에 대한 인식적 장벽이 붕괴되고 에이블테크의 활용도가 높아진 것이다.


‘의존적 지원 기술’에서 ‘자립적 지원 기술’로의 패러다임이 전환되었다는 소비자 배경 또한 에이블테크의 발전을 이끈 원인 중 하나로 꼽을 수 있다. 과거의 보조기기는 주로 타인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의존적 지원 기술'에 초점을 맞추었다. 그러나 장애인 1인 가구 비율이 점차 증가해 지난해 26%를 기록하면서, 사용자 스스로 일상생활을 독립적으로 영위할 수 있도록 돕는 기술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다. 이는 외부의 도움 없이 문제를 해결하며 자기효능감을 느끼고자 하는 욕구와 맞물리며 에이블테크의 발전을 이끌었다.(출처: 보건복지부)


햅틱 디스플레이의 발전은 기술적 측면에서 에이블테크의 혁신적인 발전 요인으로 여겨진다. 기존의 햅틱 디스플레이는 주로 픽셀 돌출이나 진동 등을 이용해 제한된 촉각 피드백만을 제공하는데 그쳐, 시각 장애인에게는 점자 이상의 정보를 제공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2024년 4월 한국전자통신연구원에서 개발한 햅틱 디스플레이는 점자 외에도 그림이나 도형 등의 시각 정보를 촉각으로 인식할 수 있어 시각 장애인에게 정보 습득의 폭을 넓히고 있다. (출처: 오마이뉴스)


에이블테크를 활용한 사례는 어떤 것이 있을까

1)하이코어- 인공지능 기반 휠체어 개발 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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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기반 휠체어를 개발하는 기업인 하이코어는 현대차그룹, KT, 한진 등과 협업하여 자율주행 휠체어를 제작했다. 2022년 12월부터는 KT와 협업해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자율주행 휠체어 40대를 실제로 운영 중이다. 이 자율주행 휠체어는 라이다 센서와 카메라, 초음파 센서를 통해 주행 환경을 인식하며, 수집된 주행 정보를 휠체어 모터에 반영하여 자율적으로 움직이고 장애물을 피한다. 이러한 기술 덕분에 육체적 이유로 보행이나 이동이 불편한 상황 뿐 아니라 시각/청각에 어려움을 겪는 사용자들도 보호자의 도움 없이 목적지까지 이동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다양한 이동 취약계층에게 유용한 솔루션으로 주목받고 있다. (출처: 동아일보, 로봇신문)


2)닷- 점자 기술 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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닷은 세계 최초로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태블릿 ‘닷 패드’와 점자 스마트워치 ‘닷 워치’를 개발한 기업이다. 닷 패드는 실시간 반응형 햅틱 디스플레이를 통해 태블릿 화면을 점자로 표시하여, 시각장애인이 별도의 점자 프린트 없이 즉각적으로 점자와 촉각 이미지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 또한, 닷 워치는 발신자 이름, 알림, 메시지를 점자로 변환해 시각장애인이 기존 스마트워치 기능을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게 돕는다. 뿐만 아니라, 점자 출력, 음성 안내, 높이 조절 기능을 포함한 유니버설 디자인이 적용된 키오스크인 ‘닷 모듈’을 2024년에 상용화하여 시각장애인뿐 아니라 비장애인에게도 편리한 접근성을 제공하는 기술로서 ‘베리어프리’를 실현하였다. (출처: 브랜드브리프)


그렇다면 에이블테크의 전망과 한계는?

[에이블테크의 공공인프라 필수화]

에이블테크가 모든 공공시설과 교통 인프라에 필수 요소로 자리잡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공공기관과 공공시설에서의 차별없는 접근성을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을 통해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규정은 주로 기본적인 음성 안내와 자막 제공에 그치는 정도에 머물러 있기에, 실질적으로 모든 사용자의 다양한 접근성 요구를 충분히 충족하지 못한다. 앞으로 에이블테크는 이러한 한계를 넘어, 공공시설 내 주요 정보가 청각 및 시각 보조기기에 실시간으로 연동되어 제공되거나, 자율주행 휠체어가 대중교통과 연계되어 앱으로 호출 및 예약이 가능하고 맞춤형 안내를 제공하는 서비스 등이 필수 인프라로 자리잡을 것이다.


[의료 데이터 및 기관과의 연동을 통한 체계적 지원]

에이블테크가 의료 데이터와 연동됨에 따라 추후 사용자는 보다 정교하고 즉각적인 의료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될 것이다. 에이블테크의 보조기기에서 수집된 심박수, 혈압 등의 생체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여, 특정 기준치를 초과하거나 위험 상태가 감지되면 즉시 자동으로 의료진에게 알림을 보내어 가장 가까운 의료 기관이나 구급대에서 즉각적인 조치를 제공하는 구조가 마련될 것이다. 또한, 보조기기에 누적된 사용자의 활동량, 운동 패턴, 수면 상태 등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사용자의 생활 습관을 개선할 수 있는 맞춤형 피드백을 제공함으로써, 최적의 치료와 예후 관리 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건강 관리를 위한 체계적 지원이 가능해질 것이다.


[비가시적 데이터 감시 문제]

에이블테크는 사용자의 데이터를 수집하여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이러한 데이터가 사용자의 인식 없이 지속적으로 수집되면서 비가시적 데이터 감시 문제가 부각되고 있다. 기존 보조공학과 달리, 에이블테크는 훨씬 광범위한 생체정보를 다루지만, 기존 개인정보보호법은 이에 대한 정의조차 내리지 못하면서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치명적인 위험을 초래한다. 이에, 첨단 기술 기반의 개인화된 데이터 사용으로 특수한 상황을 다루는 에이블테크를 현행법만으로 충분한 규제가 어려운 실정이다.


[높은 비용으로 인한 제한된 사용자]

에이블테크 기기는 고도의 기술력과 맞춤형 설계가 필요한 경우가 많아 일반적으로 가격이 높기에 대중적인 접근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다. 예를 들어, 인공와우는 청각 장애인을 위한 필수적 기기지만, 기기 가격과 수술·유지 비용이 천만 원을 넘어 경제적 취약 계층이 접근하기 어렵다. 또한, 자율주행 휠체어 역시 고가의 센서와 자율주행 소프트웨어가 필요해 수천만 원에 이르는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어, 일부 사용자들만 이용할 수 있다.


에이블테크에 대한 작성자만의 인사이트는 어떨까

*해당 단락은 2주 동안 해당 트렌드를 조사한 작성자의 주관적인 예측을 기반으로 한 의견입니다.


1) 에이블테크가 정신적 장애 및 어려움에 대한 포괄적 지원 도구로 자리잡을 것이다.

에이블테크는 신체적 장애를 지원하는 기술에서 나아가, 정신적 장애와 심리적 어려움까지 포괄적으로 지원하는 도구로 확장될 것이다. 예를 들어, ADHD 사용자를 위해 뇌파 기반 집중 모니터링 기기가 실시간으로 집중 저하를 감지하고, 시각적 피드백을 통해 집중을 높이도록 돕는 것이다. 또한,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겪는 사용자에게는 개인화된 AR 환경을 통해 감각 과부하 상황에서 시각적 환경을 차분하게 전환하거나, AI가 상황에 맞는 음악이나 백색소음 등 청각적 피드백을 제공하여 감각 자극을 조절해 심리적 안정감을 줄 수 있다.


2) 채용부터 업무 적응까지 포괄적으로 책임지는 통합 플랫폼의 등장할 것이다.

에이블테크의 기능 확대를 통해 장애인과 신체적 어려움을 겪는 비장애인의 채용부터 업무 적응까지 포괄적으로 지원하는 통합 플랫폼이 도입될 것이다. 이 플랫폼은 AI 기반 적응력 매칭을 통해 장애인의 세부 역량과 기업의 직무 요구를 정밀 분석하고, 장애인에게 최적화된 기업만을 추천함과 동시에, 채용 전에 VR 직무 시뮬레이션 기능으로 장애인과 기업이 실시간으로 직무 적응 가능성을 평가하여 장애인 의무 고용에 대한 부담을 덜고, 채용 리스크를 획기적으로 줄일 것이다. 채용 후엔, 초개인화된 다중 감각 지원 시스템을 통해 장애인 직원이 필요한 업무 정보를 장애 유형에 맞춰 점자, 음성, 실시간 자막 등을 자동으로 활성화하여 제공할 것이다.


3) 에이블테크에 대한 구독 서비스가 도입될 것이다.

보조기기 구독 서비스가 활성화되어, 일시적 신체적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까지 부담없이 보조기기를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될 것이다. 이러한 시스템에서는 일시적인 다리 부상으로 보행 보조기구가 필요한 사용자는 구독 방식을 통해 필요한 동안만 기기를 사용하고, 회복 후 반납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사고나 부상으로 재활 기기가 필요해진 사용자는 구독을 통해 필요한 기간만 기기를 사용할 수 있어 초기 비용 부담을 대폭 줄일 수 있을 것이다.


4) 에이블테크가 문화 산업으로 확대되어 감각 극대화를 통해 몰입감을 강화할 것이다.

에이블테크는 음악, 전시 등 문화 산업에서 감각적 몰입감을 강화하여 신체 기능의 제약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것이다. 예를 들어, 청각장애인을 위한 음악 감상 환경에서는 시각적 파형 LED가 음악의 리듬과 분위기를 색상과 밝기 변화로 표현하며, 촉각 피드백 장치는 손끝 진동을 통해 리듬을 전달하여 청각적 제약을 극복하게 한다. 또한, 시각장애인을 위한 전시 환경에서는 AI 기반의 음성 안내 시스템이 작품의 시각적 특징과 질감을 생동감 있게 설명하고, 중요한 순간에 맞춰 3D 음향 위치 추적 기술이 작품의 위치와 크기를 입체적으로 전달해 관람자가 전시 공간을 깊이 이해하도록 돕는다.



기술이 단순히 불편을 보완하는 수준을 넘어 인간의 가능성을 새롭게 정의하는 시대, 에이블테크는 혁신과 포용의 상징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는 특정 사용자층만을 위한 보조기기를 넘어,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를 허물고 누구나 동등한 삶의 질을 누릴 수 있도록 돕는 기술적 진보의 정점이다. 에이블테크가 만들어나갈, 누구나 제약 없이 자신의 삶을 온전히 누릴 수 있는 세상을 기대해보자.


고려대 행정학과 이수연

lsuay081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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