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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관 입장권 부과금은 무엇이고 어떻게 폐지되었는가
영화관 입장권 부과금이란 영화발전기금(이하 영발기금)의 조성을 위해 영화진흥위원회가 판매액 연 10억 원 이상의 상업적인 영화 상영관을 대상으로 영화 상영관 입장권 가액의 3%를 부과금으로 징수하는 부과금이다. 코로나19 이전에는 대체적으로 매 해 500억 원 가량이, 시장이 침체된 2023년에는 179억 원이 징수되었다. 애니메이션영화, 소형영화, 단편영화 또는 영화진흥위원회가 인정하는 예술영화를 연간 상영 일수의 60% 이상 상영하는 영화 상영관은 "전용 상영관"으로 분류되어 징수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러한 영화관 입장권 부과금은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이하 영비법) 제24조에 의거하여 2007년 7월 1일부터 2024년까지 징수되어 왔다.
2007년 이래로 부과되어 온 입장권 부과금은 2014년에 1차 연장, 2021년에 2차로 연장될 때마다 존폐 여부를 두고 갑론을박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코로나19로 극장업계가 침체에 빠진 당시 상영관들은 부과금 징수가 폐업을 목전에 상영관들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정책이라며 폐지를 요구하였지만, 이는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정부는 부과금 징수 기한을 2028년으로 연장하였다. 이에 상영관들은 손실을 최대한 메우기 위해 2020년부터 2021년, 2022년, 3년간 세 차례 관람료를 인상했고 결과적으로 영화 관람료는 3년 전에 비해 25% 인상되었다. 해당 기간 동안 인상된 관람료는 당시의 평균 물가상승률인 3.2%를 웃돌았기에 소비자의 가격 인하 요구가 이어졌다.
관람료와 부과금 사이의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2024년 3월 27일 윤석열 대통령은 제23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법정부담금 91개 중 40%인 36개를 폐지·감면하는 대대적인 구조조정 계획의 일부로 영화관 입장권 부과금 폐지를 제안했다. 관련 보도자료를 통해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는 입장권 부과금으로 수익을 보는 이해관계자가 아닌 일반 국민이 부과금을 납부하는 것이 모순적이며, 티켓 구매로 이미 영화 산업 발전에 기여한 관람객에게는 부과금 납부가 이중적인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부과금 징수 폐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의 영화관 입장권 부과금 폐지 관련 계획이 발표된 직후, 영화 제작업 종사자들과 야당 인사들은 이에 반대하는 입장을 표했다. 영화인들은 영화인연대를 꾸려 폐지 정책에 대한 유감을 표하는 성명서를 내었다. 2008년 한시적인 정부의 국고 지급 이래로 영발기금 재원은 주로 영화관 입장권 부과금을 통해 충당되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24년 영발기금의 재원 구성을 살펴보면, 입장권 부과금이 영발기금의 약 76%를 차지하는 최대 재원이었다. 영화인 연대는 팬데믹 이후 영발기금의 부족을 느꼈을 때부터 입장권 부과금에만 의존하기 보다는 기금 재원의 다각화와 안정된 운영 방안 마련을 정부에 촉구했으나, 영화계 입장에선 산업을 마비시킬 정책을 내놓았기에 영발기금 정상화를 위한 로드맵 제시를 요구했다. 야당 인사들은 영화계 의견에 목소리를 더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이하 문체위) 야당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임오경 의원은 문체부와 윤 정부의 폐지 계획에 대해 대안 마련도 없이 영발기금의 유일한 재원을 끊는 행태라며 비판했다.
그러던 12월 10일, 정기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입장권 부과금 징수 폐지를 다룬 영비법 개정안이 통과되었다. 2025년 예산안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부과금 폐지를 다룬 영비법 개정안이 ‘예산 부수 법안’으로 지정되었고, 50개가 넘는 법안이 속전속결로 처리되는 와중에 영비법 개정안도 함께 통과된 것이었다.
영화관 입장권 부과금, 왜 폐지된 것인가
(1) 대외적 원인 : 국민의 권리 보장과 부담 감소
조세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국민이 강제적으로 지게 되는 모든 금전적 부담을 준조세, 별칭 ‘그림자 조세’라고 부른다. 사용료, 수수료, 과태료, 그리고 부담금이 준조세에 해당하며, 국민연금, KBS 수신료, 영화관 입장권 부과금 등이 이에 해당하기도 한다. 비단 영화관 입장권 부과금뿐만이 아니라, 준조세 징수는 징수의 목적과 필요성이 분명히 있어도 징수 과정상 강제성에 의해 재산권 침해, 이중 부담 등의 부정적 여론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러한 준조세 징수에 대한 일반 시민의 반대 여론은 높은 소비자물가와 더해져 더욱 극에 달하고 있다.
이미 관람료를 지불하며 영화 산업의 유지에 도움을 주고 있는데, 준조세라는 이름으로 입장권 부과금을 한 번 더 걷는 것은 이중과세라는 논란이 이어지던 중, 2023년 7월 방송통신위원회는 방송법 시행령을 개정해 한국전력이 준조세에 해당하는 TV 수신료와 전기 요금를 분리 징수하도록 했다. 수신료 납부 의무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기존의 모든 가정에서 TV 수상기를 소지한 가정으로 의무 납부자가 한정되어, 이전에 비해 수신료 납부에 대한 소비자의 선택권이 보장받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영비법 개정 역시 동일한 논리에서 진행이 가능하다 판단되었다고, 소비자도 모르는 사이에 납부되고 있던 부과금을 폐지해 ‘납부를 선택할 권리’를 소비자에게 돌려주고 부과금 납부에 대한 부담을 줄이고자 한 것이다.
(2) 실질적 원인 : 정부의 지지율 회복 시도
윤석열 정부는 2022년 5월 49%의 지지율과 함께 출범했으나, 2023년 연초에도 30%대의 부진한 지지율을 벗어나지 못하고 국정 운영을 시작해야만 했다. 2023년 1월 말에는 상황이 더욱 심각해졌다. 23~25일 양일간 진행한 한국 갤럽의 조사 결과, 윤 대통령의 직무 수행에 대한 부정 평가는 63%에 달했다. 당시 지지율 하락과 반등 부진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것은 영부인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논란이었는데,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논란과 함께 영부인과 관련된 사법 리스크가 연달아 등장한 것이 윤석열 정부의 국정운영 목표인 '따뜻한 정부'와 완전히 반대되는 행보였기 때문이다.
한편 해당 논란으로 인해 중도층의 회의적 여론이 두드러졌는데, 중도층 응답자의 65%가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에 대해 직접 사과해야 하고, 68%는 영부인 사법 리스크 특검 법안에 대해서도 재의결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이런 지지율 감소와 중도층의 부정 여론은 당시 여당과 윤 대통령에게는 더욱 심각하게 체감될 수밖에 없었다. 바로 해당 시기가 바로 2023년 1월, 총선이 세 달 앞으로 다가와 민심 획득과 여론 형성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시기였기 때문이다. 선거의 승패를 결정하는 ‘스윙보터’ 중도층의 부정 의견이 심해진 이상 윤석열 정부에게 민심 회복은 그 어느 것보다도 중요하게 여겨졌을 것이다.
중도층의 부정 여론이 심화되는 한편 물가 상승에 따라 민생 안정 대책의 수립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2023년 12월 29일 통계청의 발표에 따르면 고환율 고금리 여파 속에 2023년 소비자물가 지수는 1년 전보다 3.6% 올랐다. 2023년 초 윤석열 정부가 내건 2%대 물가 상승률 유지 목표는 사실상 공수표가 되어 버린 것이다. 특히 서민경제와 직결된 전기·가스·수도 등 공공성 요금은 작년에 비해 20%나 치솟았고, 농·축·수산물 가격 또한 인상폭이 두 자릿수를 넘어섰다. 체감물가, 즉 생활물가지수 상승률은 3.9%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웃돌게 되어 민생은 더욱 나빠지게 되었다. 2024년 2월 14일 매니페스토본부는 22대 총선 10대 의제를 발표했다. 22대 총선에서 반드시 다뤄야 할 10대 의제 1위로는 ‘고물가 고금리 대책 등 민생 안정(24.3%)’이 선정되기도 했는데, 이를 통해 국민이 시급하게 삶의 질 향상을 필요로 하고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정부도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한 듯, 2024년 1월 2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민생안정을 위해 물가 안정과 내수 활성화를 우선 과제로 꼽은 후 정부 업무보고부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 토론회 형태로 바꿨다. 이러한 윤석열 대통령의 행보는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 신설과 시행을 통한 지지율 회복을 위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고, 3월 27일 대통령이 주재로 개최한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영화관 입장권 부과금 폐지가 논의된 것 또한 동일한 목적을 위해 고안된 것임을 미루어 볼 수 있다.
영화관 입장권 부과금 폐지, 어떤 문제가 발생할까
(1) 영화 산업 안정성 붕괴
부과금 폐지로 인해 영발기금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입장권 부과금으로 운영되는 영진위의 기능은 마비될 가능성이 크다. 운영에 위기를 맞은 영진위는 정부에 자금 조달을 요청하여 인재 육성, 다양성 영화 보존에 필요한 비용을 유지할 수 있지만 정부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져 영진위의 '중립성'은 더욱 모호해지고 말 것이라는 우려가 발생한다. 정부의 도움을 받지 않는다면 한국 영화 발전에 투자되는 비용은 절감되거나 폐지되고 만다.
그렇다면 투자 감소 또는 폐지는 어떠한 영향을 불러오게 될까? 2023년 한국영화 제작비 전수조사에 따르면 한국영화 편당 평균 제작비는 29.9억 원이다. 500만 관객은 달성해야 제작사는 손해를 보지 않는다는 것인데, 분배 구조를 고려하면 제작비 30억 이상의 영화는 흥행에도 제작사는 파산할 수 있다. 그럼에도 영발기금의 투자 지원으로 제작사의 파산이 방지됐었기에 제작사들은 꾸준히 영발기금 재원 다각화를 꾸준히 요구해온 것이었다. 하지만, 제작사의 요청을 간과해 그 존속 여부가 불투명해진 지금 중·소형 영화 제작사의 줄지은 파산까지도 가능해졌다. 이렇게 안정성이 붕괴된 영화 산업은 장기적으로 한국영화의 문화적 수준 저하를 불러올 것이다.
(2) K-무비의 수준 하락
한국영화 산업의 고질적인 문제를 꼽자면 영화의 다양성이 매우 떨어진다는 것이다. 대기업이 영화 산업에 진입한 이후 로맨틱 코미디, 액션 등 시장성이 검증된 일부 장르가 스타시스템과 결합되면서 내용의 획일화가 진행됐다. 이러한 획일화를 방지해 줄 영화가 바로 다양성영화인데, 이들은 타깃 할 관객을 먼저 찾기보다는, 다양한 취향과 관심을 가진 불특정 관객에게 영화를 선택할 수 있는 선택권을 제공해 새로운 소비자를 산업에 유입시킬 수 있다. 즉 다양성 영화는 영화 산업 전체의 저변을 확대할 수 있는 장르이지만, 최근에는 성적 부진을 겪고 있다.
문제는 이렇게 소규모로 제작된 영화가 시장에서 부진한 현상이 부과금 폐지로 인해 더욱 극단적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에서 다양성영화가 관객을 만날 수 있는 방식은 전용 상영관 상영, 다양성영화제 등 극도로 한정되어 있다. 그런데, 전용 상영관의 경우 멀티플렉스 극장사의 독과점 상영이 일반적인 국내에서 보통 30개 내외의 상영관도 잡기도 벅차다. 영진위의 지원의 경우, 고갈 위기에 처해진 영발기금으로 인해 2023년에 이미 독립·예술영화 및 영화제, 지역영화 지원사업의 예산이 대폭 삭감, 폐지되었다. 결론적으로, 부과금 폐지로 '내 집 살림'도 어려워진 영진위는 불가피하게 이러한 지원을 더욱 축소하거나 폐지하여 다양성 영화는 더욱 설 자리가 없어지고, 독창적인 작품이 사라진 채 획일화된 인기 대작만 남은 한국 영화의 풀은 질적으로 쇠퇴할 것이라는 것이다.
(3) 국정 불안 증가
콘텐츠의 획일화와 상영관 폐업은 모두 해당 문화의 소비자인 관객, 즉 국민들이 원하던 바는 아닐 것이다. 원점으로 돌아가 보자면, 일반 소비자는 입장권 가액 자체의 인하를 바라며 영화관 입장권 부과금 폐지를 기대했지만, 영비법 개정안이 시행되고 있는 2025년 1월 현재까지도 멀티플렉스 3사 중 어떤 기업도 관람료 인하를 진행하지 않았다. 극장사는 상영관과 배급사가 수익을 나눠가져야 하기에 영화표 한 장당 1.5% 정도 수익이 늘어난 것에 영발기금으로 빠져나갔던 상영관의 수익이 일부 “정상화”된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 중이다. 결국 기업의 이익만을 늘린 채 예상치 못했던 부정적인 영향만을 겪은 국민들의 기만감으로 정부의 국정 운영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
한편 우리나라는 국민의 문화권을 『문화기본법으로 보장하고, 매달 마지막 수요일을 '문화가 있는 날'로 지정해 오후 5~9시에는 영화를 반값인 7000원에 볼 수 있다. 그런데 정부가 경제적 부담을 줄이겠다며 추진한 부과금 폐지는 오히려 국민의 문화권을 저해할 우려를 낳고 있다. 관객들은 다양한 작품을 접할 기회를 잃고 획일화된 영화에 한정될 가능성이 커지며, 일부 영화제는 존폐 위기에 처해 높은 수준의 문화를 누릴 기회가 축소될 위험이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 속 국민이 느끼는 기만감에 정부에 대한 지지율은 더욱 하락해 국정 운영의 난이도만 높아질 것이다.
영화 산업 쇠퇴가 우려되는 상황 속 어떠한 마케팅 전략을 세울 수 있을까?
해당 단락은 2주 동안 해당 이슈를 조사한 작성자의 주관적인 예측을 기반으로 한 의견입니다.
# 1
영화관 부과금 폐지나 영발기금 존속 위기로 영화제작사들은 영화 제작 비용을 최소화하려고 할 것이다. 그래서 중소형 영화 제작사들은 AI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해 제작비 문제를 해결하고, 대형 투자사의 지원을 받는 블록버스터 영화와의 간극을 줄여야 한다.
# 2
영화관 부과금 징수 폐지 정책의 취소 가능성으로, 상영관들은 추가 수입 확보가 절실해질 것이다. 그래서 극장사는 영화관에서만 체험할 수 있는 고객 경험을 증대하고, 제작사와 분배할 의무가 없는 수익을 확보하고자 독특한 영화관 스낵을 판매해야 한다.
정리하자면, 영화관 입장권 가액의 3%를 상영관에게서 징수하는 영화관 입장권 부과금은 표면적으로는 국민 부담을 감소시키기 위해, 실질적으로는 정부의 지지율을 반등시키기 위해 폐지되었다. 다만 입장권 부과금 폐지 결정은 영화 산업의 안정성을 붕괴해 한국 영화의 문화적인 가치를 하락시키고, 국민이 원치 않던 부작용을 불러와 결국 국정 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는 문제를 지녔다.
영화와 영화 산업에 관련된 이해관계자들은 입장권 부과금 폐지 사태가 어떤 영향을 불러올지에 주목하여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발 빠르게 대처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고려대 통계학과 신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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