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ge Against The Regime: Iran

<BBC 다큐멘터리>

연초부터 세상을 뒤흔들고 있는 국제 뉴스가 2건 있었다. 하나는 미국의 베네수엘라 마두로 대통령 체포 사건이고 또 하나는 이란 시위 뉴스다. 이란 뉴스는 베네수엘라보다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다. 베네수엘라 뉴스는 미국,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적으로 관련되어 있으므로 당연히 뉴스의 양이 많다. 하지만 이란 뉴스는 중동 문제이기 때문에 관심이 적은 데다 이란 내부 문제이기 때문에 더 관심이 없다.


오늘의 이야기는 이란이다.


이란 시위 뉴스를 접하고 나서 2025년 5월에 봤던 다큐멘터리가 생각났다. BBC의 2부작 다큐멘터리로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이란 시위의 앞선 이야기다. 이란에서 시위가 일어나고 강경 진압으로 유혈사태로 번지는 것은 이번에 생긴 일이 아니다. 2009년과 2018년에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있었고 이란 정부의 강경 대응과 혁명수비대의 잔혹한 진압으로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 그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조국인 이란을 떠나 망명을 떠났다. 영국의 BBC가 2024년 고국 이란을 떠나 망명을 떠난 이란 사람들을 취재해 2부작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것이다.

프로그램 타이틀 : Rage Against The Regime: Iran
Episode 1 : We Are Like Raindrops

Episode 2 : Good Girls

연출 : James Newton

방송일 : 2024년 11월 27일, 28일 (BBC TWO)


BBC 링크 : https://www.bbc.co.uk/programmes/m0024qcl


한국에서는 KBS의 <세상의 모든 다큐>에서 2025년 5월에 소개되었다. 아쉽게도 <세상의 모든 다큐>의 다시 보기는 30일로 제한되어 있어 <Rage Against The Regime: Iran>는 지금은 볼 수가 없다. 방송 예고가 유튜브에 남아있을 뿐이다.

유튜브 예고 링크 : https://www.youtube.com/watch?v=ToYYQy2PtVE

세상의 모든 다큐 : 정권을 향한 분노: 이란
방송일 : 1부 지금은 빗방울일지라도 / 2025년 5월 19일
2부 이슬람 착한 소녀들 / 2025년 5월 26일


KBS의 <세상의 모든 다큐>에 대한 소개를 잠깐 해 볼까 한다. <세모다>는 이름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KBS에서 해외 다큐멘터리를 구매해 방송하는 프로그램이다. 지금은 내부의 사정이 있는 듯 BBC의 다큐멘터리가 주로 소개되지만 과거에는 다른 나라의 다큐멘터리도 자주 소개 됐다. 편성에서는 찬밥 신세여서 심야 시간대에 방송이 되기도 했고, 지금은 월요일 오후 4시 30분 2 TV에서 방송된다.


KBS 세상의 모든 다큐 : https://program.kbs.co.kr/2tv/culture/worlddocu/pc/index.html


<Rage Against The Regime: Iran>은 2009년 대규모 민주화 시위 이후 이란에서 일어났던 상황을 망명자의 인터뷰를 통해 들어보는 2부작 국제 시사 다큐멘터리이다. 조금은 길겠지만 한국에서는 이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은 쉽지 않으니 내용을 요약해 본다.


이란에서는 2009년, 2018년부터 20년까지 이란 정부에 맞선 대규모 저항이 두 차례 일어났는데 이 다큐멘터리는 이에 대한 배경과 전개 과정을 정치적 망명을 택할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의 인터뷰를 중심으로 구성했다. 주요 인터뷰이(interviewee)들은 대규모 시위에 참여했던 사람들이 중심이다.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위에 참여했던 사람들도 있었고 이슬람 국가에서는 목숨을 내걸어야 할 수도 있는 여성 운동가들도 있다. 이란계 영국인으로 BBC 페르시아의 기자인 라나 라힘푸르(Rana Rahimpour)의 경우는 2009년 이란 대선을 취재한 바 있다.


에피소드 1은 2009년 이란 대선으로 시작한다. 개혁을 표방한 미르호세인 무사비 야당 대통령 후보가 대선에 지고 보수파인 아무드 아마디네자드 후보가 재선에 성공하자 부정선거 의혹이 제기됐다. 무사비를 지지했던 시민들은 선거에 부정이 있었다며 민주화를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에 나섰다. 이란 시민들은 무사비의 상징인 녹색으로 거리를 뒤덮었다. 녹색 야광등을 들고 녹색 머리띠를 매고 녹색 옷을 입고 거리에 나와 “자유를 원한다”라고 외쳤다. 1979년 호메이니의 이란 혁명 이후 30년 만에 대규모 군중 시위가 수도 테헤란에서 발생한 것이다. 이란 시민들이 30년 만에 정치적인 각성을 한 것이다. 하지만 정권 붕괴의 위협을 느낀 이란 정부가 혁명수비대를 동원해 무력 진압해 희생자들이 발생하고 시위는 잦아들었다.


다시 시민들이 거리로 나오기까지는 9년의 시간이 필요했다. 2018년 임금을 체불당한 노동자들이 시위를 시작했는데 이 시위가 전국적으로 확산했고 학생과 여성들도 가세하면서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정권의 존립을 위협받을 만큼 시위가 확산하자 이란 정부가 총기를 사용해 인명을 살해하며 진압했다. 이때 노조 지도자인 메이삼 알레마흐디가 정부에 체포되어 고문을 받다 풀려난 후 시위에서 한 연설 중 한 대목이 “우리가 지금은 빗방울일지라도 다 모이면 바다가 될 것입니다”로 에피소드의 1의 서브 타이틀로 사용되어 인상적이었다.

시민들의 봉기를 제압한 것은 이슬람혁명수비대(Islamic Revolutionary Guard Corps/IRGC)다. 이슬람혁명수비대는 1979년의 이란 혁명 이후 정권을 차지한 이슬람 정권이 정규군과는 별도로 창설한 부대로 정권의 보위 세력이다. 이슬람혁명수비대는 정권을 지키는 보위 세력일 뿐 아니라 이란의 정치와 경제를 장악했고, 부패와 무능이 만연해 대규모 민중봉기의 원인이기도 하다.


Seal_of_the_Army_of_the_Guardians_of_the_Islamic_Revolution.svg.png 이슬람혁명수비대 문장 / 출처 : 위키피디아


에피소드 2는 이란의 여성들에 대한 이야기다. 이란은 1979년 이슬람 혁명이 일어나기 전, 즉 팔레비 왕조 시절, 여성들이 서구의 여성들과 같은 복장을 즐겼고 자유로움을 즐겼다. 이슬람 국가이지만 이슬람 율법에 따라 몸과 얼굴을 가리지 않아도 됐다. 튀르키예처럼 세속주의 이슬람 국가였다. 하지만 이슬람 혁명 이후 팔레비 왕이 축출되고 호메이니가 집권하면서 여성의 권리가 급격히 위축되었다.


2부의 시작은 축구 경기를 보러 간 한 여성의 이야기다.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고 믿지 못할 수도 있지만 이란에서 여성은 축구 경기를 ‘직관’하러 갈 수가 없다. 그녀는 수염을 붙이고 남장을 하고 축구 경기를 보러 다녔고 영상을 SNS에 포스팅을 했는데 그게 화근에 되어 체포 위기를 맞았다. 그녀는 경찰이 쫓기 시작하자 튀르키예로 도망쳤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이란에서 축구 경기장 입장을 거부당한 한 여성이 6개월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는 말에 법원 앞에서 자신의 몸에 불을 붙여 자살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란의 여성이 구금되어 징역형을 받게 되면 감옥에서는 여성으로서의 존엄성을 지킬 수 없게 되기 때문에 차라리 자살을 택한 것이다.


이란 여성들의 대표적인 시위는 얼굴을 가려야 하는 히잡 착용 의무를 반대하는 시위다. 2017년 12월 27일, 한 여성이 테헤란 중심부의 혁명(엥겔라브) 거리의 전신주 박스 위에 올라가 자신의 흰색 히잡을 막대기에 묶어 깃발처럼 흔드는 평화적인 시위를 벌였고 많은 여성들이 참여하면서 대규모 시위로 확산했다. 바로 2017년 ‘혁명 거리의 소녀들(Girls of Revolution Street)’ 운동이다.

Girls of Revolutions Street.jpg 혁명거리의 소녀를 상징하는 사진 / 출처 : Twitter


2022년에는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에게 폭력을 당하고 사망한 여성(마흐사 아미니 Mahsa Amini)이 있었는데 이 사건이 두 번째 히잡 거부 운동을 번졌다. 두 번째 에피소드는 이러한 이유로 이란을 떠나 정치적 망명길을 선택한 이란 여성들의 인터뷰를 담고 있다.


BBC이 홈페이지를 보면 최고 지도자인 알리 호세이니 하메네이가 히잡을 흔들고 있는 혁명 거리의 소녀를 내려다보고 있다. 이 하나의 이미지가 이 다큐멘터리의 성격을 대표한다는 생각이다. 자신들을 훈계하듯 내려보는 최고 지도자를 향해 히잡을 벗고 대항하고 있는 것이다.


BBC 캡쳐 이미지.jpg BBC 홈페이지 캡처 이미지


다큐멘터리에 참여한 여성들은 하나같이 하메네이가 테헤란 시내 곳곳에 그려져 있는데 언제나 감시당하고 있다는 느낌이라는 인터뷰를 한다. 그래서 이 여성들은 모두 하메네이를 경멸한다. 프로그램의 오프닝에서 하메네이의 사진을 보여 주자 이들은 사진을 찢어버린다.


얼마 전 뉴스에서 담뱃불로 하메네이의 사진을 불태우는 여성에 대한 기사를 봤는데 이 기사를 보면서 다큐멘터리에서 하메네이의 사진을 찢어버렸던 장면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6011216530003884


이란의 공식 국호는 이란 이슬람 공화국(Islamic Republic of Iran)이다. 신정일치(神政一致)의 국가로 종교가 국가를 지배한다. 이슬람의 율법이 모든 것에 우선한다. 이란 상황은 여러 가지 질문을 던진다. 국가는 어떻게, 누구를 위해 존재해야 하며, 종교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 신은 존재하는가, 존재한다면 누구를 위한 존재인가? 이슬람 국가에서 개인은, 그리고 여성은 어떠한 존재인가? 근본주의는 세상의 시스템에 어떤 문제를 만들어 내는가 등등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질문을 던지게 한다.


이란은 이슬람 국가 중 시아파의 리더 국가이다. 수니파의 리더 국가로 친미적, 친서구적 성향인 사우디아라비아와 대척점에 있는 국가이다. 물론 석유라는 자원이 있기도 하지만 그런 이유로 이란에 대한 서구의 관심은 깊다. 중동의 패권을 누가 쥐는가 하는 지리정치학의 측면에서 중요한 국가이다. BBC의 다큐를 그러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1980년대 시각으로, 서구의 시선으로 세상을 해석한다는 비평도 있지만 BBC 만큼 세상 일에 대해 관심을 갖고 깊이 있는 다큐멘터리를 만들어 내는 방송사는 없다. BBC는 정말 모든 것이 다 부러운 방송사이다.

나는 이 다큐멘터리를 통해 신의 존재에 대한 의문을 갖게 된다. 이슬람 최고지도자인 하메네이도, 매일 메카를 향해 다섯 번씩 기도를 올리는 평범한 이슬람교도 모두 ‘알라’에게 기도 하고 세상의 일은 알라의 뜻이라고 한다. 도대체 알라의 뜻은 무엇이고 알라의 뜻이 무엇인지는 알고 이야기하는 것인가.


기독교에서는 믿음이라는 것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Now faith is confidence in what we hope for and assurance about what we do not see."(히브리서 11장 1절)로 이렇게 번역이 된다고 한다.
“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확신이요, 보이지 않는 것들의 증명입니다”

이 말은 종교에서는 대부분 통용될 만한 이야기라는 생각이다. 종교를 믿으면 보이지 않는다 하더라도 믿어야 한다는 것이다.

알라의 뜻도 마찬가지로 보인다. 최고 성직자로 대통령보다 높은 지위인 지도자가 알라의 뜻이라고 하면 믿고 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부정선거가 아니라면 아닌 것이고 히잡을 쓰라면 써야 하는 것이다. 이에 저항하게 되면 목숨을 잃을 각오를 해야 한다. 그것이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지금까지 이란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오늘 뉴스를 보면 이번 이란 시위의 사상자가 6백 명을 넘어섰고 비공식적으로 6천 명을 넘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고 한다. 자국민들 이렇게 죽이고 정권을 유지하는 것이 알라의 뜻인가? 알라는 과연 존재하는가? 존재하면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아쉬운 점을 하나 적어 보자면...

나는 KBS가 이 다큐멘터리를 다시 한번 방송해 주었으면 한다. 이 다큐멘터리는 현재의 이란을 이해할 수 있는 좋은 콘텐츠이기 때문이다. 뉴스에서는 이런 깊이 있는 보도를 할 수가 없다. 또한 이런 다큐멘터리를 만들어 낼 역량이 부족하고 관심도 없는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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