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보자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많이 부탁을 할 수밖에 없다. 탁구장 사람들과 친분이 쌓이면 자연스럽게 같이 운동할 기회가 많아지겠지만 그렇게 되기 전까지는 발품도 많이 팔고 조금 더 적극적으로 부탁하는 모습이 필요하다. 적극적으로 부탁을 하면 상수 입장에서도 부탁을 들어줄 가능성이 높다.
상수의 말을 귀담아듣고 질문을 하는 사람에게 상수도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이 커진다. 그런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자.
상수도 몸을 풀어야 한다. 나 같은 경우에는 쉬고 있는 사람 누구든 같이 운동을 하자고 한다. 오히려 경력이 짧을수록 몸을 풀기에 좋은 경우도 많다. 게임을 할 때도 부담 없이 기술들을 점검해 보고 컨디션을 조절한다.
탁구장에 가면 그냥 앉아 있는 경우는 없다. 스윙 연습을 하든 줄넘기를 하든 운동에 전념을 한다. 소중하고 값비싼 시간을 앉아서 흘려보낼 수는 없다.
### 상수와 공을 치게 되었을 때, 상수는 어떤 생각을 할까?
우선 몸을 풀려고 노력한다. 승패가 우선이 아니다. 본인이 연습해야 하는 것도 있지만 우선 가볍게 공을 치면서 몸을 풀고 싶어 한다. 그래서 나는 오히려 상수보다 구력이 짧은 사람이 연습하기에 좋다. 대신 상수가 어떤 마음으로 연습하는지 알면 초보자 입장에서도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한다.
1. 드라이브부터 가볍게 연습한다. 파트너가 수비를 못하면 연습은 하지 않는다.
--> 포핸드 롱을 가볍게 한 번 정도 감을 잡은 후에 드라이브를 가볍게 걸어본다. 나는 랠리 50개를 목표로 최대한 천천히 보내면서 풋워크, 코스, 스윙 등을 점검한다.
그런데 내가 드라이브를 하면 연결하기 좋게 넘어오길 바라는데 대부분 그렇지 못하다. 수비를 배우지 않은 탓인지, 공격에 비중을 많이 둔 탓인지 많은 동호인들이 정확한 수비(블록)를 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기본적인 수비(블록)만 잘 배우더라도 상수들과 더 많은 연습 기회를 얻을 수 있다. 강한 드라이브를 상대가 받아주길 바라면서 본인은 정작수비를 못해서 못 받아주는 것은 너무 이기적이다. 하수입장에선 드라이브 연습은 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정기적으론 손해가 크다. 정작 더 필요한 것은 수비인 것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파트너가 수비가 안되면 여러 가지 이유로 수비를 가르쳐 주기보다 다른 기술을 연습하거나 그것도 안되면 그냥 게임을 하면서 몸을 푼다. 연습이 실력의 밑바탕인데 그것을 하지 않게 된다. 각 구장마다 코치님이 계신다. 그래서 함부로 가르치는 것은 예민한 부분이다. 상대가 수비가 안되면 이렇게 하라거나, 왜 안 배웠냐고 묻지 않고 그냥 그 연습을 안 한다. 물론 본인이 수비가 부족함을 느껴서 묻는 경우도 거의 없다.
그래서 수비(블록)를 잘 배워놓으면 상수와 운동할 수 있는 기회를 더 많이 얻을 수 있다. 잘 받으면 상수의 진정한 강한 드라이브를 받아볼 수 있다.
2. 지지 않는 게임을 주로 한다. 무조건 이기려고 강하게만 치지 않는다.
--> 이기는 게임과 지지 않는 게임이 있다. 실력 차이가 많이 나면 의도적으로 랠리를 가면서 몸을 푸는 것이다. 게임을 이기려고만 게임을 한다면 서로서로 도움 될 것이 별로 없다. 상수는 나름대로 몸도 못 풀 것이고, 그로 인해 부상의 위험도 커진다. 초보자도 너무 큰 실력 차이로 무엇을 배우기는 쉽지 않다.
3. 핸디를 많이 받는다고 좋은 것이 아니다.
--> 초보자는 핸디를 전반적으로 많이 받으려고 한다. 그러면서 한번 해볼 만하다고 생각한다. 게임 승패만 생각하면 훨씬 유리하기 때문이다. 핸디를 많이 준 상태에서 게임 시 상수는 실수 확률이 높은 공격이나 좋은 기술을 사용하길 꺼린다. 안전한 기본기만 사용을 해도 실수 없이 게임은 승리할 수 있다. 일부러 지고 싶은 사람은 없다.
그러면 누가 좋을까? 초보자나 상수나 둘 다 손해다. 상수는 수비적으로 해도 승리가 가능하니 몸을 제대로 풀지도 못하고, 초보자는 상수의 공격이나 다양한 기술을 접해볼 기회가 줄어든다. 그래서 기본적인 부수별로 받는 핸디는 있지만 굳이 많이 받으려고 하거나 핸디에 신경을 많이 쓸 필요는 없다. 상수는 핸디 숫자에 따라 플레이 스타일이 달라질 수 있음을 생각하자.
핸디 받는 것 자체가 실력차이가 있음을 인식하고 배우는 자세로 임하면 된다. 연습을 몇 개 더해보라고 주는 것이지 이겨보려고 달려드는 것은 볼썽사납다.
4. 첫 게임 후 한게임 더 부탁하면 대부분 응해준다.
--> 첫 게임은 제대로 해보지도 못하고 지나가는 경우가 많다. 상수끼리도 마찬가지다. 본인이 원하는 것을 못해보고 끝나는 경우가 있다. 초보자는 당연하다. 그래서 본인이 아쉬우면 한게임 더 부탁을 해보자. 나는 대부분 들어준다. 몇 가지 이유가 있다.
탁구 게임을 하는 것은 그 사람이 그동안 훈련했던 행위예술이라고 생각한다. 그림 그리는 예술가와 같다. 그 사람이 몇 년간 어떻게 연습했는지 게임을 하면서 다양한 몸짓으로 표현을 한다. 그 자체로 나는 재미를 느낀다. 그런데 한게임으로 승부는 날 수 있어도 상대의 그 몸짓에서 배울 만한 행동이 있을 수 있다. 나에게도 도움 될만한 행동들을 한게임으로 모두 알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한게임 더 부탁을 하면 대부분 응하고, 나도 한게임 더 부탁을 하는 편이다.
5. 에티켓을 잘 안 지키면 상수가 그 사람과 만날 일이 거의 없을 수 있다.
--> 밖에서는 모르겠다. 탁구를 칠 때만이라도 에티켓을 잘 배우고 지켰으면 좋겠다. 성격이 좋지 않아도 운전할 때만이라도 안전하게 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그 사람의 성격은 탁구를 즐길 때도 비슷하게 발현된다. 예를 들면 다른 사람의 말을 귀담아듣지 않는 사람은 탁구를 배울 때도 말을 잘 듣지 않는다. 그래서 탁구를 쳐도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 보인다.
기본적인 매너는 사회를 살아가는 데도 중요하다. 나이가 어려 보여서 반말하고 인사한 하는 것이 별것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것을 지키지 않은 사람은 많은 사람들로부터 외면을 받을 수 있음을 명심하자.
거절을 자주 당하면 깊이 생각을 해보길 바란다.
6. 꼭 한게임 하고 싶다고 부탁하면 기분 좋게 응해준다.
--> 탁구를 배우려고 하는 사람에게는 얼마든지 도움을 줄 준비가 되어있다. 사랑하는 탁구를 직접 와서 부탁까지 하는데 안 해줄 이유가 없다. 나는 새로운 탁구장에 여행을 가도 10명이든 20명이든 대기표를 뽑아서 줄 서있으면 끝까지 응해주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자존심 때문에 또는 질까 봐 게임하기를 꺼려하는 사람이 많은 탁구장에 가면 운동하고 싶은 생각이 사라진다.
## 실력이 낮은 사람과 뭘 배울 것이 있냐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렇지 않다. 사람마다 기술의 조합이나 잘하는 부분이 다르기 때문에 다양한 형태를 접해보는 자체가 도움이 되고 본인이 기술을 구사할 때도 본인보다 실력이 뛰어난 사람과 게임할 때보다 훨씬 더 정교하게 연습해 볼 수 있다.
또 게임에서 이겼다고 배울 것이 없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엄청난 실수를 하면서도 1점 차이로 이기면 그 결과에 기쁨에 젖어서 복기를 잊어버린다. 한 점도 주지 않고 원하는 플레이로 승리를 하였다 하더라도 배울 것은 많다. 탁구가 아니라 상대의 좋은 인품도 배울 것 중 하나다. 하수나 상수가 누가 이기든 지든 따뜻한 말 한마디로 즐거운 게임이 되기를 바란다.
2편에 걸쳐서 초보자와 상수의 생각을 엿보았다.
초보자와 상수의 생각을 조금이라도 서로 알고 이해한다면 탁구를 즐길 때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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