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설레는삶 Feb 01. 2023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리기 루틴 지키기

동아리 연습을 하려고 지인 차를 같이 타고 이동 중이었다. 차 안에서 이런 대화를 하였다.


-언니 연습시간에 늘 늦는 사람을 보면 짜증 나지 않아요?

-그렇지. 그래서 난 00 언니랑 00 언니한테 고맙게 생각해.

-맞아요 언니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동아리에서 두 언니는 가장 나이가 많은 언니들이다. 두 분은 늘 모임시간에 일찍 간다.누구보다 일찍 오셔서 연습을 위한 준비를 나서서 한다. 의자와 보면대를 참석인원에 맞추어 배치해 놓는다. 모임을 할 때도 늘 적극적으로 앞장서서 의견을 제시하거나 연습을 열심히 한다.


나이가 많다고 꼰대처럼 행동하지도 않는다. 둘 다 바쁘고 몸이 아플때도 있지만 겉으로 표 내지 않고 단체 활동에서 소금과 같은 역할을 톡톡히 해주신다.


난 이런 언니들을 보며 떠오르는 말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도 그렇지만 사람들은 보통 자신의 상황에 합리화를 하려고 한다. 내일이 먼저이니깐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경우가 있기도 한다. 혹은 ‘오늘은 힘드니깐 나중에 하지 뭐!’ 라며 자신에게 핑계를 대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 해야 할 일이나 하고 싶은 일을 해나간다는 건 삶을 사랑하고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이 가득 찬 듯하다.


본인일이 바쁘거나 상황이 여의치 않을 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연습에 충실히 임하는언니들 모습을 보면 내 마음도 다잡게 된다. 게으름을 피우고 싶다가도 반성하게 된다. 연습이 언니들에게는 소중한 시간이구나 싶었다. 삶에 여유와 기쁨을 주는 것이었다. 그저 습관적으로 나가던 나에게 다시금 깨우침을 주었다.






내가 요즘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하는 것


달리기를 시작한 지 5개월이 되었다. 단순히 텔레비전에서 연예인이 달리는 모습이 멋있어서 나도 해보고 싶었다. 처음에는 1분 달리기부터 시작했다. 2개월 동안 조금씩 시간을 늘리면서 30분 동안 쉬지 않고 달릴 수 있게 되었다. 지금은 매주 3번씩 하루에 30분씩 달린다. 30분을 달리면 보통 5킬로미터정도 된다.


아직 30분 달리기가 만만한 수준이 아니다. 그래서 일주일에 3번씩 달리는 루틴을 지키려 한다. 루틴이 깨지면 달리지 못할까 걱정되었다. 그동안 많이 쌓아온 사람들은 한동안 쉬었다 뛰어도 가능할 거다. 그러나 나는 아직 몸에 달리기 습관이 배이지 않아서 할 때마다 숨이 차고 힘들다.


일주일에 세 번 달리기를 하려면 가장 중요한 게 날씨였다. 물론 내 의지가 가장 중요하게 반영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날씨는 내가 조절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요즘처럼 눈이 자주 오고 추운 날씨는 집구석에 서 나가고 싶지 않은 게 사실이다. 이런저런 핑계로 달리지 않으면 일주일에 세 번 달리기는 채우기 힘들었다.


영하권으로 떨어진 날 아침 나갈까 말까 고민했다. 그래도 일단 나가야지 결심했다. 어떤 옷을 어떻게 입어야 할지 난감했다. 두꺼운 점퍼를 입을 수는 없었다. 얇고 따뜻한 옷을 여러 겹 껴입고 귀까지 덮는 모자와 장갑을 끼고 나갔다. 칼바람이 얼굴을 스쳤다. 흐르는 콧물을 닦다 보면 쓰라리기도 했다. 그런데 점차 시간이 흐르면서 등에서 땀이 시작했다. 이때부터 내가 자랑스러워진다. 마음속에서 ‘멋지다. 000’을 외치기도 한다.


새벽부터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소복이 쌓였다. 눈 위를 나도 달려보고 싶었다. 달리기 유튜버들이 날씨에 상관없이 매일 달린다고 했다. 이런 날을 위해 준비한 군고구마 모자까지 장착하고 나갔다. 내가 만든 첫 발자국이다. 눈이 내린 날은 미끄럽지 않아서 달리기 좋았다. 이후부터는 눈 오는 날이 설렌다. 즐거운 놀이터이다.



달리기로 한 날인데 비가 온다. 보슬보슬 내린다. 우산이 필요한 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자와 바람막이 점퍼를 입고 나갔다. 빗속으로 달렸다.

옷이 좀 젖는 게 무슨 상관이겠는가? 어릴 적에는 비 올 때 맞고 다니기도 했었다. 내 꼴은 우습지만 달릴 때 기분은 그 어떤 물질적 풍요도 채워주지 못할 행복감이 든다.


무언가에 빠지게 되면 어떤 상황이 되어도 계속하게 된다. 살면서 이런 경험을 할 수 있다는게 감사할 따름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친구와 함께 뚝섬 유원지를 달렸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