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CE(Mutually Exclusive Collectively Exhaustive; 상호배제와 전체포괄)란, 개념들의 외연이 상호 배타적이면서 모두를 더하였을 때는 완전히 전체를 이루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사실 아리스토텔레스로부터 비롯한 개념이지만, 1960년대 후반 McKinsey & Company의 Barbara Minto가 최초로 MECE라 이름 붙이고 개념을 분류하고 분석하기 위하여 사용하였다고 한다(Barbara Minto, "MECE: I invented it, so I get to say how to pronounce it", McKinsey Alumni Center, 2022. 6. 24. 방문). 계약서를 작성하는 과정에도 전체집합을 규정한 후 그에 속하는 여러 개념들을 정의하고 개별적으로 조작하여야 할 필요가 있는데, 이 때 의도치 않게 개념 간 겹치는 부분이 있거나 일정 부분이 누락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계약서 작성 시 이러한 오류를 피하고자 한다면, MECE는 좋은 지침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모든 재산권이 이전될 것을 목적으로 하는 계약임에도 계약서에서 재산권을 소유권, 채권, 지식재산권으로만 분류하여 다룬다면, 이러한 분류는 전체포괄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다. 물권은 용익물권과 담보물권으로 구성되고, 소유권은 용익물권의 한 종류에 불과하기 때문에, 소유권 외의 나머지 물권들이 모두 누락되었다. 누락된 나머지 물권들에 관한 권리관계는 불안정한 상태에 놓이게 된다. 이와 달리, 계약서에서 재산권을 소유권, 물권, 채권, 지식재산권으로 분류하여 다룬다면, 이러한 분류는 상호배제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다. 물권은 소유권에 포함되는 개념임에도 중복으로 다루었기 때문이다. 만약 계약서에서 물권과 소유권에 관하여 세부적으로 정한 사항이 서로 모순된다면 해석상 문제가 발생하게 될 것이다.
계약서 작성 시 상호배제와 전체포괄 중 더 중요한 것을 골라야 한다면, 일반적으로는 전체포괄 조건이 더 중요하다. 상호배제 조건을 준수하지 못하는 경우, 개념 간 다소 중복되는 애매한 부분이 있더라도 중복된 개념들 중 어느 하나의 해석을 채택함으로써 전체를 조화롭게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전체포괄 조건을 준수하지 못하는 경우, 전체집합을 표현하지 못하게 됨으로써 다루어지지 못한 부분에 대한 법률관계가 누락되어 버린다.
협상에 따라 준거법이 다양하게 선택될 수 있는 국제계약에서는 전체포괄 조건을 준수하기 위하여 불가피하게 상호배제 조건을 준수하는 것을 포기하고 동일한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많은 유사한 용어를 나열하기도 한다. 어떤 국가의 법이 계약의 준거법인지에 따라 동일한 용어도 다르게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이론적으로는 동일한 조항이 한국법에서 MECE를 충족하더라도 캘리포니아주법에서는 MECE를 충족하지 못할 수도 있다.
어떤 경우에는 상호배제가 전체포괄보다 중요
LISS(Linearly Independent Spanning Set)란 개념들의 외연이 상호 배타적이지만 모든 항목이 전체를 이루지 않고 핵심만을 나열하는 것을 의미한다. 직전에 살펴본 사례와 정반대로, LISS에 따르는 경우 전체포괄 조건을 준수하지는 못하나 상호배제 조건을 준수하게 된다.
만약 계약서에서 각 당사자가 수행하여야 할 업무의 구체적인 목록을 나열하여야 하는 상황이 있다면, 모든 업무를 일일이 나열함으로써 전체집합을 만드는 것은 쉽지 않다. 어떤 업무는 일단 거래가 개시되어야만 그 업무를 수행할 필요가 있을지 알게 될 것이다. 어떤 업무는 계약 체결 시의 당사자들의 고려 밖에 있는 것일 수도 있다. 이러한 경우에는 LISS를 고려하여 핵심적인 부분을 예시적으로 나열할 수밖에 없다. 언급되지 않은 부분에 대하여는 "그 밖에 위 각 호에 준하는 업무"와 같은 일반조항을 추가함으로써 보완할 수 있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계약의 종료에 관한 부분은 정형적으로 작성되어 거의 모든 계약서에 포함되는 부분임에도 불구하고 개념 간의 관계가 다소 불분명하게 작성되곤 한다. 공정거래위원회에서 공표한 자동차업종 표준하도급계약서(2020. 12. 17. 개정)에서는 어느 당사자에게 "원사업자 또는 수급사업자가 어음ㆍ수표의 부도, 제3자에 의한 강제집행(가압류 및 가처분 포함), 파산ㆍ회생절차의 신청 등 영업상의 중대한 사유가 발생하여 이 계약을 이행할 수 없다고 인정되는 경우"의 사유가 발생하는 경우에는 상대방이 계약을 즉시 해제 또는 해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위 문언은 강제집행의 개념에 가압류·가처분이 포함될 수도 있는 것처럼 기재되어 있다. 그런데 강제집행과 가압류 및 가처분은 동일한 층위에 있는 개념이기에 병렬적으로 나열하여야 한다. 관련 용어를 정의하고 있는 민사집행법 제1조는 아래와 같고, 여기서 보전처분은 가압류·가처분을 의미한다.
■ 민사집행법 제1조(목적) 이 법은 강제집행, 담보권 실행을 위한 경매, 민법ㆍ상법, 그 밖의 법률의 규정에 의한 경매(이하 “민사집행”이라 한다) 및 보전처분의 절차를 규정함을 목적으로 한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해석상 오해가 없도록 원문을 정확하게 수정한다면 "제3자에 의한 강제집행 및 가압류·가처분"이라고 작성되어야 할 것이다.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557조 제1항도 이와 동일한 관점에서 세 개의 용어를 병렬적으로 나열하고 있다.
가정적으로, 원문의 작성자가 민사집행과 관련하여 소유권에 제한을 받게 되는 상황을 해제 또는 해지 사유로 정하려 하였었음에도 다소 부주의하게 기재한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수도 있다. 즉, 저당권 등 담보권 실행을 위한 경매로 인한 소유권 제한까지 해제 또는 해지 사유로 삼고자 하는 의도가 있었다면 "제3자에 의한 압류·가압류·가처분"으로 기재하는 것이 적절할 수도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위 표준계약서는 제3자에 의한 강제집행과 같은 중대한 사유가 발생한 사실에 더하여 "이 계약을 이행할 수 없다고 인정"되어야 한다는 요건이 추가로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개념을 다소 불분명하게 사용하더라도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 하지만 어떤 계약서에서는 민사집행의 구체적인 행위태양과 무관하게 민사집행이 이루어졌다는 사실만으로 즉시 해제 또는 해지가 가능하도록 정하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경우에 민사집행과 관련된 용어가 엄밀하게 사용되지 않는다면 개념 간의 관계가 불분명하여 해제 또는 해지의 적법성 판단이 어려워질 수 있다. 실제로 해제 또는 해지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되는 계약이라면, 계약서가 의도와 다르게 잘못 해석될 여지는 없을지 꼼꼼하게 확인하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