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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량진법잘알 Jun 12. 2022

계약서에 불공정 조항을 넣어도 될까?

중요한 조항일수록 공정하게 기재하는 것이 좋다.

어느 당사자가 거래상 우월한 지위에 있는 경우, 이를 이용하여 계약서의 주된 부분을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작성하고자 하는 유혹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윤리적으로도 바람직하지도 않고, 금전적으로 회복할 수 없는 소중한 신용과 평판을 잃게 될 수도 있다. 이러한 접근과는 달리, 계약법에 근거한 당사자의 이해관계라는 관점에서 평가하더라도, 이는 바람직한 계약서 작성 방법로 보기 어렵다.


아무리 협상을 통해 상대방의 동의를 이끌어냈다고 하더라도, 불공정한 조항은 결국 무효로 해석될 가능성이 있다. 많은 법리들이 편향된 계약서의 문언에 근거한 불공정한 법률관계를 시정하기 위한 목적으로 발전되어 왔다. 일방 당사자에게 유리한 것으로 보였던 핵심 조항이 법원을 거쳐 사후적으로 무효가 되는 경우 이는 결국 해당 당사자의 커다란 손해로 되돌아오게 된다. 큰 돈을 빌려주기 위해 동산을 담보로 하는 것과 콩팥을 담보로 신체포기각서를 작성하는 것 중 선택하여야 한다면, 전자가 더욱 현명한 선택이다.


예상치 못한 계약의 수정을 막기 위하여는 급부와 반대급부가 법이 허용하는 한도 내에서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계약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모든 상황에 적용할 수 있는 일률적인 기준을 찾기는 어려운데, 현실적으로는 일반의 상식에 비추어 판단하는  안전하다. 판단에 확신이 서지 않으면 제3자의 의견을 구하여서라도 가급적 객관적인 평가를 내리는 것이 좋다. 계약 작성 시부터 특정 조항 무효 전제로 급부와 반대급부의 균형을 저울질하며 협상하는 경우는 없을 것이 때문에, 애초부터 무효가 되지 않을만한 조항으로 작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쟁점이 계약의 주된 부분에서 멀어질수록, 불공정 조항의 기재 여부에 대하여는 유연하게 접근할 여지가 있다. 최초에 이루어진 당사자 간 의사합치는 주된 부분에 대한 합의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기에 계약을 계약서의 언어로 구체화 하는 과정에서 당사자 간 합의되지 않은 계약의 부수적인 부분들이 분명하게 드러나게 된다. 현실적인 예를 들면, 당사자 간 주된 부분에 대하여 합의가 완료되어 어느 당사자 일방이 계약서 초안을 마련하여 상대방에게 보내는 경우, 그 계약서에는 당사자들이 세세하게 합의하지 않은 표준일반조항(boilerplate clause)들이 포함되어 있고 이것들이 계약서 초안을 작성한 당사자에게 유리하게 작성되어 있는 경우를 생각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사소한 부분들은 어느 정도까지는 이기적으로 주장하는 것이 용인되는 영역으로 보기도 한다. 이 부분에 관하여는 치열한 공방이 오가지 않는 것이 일반적인데, 단순히 상대방이 경솔, 무경험 등으로 인하여 그 의미를 인지하지 못하고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도 있겠으나, 거래의 전반을 조망할 때 부수적인 조항의 가치에 대한 평가가 주관적이기 때문일 수도 있고, 사소한 부분이지만 합의에 이르기 위하여 필요한 비용은 과도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반대로 상대방이 호전적으로 대응하려 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이러한 경우에는 문언을 수정해나가는 협상 과정에서 자신의 의도를 간파당하지 않고 실질적인 이익을 확보하는 것을 계약서 작성자의 실력과 전문성으로 평가하기도 한다. 이와 같이 부수적인 조항에 있어서는 협상 과정에서 전략적으로 이용할 여지가 있다. 다만, 주된 부분보다 가능성은 낮겠으나, 부수적인 부분도 마찬가지로 무효로 판단될 가능성은 있다는 점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기본적으로는 계약서는 중요한 조항일수록 공정하게 기재하는 것이 좋다. 거래상 우월한 지위에 있다는 점을 계약서에서 적극적으로 이용하지 못하는 것이 아쉬울 수도 있다. 한 가지 위안을 얻을 수 있는 점은, 아무리 계약서가 공정하더라도 거래상 우월한 지위에 있는 쪽은 계약의 이행과정에서 계약서에 명시되어 있지 않은 수많은 계약조건에서 자연스럽게 상대방보다 많은 이익을 취하게 된다는 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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