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셰이모어24

극장 문을 열자

by 이한

'베를린 페스티벌'이라는 축제가 있다.

모든 극장이 1년 동안 '시민과 함께 예술을 즐기라'는 의미에서

기획된 연간 프로그램이다.

연극 축제부터 재즈, 클래식, 현대음악, 미술 등 모든 장르를 총망라해

베를린에 소재한 모든 극장과 전시실을 통합한다.

이 페스티벌은 현재 개별적으로 진행되는 프로그램을 하나로 묶어

모든 시민과 관광객이 쉽게 예술을 접할 수 있도록 만든

창의적인 플랫폼으로 평가받고 있다.


시대가 변모하며 얻은 많은 산물 가운데

눈에 띄는 공간은 극장이라 할 수 있다.

현대에 이르러 많은 구조의 극장을 볼 수 있지만,

사실 이렇게 최첨단화된 시설을 가진 것은 200년이 채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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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알 수 있는 극장의 최초라 할 수 있는 공간은

약 2천년 전 그리스에서 건설된 반원형 극장이다.

그곳은 그리스 시민 계급(귀족)이 군중들을 모아

시대의 정책과 비전을 발표하는 담론의 장으로 주로 이용되었다.

또한, 그리스인들은 시(Poem)를 사랑했다.


당시 지식인들이 특유의 사유나 정치적 견해를

자연과 신의 개념을 은유화해

대중들에게 선보이는 데 상당한 흥미를 갖고 있었다.

특히, 고대 그리스적 샤머니즘을 소재로 해

자신의 글솜씨를 뽐내는 것을 즐겼고,

구체적인 방법론의 발전으로 지금의 '연극'이라는

예술적 양식이 탄생하는 데 공헌했다.




하지만 당시의 극장은 아무나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특권계층인 군인·시인으로 대표되는 귀족들만 무대에 오를 수 있었다.

폴리스(고대 그리스적 민주주의의 개념)의 특성상

시민권을 가진 중산계층이라면 객석에서 관람은 가능했다.

지금의 코러스 개념의 원형인 집단 합창은

오디션을 보고 뽑았다 하니,

그리스 시민들에게 극장은 소수에게만 허용된

엄숙하고 고귀한 의미를 지닌 공간이라는 것을 추측할 수 있다.


그렇다면 지금의 극장은 어떠한가?

시대가 변모하며 현대는 계급사회의 피라미드가 붕괴됐다.

이제 극장은 누구나 들어갈 수 있고,

누구나 무대 위에 올라 노래하고 춤추며,

자신의 재능을 뽐낼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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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곧 극장이라는 공간이 추구해야 할 지점을 제시하기도 한다.

2천년 전의 그리스 극장이 붕괴되었듯이,

현재의 극장은 엘리트 계층만 누리는 특권의 수단이 아니라

모든 국민이 언제든지 드나들 수 있는 자유,

그 자체의 공간이 될 때 우리의 사회는

안정과 행복을 체험할 수 있다.


이는 동시에 극장은 지금의 사회가

어떠한 상태에 놓여 있는지 발견할 수 있는 적확한 지표인 셈이다.

극장의 문이 활짝 열려 있다는 건 시민사회가 평등하다는 방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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