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각사

by tricky boy

일본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미시마 유키오의 걸작 『금각사』는 그의 스승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영향을 받은 작품이기도 하다. 이 소설은 1950년 실제로 일어난 금각사 방화 사건에서 영감을 얻어 탄생했는데, 방화범인 견습 승려 하야시 쇼켄은 ‘미에 대한 질투’를 범죄 동기로 진술했지만, 정신적 문제로 그의 진술은 일관성이 부족했다.

그런 현실 사건 위에 미시마는 인간의 욕망과 미에 대한 철학적 탐구를 덧씌워 깊이 있는 소설을 완성하게 된다.

<줄거리>

주인공 '미조구치'는 교토의 금각사에 병적으로 매혹된 청년이다.

그는 심한 말더듬이이며, 타인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내면에 강한 결핍과 열등감을 지닌 인물이다. 그의 아버지는 가난한 시골 절의 승려였으며,

병들어 죽기 전에 아들에게 '금각은 정말 아름답단다'라는 말을 남겼다.

이 말은 '미조구치'에게 금각사가 절대적 아름다움의 상징으로 각인되었다.


미조구치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아버지의 유언에 따라 교토의 실제 금각사에서 수행승으로 들어가게 된다. 하지만 그는 사찰의 현실, 특히 탐욕적이고 위선적인 주지의 모습을 보며 환멸을 느끼게 된다.


그의 내면엔 점점 현실과 이상 사이의 괴리가 커지고,

아름다움이 삶을 지배하게 된다. 말더듬는 자신은 '추함'의 상징인 반면, 금각사는 '아름다움'의 절대적 존재로 인식한다.

그는 절름발이인 가시와기를 만나게 된다.

가시와기는 여자들과 능숙하게 관계를 맺고 조롱과 냉소로 세상을 통제한다. 그는 미조구치에게 쾌락과 파괴의 철학을 주입시킨다.


<미조구치와 가시와기의 대비>

미조구치는 말더듬는 증세를 숨길려고 하지만 가시와기는 이와 달리

자신의 장애를 이용해 타인과의 관계에서 주도권을 얻는다.

또한 가시와기는 육체와 성에 대해 거리낌이 없다.

그는 실제로 여성들과 관계를 맺고, 연애도 하고, 그 경험에 대해 미조구치에게 자랑처럼 이야기한다.

미조구치는 반대로 자신의 욕망을 은폐하고 숨기려한다.

가시와기는 세속과 결핍을 받아들여 현실에 적응하는 욕망의 주체이며,

주인공 미조구치는 결핍과 이상 사이에서 괴로워하다 욕망 자체를 부정하고 미를 파괴하는 인물이라고 볼 수 있다.


<미조구치의 금각사를 파괴한 심리적인 배경>

미조구치는 금각사를 절대적인 미의 상징으로 인식한다.

그는 육체적인 욕망이나 성적 충동은 추악하고 수치스러운 것으로 여기고,

이를 철저히 억제하며 살아간다.

주인공은 가시와기와 지내게 되면서, 여성과의 관계가 더욱 빈번해지면서

그는 무의식의 억압을 견디지 못하게 되어 여자의 가슴을 보자, 그 가슴의 형상이 금각사로 착각하게 된다.


이는 프로이트의 억압과 전치라는 개념을 통해 설명 가능하다.

정신분석학에서 전치는 일반적으로 무의식적인 심리 작용인데,

예컨대, 위험하거나 금기된 욕망(여성의 가슴)을 그 대상에서 더 안전하거나 상징적인 것으로 옭기는 방식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는 감당할 수 없는 욕망을 금각사라는 고귀한 이미지로 변형하여

'인정 가능한 형태'로 받아들인다.

미조구치는 여성의 가슴을 보자, 성적 흥분을 유발하는 감정을 억제하기 위해 자신의 미의 이상으로 설정해둔 금각사의 이미지로 전치시킨다.

이러한 의식은 그가 성적 자극을 감당하지 못해 '미'로 감각을 옮긴 것이다.

이때 미와 욕망이 서로를 침식하는 순간

미와 욕망의 경계가 무너지게 된다. 따라서 이 둘이 겹쳐 보이는 순간,

미조구치의 세계관은 완전히 뒤틀리고 붕괴되기 시작한다.

그는 자신의 고통, 욕망, 말 더듬, 수치심 모두를

"이 미의 질서를 지키기 위해 감수해왔다"고 믿었지만,

그 질서가 부정되면서 그는 절망과 좌절에 빠진다.

이러한 절망은 금각사를 향한 분노로 전환되고

이를 파괴함으로써 자신을 다시 재건하려고 했다.

( 금각사는 주인공에게 억압의 상징이자, 자아를 통제하는 '타자적 시선'이었다. 오직 순결한 것만 바라보고, 욕망을 억제해야 한다는..)

이후 내면의 감시자인 금각사를 파괴하자, 말더듬이라는 증상도 자연스럽게 해소된다.

( 욕망을 표현하는 일이 부끄럽고, 더럽고 위험한 것이라고 판단.

말= 자기표현, 말더음= 자아의 억압, 자기 검열.)



금각사는 친한 친구의 추천에 의해서 읽게 된 책이다.

처음 읽었을 때는, 난해한 내용과 철학적 서사로 인해

잠시 책을 덮었다가, 시간이 흐르고 교토에 있는 금각사를 보고 다시 책을 펼쳤다.



소설 금각사는 정제된 문체와 상징적인 문체가 나에게 큰 인상을 남겼다.

또한 자연과 풍경 묘사에서도 뛰어난 감각을 보여준다.

"그 아름다움은 나를 짓눌렀다. 나는 그것을 사랑할 수 없었다.

너무도 완전해서, 나는 그것의 노예가 되었고, 파괴 외엔 벗어날 길이 없었다."

"새벽녘, 금각사의 지붕은 물안개 속에 붉게 번져 있었다.

아름다움은 찬란함보다도 조용하고 깊은 슬픔에 가까웠다."

이처럼 심미적이면서도 자연 묘사를 통해 인간의 감정을 연결시킨 문장들은 나의 마음을 울렸다.


금각사는 단순히 한 인물이 방화를 저지른 동기를 밝히는 데 그치지지 않는다. 이 작품은 인간이 자신의 믿음 체계가 무너졌을 때의 내면의 붕괴, 그리고 그 파괴를 통한 자기 재창조를 위한 몸부림을 깊이 있게 다룬다.

글을 읽으면서 꼭 금각사를 직접 보고 싶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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