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생겨질 용기
스타트업에서 일을 한다면, 익숙해지는 풍경이 있다.
밤늦게까지 이어지는 회의, 끝없는 기획과 수정의 반복.
'완벽한' 전략을 만들기 위해 수많은 시간이 투자된다.
노션 화면엔 'Why'에 대한 고민들이 길게 늘어서고, 화이트보드는 아이디어로 가득 채워진다.
이 과정에서 끊임없이 던지는 질문들:
'우리에게 꼭 필요한 인재는 누구인가?' '왜 그 사람이어야 하는가?' '어떻게 해야 그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까?'
우리는 이런 질문들을 통해 단순히 '사람을 뽑는' 차원을 넘어선다. 회사의 미래를, 우리의 꿈을 그려본다.
시간이 갈수록 계획은 더욱 정교해지고, 본질을 관통한 진리를 찾은 것만 같다. 멋진 문구들, 혁신적인 접근법들. 머릿속엔 이미 회사를 다음 단계로 이끌 인재들의 모습이 선명하다.
'Why'를 고민하는 이 순간. 어렵지만, 설렘 가득한 시간이다.
하지만 현실은 종종 아니, 거의 대부분 계획과 다르게 흘러간다. 예상보다 지원자가 적거나, 원하는 인재가 나타나지 않기도 한다.
이럴 때 HR 담당자들이 자주 하는 질문이 있다. "무엇이 문제일까?" "우리 계획이 잘못된 것일까?" 그리고 흔히 내리는 결론. "다시 처음부터 기획해보자." (혹은 , 디자인적 지원이 없는 환경탓을 하기도 한다 ㅠㅠ)
그렇게 또다시 계획 단계로 돌아간다. 실행은 뒤로 한 채, '더 완벽한' 계획을 찾아 헤매는 것이다. 이는 스타트업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패턴이다. 하지만 이런 접근이 과연 효과적일까?
완벽해 보이는 계획이 실패할 때의 좌절감, 기대와 다른 현실을 마주하는 순간의 두려움. 이런 감정들을 피해 다시 계획 단계로 도망가고 싶은 마음은 사실 너무나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심리학적으로 이는 '회피 행동'으로 설명된다. 불확실성과 실패의 가능성은 우리 뇌에 위협으로 인식되어, 안전하고 익숙한 영역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충동을 일으킨다. 또한 '확증 편향'으로 인해 우리는 '더 완벽한 계획이 필요하다'는 기존의 믿음을 강화하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본능적 반응이 항상 최선의 선택은 아니다.
진정한 성장과 혁신은 이런 본능을 넘어설 때 일어난다.
우리는 의식적으로 기억해야 한다. 세상의 그 어떤 위대한 성과도 처음부터 완벽하지 않았다는 점을.
픽사의 에드 캣멀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 영화의 초기 버전은 언제나 못생긴 인형 같아요.
극장에서 보는 감동적인 애니메이션 뒤에는, 수많은 실패와 좌절의 순간들이 숨어 있다. 완벽해 보이는 결과물 뒤에 숨겨진 수많은 '못생긴 인형'의 순간들. 그 순간들을 견뎌내고 한 걸음씩 나아갔기에 관객들은 그들의 작품에 감동할 수 있는 것이다.
채용 전략, 마케팅 캠페인, 제품 기획도 마찬가지다.
처음부터 완벽할 순 없다. 어쩌면 처음 세상에 나왔을 땐 조금은 볼품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첫 발자국을 내딛을 용기, 불완전한 모습 그대로 세상에 나설 용기가 필요하다. 그 용기가 아이디어를 빛나게 만든다.
'완벽한' 계획서를 잠시 덮어두고 실제 행동으로 옮기는 것.
그것이 진정한 시작이다. 부족한 지원자 수, 예상보다 낮은 반응, 기대에 못 미치는 첫 결과물. 이런 것들이 기다리고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못생긴' 첫 걸음이 꿈꾸던 그 자리에 한 발짝 더 가까이 데려다 줄 것이다.
지금 당장은 '못생긴 인형'처럼 보일지 몰라도, 그 안에 숨겨진 가능성을 믿어야 한다. 계속해서 도전하고 개선한다면, 결국 꿈꾸던 것을 현실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스타트업의 모든 분들, (그리고 나 자신!!),
'Why'를 고민하되, 행동으로 옮기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세요.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지금 시작하세요.
여러분의 용기 있는 첫 걸음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