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삼
사건이 사라진 오늘을 마무리하고 집으로 들어오면
살아있다 느낌 받는다
현관문을 열면 웅크렸다 피는 동작으로 꼬리를 흔들고
가방을 내려놓고 창문을 바라보면 내 눈동자가 창문에 박혀 있다, 그러는 순간 거대한 침묵에 갇힌다. 관계란 틀들은 어둠을 내리는 창밖과 같다
쓰다듬는 머리는 다리로 내려와 간지럼을 태운다
내 곁에 누웠다.
슬픔에도 냄새가 나는 모양이다
발을 핥더니 등을 기댄다, 손을 핥아 손바닥을 내어주니 손금을 핥는다
불안한 손금이 펴져 좋은 일만 생기게 할 것 같은
이럴 때면, 평생 만난 사람들보다 더 사람 같다는 생각을 한다
지켜준다 생각했는데 내가 나를 지켜주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네가 어루만지니 나도 어루만질 수 있다
다시 태어나 붉은 혓바닥으로 노래를 부른 어릴 적 엄마였던 마루야
잡히지 않고
보이지 않는, 위로가 간지럼을 태운다
*마루: 14살 우리 집 반려견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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