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여우,호랑이

2. 토끼와 여우 호랑이 동물친구들이 어울리는 몽환적인 이야기

by 온들바람

어스름이 내려앉은 시간, 세상의 모든 색깔이 부드러운 보랏빛과 은회색으로 물드는 숲이 있었어.

그 숲의 이름은 '별무리 골짜기'.

별무리 골짜기는 신비로운 안개가 항상 자욱하게 피어오르고,

땅에 떨어진 별 조각들이 반짝이는 곳이었지.

그곳에서는 이상하고도 아름다운 일들이 언제나 일어났어.

이 별무리 골짜기의 가장 이상하고도 아름다운 풍경 중 하나는,

아주 작은 흰 토끼 한 마리,

눈빛이 영롱한 붉은 여우 한 마리,

그리고 위풍당당한 줄무늬 호랑이 한 마리가 함께 어울려 노는 모습이었어.

세상의 이치대로라면 절대 친구가 될 수 없는 셋이었지만, 이 몽환적인 숲에서는 모든 것이 가능했지.

토끼 '하얀 솜털'이는 풀잎에 맺힌 이슬방울 속에 비친 무지개를 따라 총총 뛰어다니는 것을 좋아했고,

여우 '여우별'이는 바람에 실려 오는 비밀스러운 이야기들을 귀 기울여 듣는 것을 좋아했어.

그리고 호랑이 '달그림자'는 숲 가장자리의 고요한 호수에 앉아 밤하늘을 비추는 달을 바라보는 것을 즐겼지.


어느 날 저녁, 달그림자는 호수 물에 비친 달이 유난히 외로워 보인다고 생각했어.

그때 하얀 솜털이가 통통 뛰어서 달그림자의 큰 발 옆에 앉았어.

작은 코를 킁킁거리며 달그림자의 부드러운 털에 얼굴을 비볐지.

달그림자는 커다란 앞발을 조심스럽게 들어 하얀 솜털이의 등을 살살 쓸어주었어.

마치 솜털 같은 구름을 만지는 기분이었지.


조금 뒤, 여우별이가 살금살금 다가와 그들 곁에 앉았어.

여우별이는 무언가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은 모양이었지.


"얘들아, 저기 안개 낀 언덕 너머에 '꿈꾸는 꽃밭'이 있대. 거기 꽃들은 밤에만 피어나는데,

그 향기를 맡으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꿈을 꿀 수 있대!"


하얀 솜털이의 눈이 동그래졌어.


"정말? 나도 예쁜 꿈 꾸고 싶어!"


달그림자도 낮은 목소리로 말했지.


"꿈꾸는 꽃밭이라... 흥미롭군."


셋은 함께 꿈꾸는 꽃밭을 찾아나서기로 했어.

달빛이 숲을 은색으로 물들이고, 안개가 발밑에서 소용돌이치는 밤이었지.

하얀 솜털이는 달그림자의 등에 올라탔어.

달그림자의 커다랗고 따뜻한 등은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흔들의자 같았지.

여우별이는 길을 안내하며 앞서 걸었어.

여우별이의 꼬리가 살랑일 때마다 별 조각 가루가 흩날리는 것 같았지.


안개는 점점 더 짙어졌고, 숲은 마치 물속처럼 고요했어.

나무들은 손을 흔드는 유령처럼 서 있었고, 이름 모를 야생화들은 희미하게 빛을 내고 있었지.

그들은 서로에게 의지하며 나아갔어.

하얀 솜털이는 달그림자의 털에 얼굴을 파묻고,

여우별이는 길을 잃지 않도록 정신을 집중했지.

달그림자는 혹시 모를 위험으로부터 친구들을 지키기 위해 조용히 발걸음을 옮겼어.


얼마나 걸었을까, 안개가 걷히며 눈앞에 놀라운 풍경이 펼쳐졌어.

언덕 전체가 형광빛을 내는 수많은 꽃들로 뒤덮여 있었지.

꽃잎들은 부드러운 빛을 뿜어냈고,

그 빛은 하늘의 별빛과 어우러져 환상적인 광경을 만들어냈어.

바로 '꿈꾸는 꽃밭'이었지.

셋은 숨을 죽이고 그 아름다움을 바라보았어.

꽃들에서 풍겨오는 달콤하고 몽롱한 향기가 그들을 감쌌지.

그 향기는 마치 부드러운 담요처럼 그들의 마음을 감싸 안았어.

하얀 솜털이는 꽃 향기를 맡고는 스르륵 눈을 감았어.

여우별이도, 달그림자도 마찬가지였지.

그들은 그 자리에서 잠이 들었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꿈을 꾸었어.

하얀 솜털이는 구름 위를 뛰어다니는 꿈을,

여우별이는 별똥별을 타고 우주를 여행하는 꿈을,

달그림자는 달 위에서 하얀 솜털이와 여우별이와 함께 뛰노는 꿈을 꾸었지.

꿈속에서 그들은 크기나 종류에 상관없이 그저 가장 친한 친구였어.

함께 웃고,

함께 모험하고,

서로를 따뜻하게 보듬어주는...

그런 아름다운 꿈이었지.

아침 햇살이 별무리 골짜기에 비추자,

셋은 서서히 눈을 떴어. 몸은 꽃밭에 그대로 있었지만,

마음속에는 방금 꾼 꿈의 잔상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지.

하얀 솜털이는 활짝 웃었고,

여우별이는 눈을 반짝였어.

달그림자는 작게 하품을 하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지.


"정말... 정말 예쁜 꿈이었어!"


하얀 솜털이가 말했어.


"응, 최고였어."


여우별이도 동의했지.

달그림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친구들을 바라보았어.

그 눈빛에는 깊은 애정이 담겨 있었지.

그들은 꿈꾸는 꽃밭의 향기를 간직한 채 다시 숲을 지나 집으로 향했어.

이제 셋은 알게 되었지.

별무리 골짜기에서는,

그리고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어떤 모습이든,

어떤 존재든 서로 사랑하고 이해하며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그들의 우정은 이 몽환적인 숲처럼 신비롭고 아름다웠으니까.

그리고 밤이 되면,

하얀 솜털이와 여우별이는 달그림자의 따뜻한 품에 안겨 별이 빛나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속삭였어.

"우리 꿈처럼, 언제나 함께하자."


별무리 골짜기의 밤은 깊어갔고,

세 친구의 몽환적인 이야기는 끝없이 이어졌지.


-끝-



화요일 연재
이전 01화하늘에서 내려오는 주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