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들이 춤추는 오후

- 오후에 그림자들이 독립적으로 춤을 추는 황당한 이야기

by 온들바람

어느 날 오후, 회사 창가에 앉아 멍하니 바깥을 보고 있는데, 이상한 게 눈에 들어왔어.

길을 걷던 사람들의 그림자들이 갑자기 지면에서 슬쩍, 분리되기 시작하는 거야.

처음에는 '피곤해서 헛것을 보나?' 싶었는데, 아니었어.

진짜 그림자들이 사람들이나 건물, 나무 같은 본체에서 톡톡 떨어져 나와서는,

바람에 날리는 낙엽처럼 둥실둥실 떠다니는 거야.

빨간 벽돌 건물의 그림자는 붉은색 그대로, 파란 자동차의 그림자는 푸른색 그대로 말이지.

사람들은 자기 그림자가 없어진 것도 모르고 그냥 걸어 다녔어.

어떤 아이의 그림자는 본체에서 떨어져 나와서는,

제멋대로 길가의 작은 돌멩이를 따라 데굴데굴 굴러가는 거야.

그걸 본 다른 그림자들이 우르르 몰려가서 그 돌멩이 그림자 주위를 맴돌면서 묘한 춤을 추기 시작했지.

음... 내 그림자도 어슬렁어슬렁 바닥에서 떨어지더니, 창문 밖에서 나를 쳐다보는 것 같았어.

검은색 실루엣인데도 왠지 '흥!' 하는 표정인 것 같기도 하고.

그러더니 내 그림자가 갑자기 몸을 휙 돌려서,

빌딩 숲 사이로 총총 뛰어가는 거야.

어디 가는 걸까?

퇴근 시간이 한참 남았는데!

그림자들이 없는 거리는 어색하고 낯설었어.

햇빛은 그대로인데, 그림자가 없으니 모든 게 입체감을 잃은 평면 그림 같다고나 할까.
그래도 그림자들이 춤추고, 뛰어다니고,

자기들끼리 뭉쳐서 커다란 이상한 모양을 만드는 모습은 꽤나 신기했지.

마치 세상의 어둠 부분이 독립해서 자기만의 오후를 즐기는 것 같았거든.

내 그림자는 언제쯤 돌아올까?

아니, 돌아오긴 할까?

아니면 이제부터 나는 그림자 없이 살아야 하나?

별 이상한 생각들이 다 들었지만,

창밖 그림자들의 춤은 계속되었고,

나는 커피를 홀짝이며 그 기묘한 광경을 바라볼 뿐이었어.

그냥 황당 그 자체였지~~~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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