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성 부족

02. 유년기

by 고양이집사



사회성 부족한 사람의 일생은 대개 한 줄로 일반화되는 경우가 잦다. 쟤는 태생이 그랬을 거야. 하나의 단면이 입체로 변해 전체를 낙인찍는다. 하지만, 의외로, 뜻밖에 내 어린 시절은 꽤 외향성이 짙었다. 일 년에 약속을 채 열 개도 잡지 않는 지금과 상반되게.




지금 초등학교나 중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들이야 스마트폰으로 소통하고 유튜브나 게임을 향유하는 게 당연하지, 2000년대 초반엔 학급에서 폴더폰 가진 저학년이 채 열 명도 안 됐다. 그 작은 화면으로 활용 가능한 기능은 문자, 전화, 간단한 게임이 전부였고 그마저도 '알'을 다 쓰면 막히기 일쑤였다. 그런 상황에서 아이들이 택하는 방법은 하나. 친구네 집에 전화해서 불러내거나, 방과 후에 근처 놀이터로 집합이다. 거기선 초면이고 다른 반이고 학년이고 상관없이 원하는 대로 어울려 놀았다. 줄넘기 두 개를 엮어 동요에 맞추어 뛰어놀고, 숨바꼭질을 했다가, 술래잡기를 변형한 경찰과 도둑, 얼음땡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가장 추억에 남은 놀이는 딱지치기였는데, 안타깝게도 오징어 게임에 등장하는 종이딱지가 아니라, 그땐 주로 특정 게임 캐릭터가 그려진 원형 딱지와 고무 딱지였다.



문방구에서 한 팩에 500원 하는 딱지를 사서, 책상다리 밑에 하루 정도 놔두고 발로 밟아 강화시킨 후 놀이터 담장에 모여앉아 딱지 대결을 하던 순간이 10년도 훨씬 지난 지금도 선명하게 재생된다. 어떤 남학생에게 고무 딱지를 한참 잃고 울며 집에 들어온 날도 있었는데, 부모님이 되려 내 탓을 해 서러웠던 기억마저도 필름을 되감듯 뚜렷하다. 또 인라인스케이트가 한창 유행을 타서 종일 바퀴를 밀며 동네를 누비던 나날도 있었다. 그래서 나 때는 말이야 같은 이 나열의 요지는, 초등학교 5학년까지만 해도 내가 사회성이 부족하구나 깨닫게 된 계기가 없단 것이다. 어떤 방식으로든 주변 사람과 허물없이 어울렸으므로. 그 시절엔 그게 당연하여. 스마트폰이 발명되지 않았더라면, 사회 문제에서 사회성 부족 항목이 빠지지 않았을까.

아마, 당시엔 알아차리지 못했는데, '내 성격에 문제가 있구나' 되짚는 상기의 첫머리는 초등학교 6학년, 내게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주어진 이후였다. 정말 이 손바닥만 한 기계장치가 사람 여럿 망쳤구나!




오랜만에 펜을 들어 브런치에 짤막하게 글을 남긴다. 주제를 무기력증, 미루기 천재, 게으른 완벽주의자로 잡을 걸 그랬나 후회도 든다. 사회성 부족이 내 삶을 조금씩 눈덩이처럼 방해하기 시작한 가시밭길을 앞으로의 이야기에서 담담한 어조로 풀어내기가 벌써부터 막막하여. 그래도 포기하지 않으려 한다. 남보다 느린 하루를 걸어가더라도. 일기처럼, 회고처럼 자신의 문제를 직면하고 고쳐나가기 위해.

keyword
작가의 이전글사회성 부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