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온수ONSU Nov 29. 2023

데미안을 읽는다

데미안책에 대한 비평과 리서치


들어가는 말

데미안 작품의 일인칭 화자이자 주인공인 싱클레어의

 "나는 나의 내면으로부터 나오려는 것을 살아보려 했을 뿐인데 그것이 왜 그렇게 어려웠을까"

로 시작한다. 이 첫마디에서 드러나는 안타까움처럼 자신의 내면에서 요구하는 대로 산다는 것은 세계/인간/자아를 끊임없이 분열시켜서 자신을 생성하는 과정이다.


이 책을 읽어보지 않은 사람도 알겠지만, 데미안은 싱클레어의 성장이야기이다. 싱크레어의 10대 고민에서 시작하여 20살 대학시절에 그의 고민은 일단락된다. 데미안의 경우, 처음 책에 나오는 순간부터 사회적으로 존재하는 자아와 본래의 실존하는 자아가 이원적으로 구분되어있으며 두 개의 상반된 세계 반영하고 있지만(말이 좀 어렵지만 이 두 세계에 대해서 뒤에 설명이 나온다) 싱클레어는 10년의 여정을 거치면서 독립적인 자신을 형성하는 과업에 도달하게 된다.



선의 가치관을 가진 가족 VS 악의 기질의 사춘기 소년

싱클레어는 유년기 갈등을 통해 자아에 대한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태도를 가지게 된다. 이 과정에서 데미안은 싱클레어의 정신적 성장을 이끌어주고 주관적 삶의 중심적 역할을 하게 만드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선과 밝음의 세계는 고결한 것, 아버지와 어머니와 누나들 같은 것, 아름답고 고귀한 것과 같은 개념이다. 이에 반해 악의 세계는 어둡고 낯설지만, 호기심이 드는 세계를 의미한다. 그러나 유년기의 싱클레어는 무의식적으로 선의 법칙을 위반하고 싶은 욕망에 이끌려 가족과는 다른 세계에 대한 호기심으로 악을 경험하게 된다. 결국 싱클레어는 동년배 집단을 모방함으로 일탈을 감행한다. 이 기간 동안 그는 기존의 익숙한 삶에 의심을 나타내며 새로운 삶에 호기심을 나타낸다. 이러한 호기심은 그를 위기 상황에 빠뜨리기도 하고, 여러 인물의 도움으로 마침내 그 과정을 극복하고 새로운 인물로 재탄생된다.



선의 공간으로서 가족

소설 속 여러 가지 장면을 통해서 우리는 대략 싱클레어가 초기에 어떠한 가정환경 속에서 성장했는지 추측해 볼 수 있다. 그리고 그가 부모와 형성한 관계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싱클레어는 유아기 시절 부모와 친밀한 애착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그의 가정환경은 일단 경제적으로 유복했고, 가족 간의 관계도 원만했다. 그는 작은 도시의 라틴어 학교를 다녔다. 라틴어 학교는 계속 공부를 할 학생이 다니는 학교로서 어느 정도 가정의 지원이 있어야 입학이 가능한 학교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그의 집에는 하녀도 있었고, 여러 개의 방들이 있는 것으로 묘사된다. 그에게 는 누이들이 있었고, 부모님도 모두 생존하고 있었다. 어머니는 가사일을 총책임을 지고 아버지는 가장으로서 권위를 가지고 있는 듯하며 전통적인 기독교 가정으로 가족들이 모두 모여 기도를 하고 식사를 나눈다. 성탄절 같은 절기에는 예배와 성경 말씀, 선물을 주고받는 잔치가 벌어지는 화목한 모습도 그려진다. 싱클레어가 크로머라는 악동 때문에 앓아누웠을 때 어머니는 지극 정성으로 간호한다. 싱클레어가 청년기 방황을 하고 있을 때, 가족은 안타깝게 바라보며, 아버지는 멀리 있는 아들을 직접 찾아가서 훈계를 하기도 한다. 그리고 주인공이 다시 생활의 중심을 회복했을 때에는 따뜻하게 맞이한다.


"여기 우리 집에 평화와 질서, 안식이 존재한다는 것, 용서와 사랑이 존재한다는 것은 경이로웠다."


 이 대목에서 알 수 있듯 곧 싱클레이가 어릴 때부터 싱클레어가 맞이한 세계는 안정적이고 따뜻하고 친밀한 가족이었다.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역할은 가장으로서 아버지의 일이다. 또한 아버지는 도덕적인 카리스마를 가지고 집안의 큰일을 결정하며, 자녀 교육에도 엄한 규칙을 적용한다. 아버지가 엄격성을 대변했다면, 어머니는 자애로움의 상징이다. 애착 관계가 주로 어머니와 유아 사이에서 생겨나듯이, 여성들은 전통적으로 돌봄을 발전시켜 왔다. 돌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친밀한 관계이기 때문에, 자애로운 친밀감, 따뜻한 정서는 여성들이 주된 감성이 되었다.  이렇게 싱클레어 집안은 각자가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함으로써 질서 잡힌 세계라고 볼 수 있다.



악의 욕망과 또래 집단의 영향

밝은 세계인 가족에서 친밀한 인간관계를 맺으며 무난한 인성을 발달시켜 온 싱클레어에게 드디어 위기가 닥쳐온다. 이 위기는 육체의 자라남과 더불어서 그의 행동반경이 넓어져 인간관계의 폭이 확대되면서 발생한 것이다. 지금까지 싱클레어가 있는 세계는 '밝음'의 세계였지만, 이제는 다른 세계, 곧 '어두움'의 세계가 있다는 것을 자각하면서 그의 위기는 시작된다. 가족과 대비되는 사회는 서로 보살피고 용서해 주기보다는 경쟁하고 남을 해치는 일들이 비일비재로 발생한다.


싱클레어가 어두운 세계에 대한 호기심으로 크로머와 관계를 맺기 시작한 것은 싱클레어의 인간관계가 넓어지고 또래집단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동료의 행동을 모방하려는 욕구가 생겨났음을 볼 수 있다. 모방의 대상이 강력한 권위를 가질 때 그 효과가 더욱 커지는 점을 고려할 때 싱클레어가 크로머를 동경해서 그의 행동에 동화되었다고도 느낀다. 싱클레어는 크로머의 힘에 굴복해서 대부분의 요청을 수용하지만, 자신의 누나를 만나게 해 달라는 요구에는 거부를 표명한다. 싱클레어 자신 안에서 수용과 거부의 평가틀이 작용하기 시작된 점이다.



선과 악의 조화, 양자의 세계

싱클레어는 친숙한 세계를 벗어나서 새로운 세계를 탐색한다. 선의 법칙을 떠나서 크로머의 법칙을 채택해보기도 하였다. 밝은 세계와는 다른 어두운 세계에 대한 체험이었다. 하지만 새로운 경험은 자유와 해방의 기쁨이 아니라 고통과 불안, 죄책감을 낳게 했다. 그렇다고 다시 이전 세계로 돌아가지는 않는다. 선의 법칙을 깨고 있다는 일말의 통쾌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이렇게 싱클레어는 독립을 성취해 나가기 시작하면서 친숙한 밝은 세계를 떠났다. 하지만 호기심의 대상이었던 어두운 세계 역시 목적지는 아니였다. 싱클레어의 정신적 갈등과 고민은 여기에 있다. 스스로 해결해나가야 하지만,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그 도움은 밝은 세계를 대변하는 아버지도 아니고, 어두운 세계를 대변하던 크로머도 아니다. 조력자는 이 양자의 세계를 모두 알 고 있는 두 세계모두 대변할 수 있는 사람인 "데미안'이다. 그리고 데미안만큼은 아니지만 피스토리우스 역시 조력자로 등장한다. 이 두 인물은 모두 싱클레어의 관념체계를 흔들어 놓고 새로운 정신 구조를 창출하는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트 려야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신의 이름은 아브락사스이다.


-싱클레어에게 준 데미안의 편지내용 (데미안하면 나오는 유명한 구절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 둘을 통해 '아브락사스'를 알게 되고, 완전한 자아의 정체성을 갈구하는 싱클레어에게 선과악의 조화의 상징인 '아브락사스'는 이상적 자아상이 되어준다.



--- 2편에 이어서 ---










작가의 이전글 말 많은 인어공주 후기_아름다운 재해석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