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2B SaaS 디자인은 ‘하는 일’ 보다, ‘도전하는 일'에 가깝다.
‘프로덕트 디자이너’ 라는 직군 안에서 디자인을 한지 벌써 4년차가 되었어요.
처음 회사에서 디자인팀 인턴으로 일을 시작할 당시에는 B2B/B2C가 뭔지, SaaS는 뭔지 아는 것이 하나도 없었는데요. 이제와서 돌이켜보니 아무것도 모르고, 기업을 위한 제품을 만들겠다는 무모하고 도전적인 선택을 했던 것 같아요. B2B SaaS 디자인은 어떤 매력이 있는지, 또 B2B SaaS 디자인을 하겠다고 다짐하였던 이유가 무엇이였는지 적어보려고 해요.
프로덕트 디자이너는 표면적으로 UIUX를 설계하는 일이 저의 역할이지만, 사실 그 중에서도 B2B SaaS 디자인을 하면서 수많은 사람들의 일과 업무 흐름을 이해하고, 그 ‘일’이 조금이라도 더 쉽게, 더 효율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하고 있어요.
이 사람, 이 팀이 겪는 불편함은 무엇일지, 어떻게 하면 사람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에 계속해서 고민해요. 그들이 편히 쉴 때의 쾌락과 재미를 위한 제품은 아닐지라도, 하루의 대부분의 시간 속에서 불편함을 덜어낼 수 있도록 돕는 일이 참 매력적이라고 느껴져요. 우리 삶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일’을 더 나은 경험으로 만드는 것, 그것이 제가 하는 일이자 제가 느끼는 보람이에요.
이건 저희 팀만의 특성일지도 모르겠지만, 저희 프로덕트 팀은 '제품을 만들어서 판다'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정말로 그들이 더 나은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솔루션인지에 대해 계속해서 소통하며 제품에 살을 붙여나가는 과정을 겪고 있어요.
특히 저는 CRM이라는 제품을 만들고 있는데, 고객을 관리하기 위한 제품으로, 팀 안에서 고객을 관리하는 각각의 다른 부서가 함께 사용할 수 있도록 돕고있어요. 각각의 다른 부서들은 주로 마케팅, 세일즈 등의 팀들로 나누어져요. 이런 다양한 팀의 요구를 반영할 수 있도록 디자인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 복합적인 요구사항들을 균형있게 반영하려고 해요.
결국에는 의식적으로도, 무의식적으로도 그 팀이 더 나은 환경에서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기를 바라고 고민하게 되더라고요. 계속해서 더 나아갈 길은 있고, 그 길은 유저에게서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B2C 제품을 만드는 팀도 마찬가지이겠지만, 특히 B2B SaaS 디자인은 한 사람 뿐만 아니라 그 팀을 응원하고 서로의 성공을 도모하게 된다는 점에서 더욱 빠져들게 되는 것 같아요.
해가 지날수록 쉬워진다고 느끼기보다, 여전히 어렵다고 느껴요. 오히려 더 어려워지는 것 같아요. B2B SaaS는 다양한 기능과 데이터를 제공해야 하고, 기능의 개수도 많고, 쉽지 않은 개념의 기능을 쉽게 풀어내야 해요. 또 업무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기도 하고, 기능과 새로운 기능의 영향에 대해서도 고려해야해요.
예를 들어 CRM에는 여러 산업군, 다양한 환경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높은 자유도를 요구하는데요. 크게는 개체라고 부르는 큰 카테고리의 개념이 있고, 그 개체들이 가지는 다양한 데이터 필드들에는 정보를 기입할 수 있어요. 한 개체에 속해있는 필드가 다른 개체를 참조하여 조회할 수 있다던지.. 이런 어려운 구조들을 이해하고 기획/디자인해야 하는 숙제들이 있어요.
그렇지만 이런 과정에서 객관적이고 분석적으로 생각하면서도 창의력을 펼쳐 솔루션을 제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또 그런 산을 넘는 과정에서 희열을 느끼기도 해요.
결국 제가 생각하기에 많은 디자인 영역 중에서 B2B SaaS 디자인은 생산성, 효율성, 문제 해결을 위한 제품을 디자인하는 만큼, 유저가 느끼는 효용성과 가치를 직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어요. 디자이너로서 이런 실질적인 영향을 체감하는 것은 엄청난 보람이기도 해요.
어떤 분들은 B2B SaaS 디자인은 지루하게 느껴진다고 하시기도 하는데요. 저도 겪어보기 전에는 그렇게 생각한 적도 있었어요. 막상 이 곳에 뛰어들어보니, 깊이 있는 사고와 창의적인 문제 해결을 할 수 있는, 흥미로운 분야인 것 같아요. 여전히 B2B SaaS 디자인은 저에게 ‘하는 일’ 보다, ‘도전하는 일’에 가깝지만, 계속해서 도전해보려고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