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 因緣

by QWER

그와 처음 만난 게 언제였는지 기억도 안 난다. 친구 소개로 만났었던 그에게 갑자기 연락이 왔다. 당황스러웠지만 궁금함이 더 컸기에 답장에 고민이 없었다. 잘 지내?로 시작한 연락을 요약하자면 다시 한번 보자는 거다. 내 상황을 어디서 지켜보고 있는 건지, 내 옆에 아무도 없다는 걸 어떻게 안 건지, 타이밍도 참 기가 막히다.




과거를 잠시 회상해 보자면, 점심시간에 휴게실에서 의미 없는 인스타 스크롤 내리기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친구에게 연락이 왔다. 거절은 거절하고 무조건 소개를 받으라는 협박이었다. 사실 당시 상황 상 소개를 받고 싶지는 않았지만 등 떠밀려 억지로 나가게 되었다.


역시나 약속 당일이 되니 나가기가 싫었다. 그날 아마 비도 왔었던 것 같다. 여차저차 무거운 몸을 이끌고 나갔는데, 친구가 왜 무조건 나가라고 했는지 바로 알겠더라. 날 오래 본 친구라 그런지 딱 내가 원하던 사람을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대화도 나쁘지 않았다. 적당히 티키타카가 되었고, 적당히 어색했으며, 적당히 재미도 있었다. 상대방을 보니 에프터를 할 것 같았고, 내 느낌은 틀리지 않았다.


그다음 이야기는 생략하겠다. 결론은 잘 되지 않았고, 그와의 인연은 짧게 끝이 났었다. 그가 여러 면에서 내 이상형에 부합하는 사람이었지만, 앞서 말했든 내 상황이 나를 망설이게 했다. 게다가 그와 만날 때마다 자꾸 다른 사람이 생각났다. 이런 마음으로는 연애를 시작할 수 없었다. 친구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니, 어차피 옆에 있지도 않은 다른 사람 생각하지 말고 너 옆에 있고 싶어 하는 새로운 사람 잘 만나보지 왜 그랬냐고 혼만 났었다. 맞는 말이다. 나는 왜 이 모양인 걸까 싶다가도 어쩌겠는가, 내 마음이 이런 걸.




그에게 다시 연락이 온 지금, 인연이란 무엇인가 다시금 생각을 해보게 된다. 만약 그 사람을 그때 그날에 만나지 않았더라면. 만약 그 사람을 조금 더 늦게 만났더라면. 만약 내 마음속에 있던 사람을 내가 좀 더 빨리 잊어버렸다면. 이런 '만약'은 사실 무의미하다. 그냥 타이밍이 안 맞았고, 그래서 인연이 아니었던 것이다.


안될 인연은 뭘 해도 안되고, 될 인연은 애쓰지 않아도 된다고 하지 않던가. 당연하고 간단한 건데 왜 이리 어려운 건지 모르겠다. 안될 인연을 훌훌 떠나보내는 것도, 될 인연을 딱 알아채는 것도, 그 어느 것도 나에게는 너무 어렵다. 그런데 이거 하나는 확실하다. 만약 내 마음이 준비되어 있지 않다면, 인연이 오다가도 도망간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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