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장 오리 불고기의 탄생
식품 MD, Merchandiser 사전적 의미로 '상인'으로 물건을 파는 사람.
현재 식품 MD로서 플랫폼에서 생산자와 소비자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며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아직은 신입이고 싶지만 벌써 3년 차가 되었다.
그중 이번 10월에는 개인적으로 특별한 이벤트가 있었다! 처음으로 신제품 PB 기획 및 판매를 해봤던 것! 입사 초 업무 버킷리스트를 적은 적이 있는데, 그중에 'PB제품 기획 및 판매'를 작성해 놓은 것이 기억난다. 퇴사하기 전에 PB는 한번 꼭 내 손으로 제작해보고 싶었는데 그 목표가 드디어 현실이 되었다는 것이 기쁘다!
PB상품이란 Private Brand의 약자로, 보통 유통업체가 전문 제조사에 위탁생산을 맡긴 뒤 직접 브랜드를 달고 판매하는 상품이다.
현재 다니는 회사는 플랫폼 회사로서 자사 PB제품들이 많은데, 그 제품들이 어떻게 제작되고 유통이 되는지 궁금했었다. 우여곡절 얼렁뚱땅 PB제품을 만들어 판매하게 되었는데, 그 일련의 과정을 회고하며 기록해보려고 한다.
일단 제품에 대해 소개를 하면, '고추장 오리 불고기'이다. 내가 다니는 회사 PB 제품은 성분의 기준이 까다롭다. 원산지부터 첨가물(향미증진제, 색소, 방부제 등)에 이르기까지 따져서 상품의 PB제작을 결정한다.
현재 자사몰에 '고추장 오리 불고기'가 없는 것을 확인하고 오리를 판매하는 거래처에 자사몰 성분에 맞게 제품을 제작해 달라고 요청하였다. 보통 많은 경우 간편식은 'L-글루탄산나트륨(향미증진제)'가 포함되어 있으며 원가 문제로 중국산 재료를 많이 사용한다. 그래서 원재료를 모두 국내산으로 사용하고 첨가물이 첨가되지 않은 제품을 의뢰하였다.
1) 제품 제작
간편식의 경우 식품 첨가물이 들어있는 것과 들어있지 않은 것의 맛 차이가 크다. 그래서 제조 업체와 여러 번 소통을 하며 맛을 같이 만들어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샘플만 최소 4,5번 받아먹어 보고 맛을 평가하며 발전시켜 나갔다. 맛이 텁텁해서 고추장을 줄이기도 하고, 단 맛이 강할 땐 단 맛을 조정하기도 하면서 일반 시중에서 판매하는 고추장 오리 불고기의 맛이 나올 수 있도록 조정하는 과정을 거쳤다. 이후 최종 수정된 레시피로 내부 보고를 진행하여 컨펌이 나면 가격 협의를 진행한다.
2) 가격 협의
타 플랫폼 고추장 오리 불고기 가격을 조사한다. 타사 제품의 성분 및 100g 당 가격을 조사한다. 그 후 내가 받은 공급가 기준으로 판매가를 계산하였을 때 타 플랫폼보다 가격 경쟁력이 있을 경우 다시 한번 내부 보고를 거쳐 최종 출시 결정을 받게 된다.
최종 출시가 확정된 이후에는 디자인 팀과 소통하여 제품 PB디자인을 시작한다. 이때 가장 중요하게 배운 것이 있다. 제조사와 디자인팀 사이 소통에서 정보를 전달할 때 내가 한번 더 꼼꼼하게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제조사 측에서 정확하게 정보를 전달해 주는 것이 아니라 대략적으로 전달해 주는 경우, 내가 한번 더 확인하여 정보를 확실히 전달하여 주어야 한다는 것. 일을 깔끔하게 하기 위해서는 내 손을 거치는 정보를 한번 더 꼭 확인을 해주어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제품이 출시된 일정에 맞춰 상세 페이지를 작성한다. 작성 후 입고 일정을 잡아 물류 및 매장에 공지한다. 이후 발주를 하고 상품 오픈을 한다! 신제품 출시니 판매 계좌를 높여주고 특가를 등록해서 판매를 한다.
현재 '간장 오리 주물럭'도 판매 중이다. 그 제품 판매량보다 '고추장 오리 불고기'가 간장보다 수요가 더 높을 것이라 예상하고 발주를 하고 판매를 하였다. 초반에는 두 상품 비교하였을 때 고추장이 더 많이 판매가 되었다. 근데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내가 판매를 높이기 위해 가격 행사를 많이 진행하였다. 그런데 시간이 1,2주 지날수록 '간장 오리 주물럭'보다 수요가 낮아졌다.
간장 오리 불고기 제품도 내가 판매하는 제품이라 해당 제품의 발주량도 조금 줄여 고추장에 판매가 몰릴 수 있도록 하였으나 판매량이 몰리지 않는 것으로 보아 '간장 오리 불고기'의 제품 소비자층이 지금 단단히 형성되어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앞으로의 앞으로의 방법은 그럼, '고추장 오리 주물럭'의 제품도 소비자층을 단단하게 형성하는 것. 11월에는 배너 광고를 진행하여 판매를 조금 더 공격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현재 거래처와 광고 관련 단가 협의를 하고 있는 중이다.
내 첫 PB제품 제작기. 주변에 이 이야기를 하니, 한 분이 "세상에 내가 만든 무언가가 나온 건 정말 멋진 일입니다!!"라는 말씀을 해주셨다. 그 말을 들으니 내가 한 일이 더욱 의미가 있고 가치가 있고 소중하게 느껴졌다.
확실히 내가 만든 상품이라 다른 제품보다 더 애정이 가고 사람들이 많이 좋아해 주었으면 좋겠다. 내가 그렇게 만들어야지! 그리고 세상에 내가 만든 무언가를 하나씩 더 늘려가야겠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