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과 싸우는 기분

9월, 일교차 심함, 시작일기

by 이수연

시인마다 詩를 읽어내는 방식은 다르다.

한 시인은 언어의 사원이라고,

허연 시인은

흙 위에서 사람이 기도하는 모양이라고

시는 명명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시인은 사람들이 시를 생각하는 일화를 들려주었다

법원의 판결로 로봇청소기 리콜판정이 났을 때

회사는 새 제품을 보내기를 선택한다

비용적 측면이 그것이 더 경제적이기 때문에,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직접

멀리 있는 본사로 찾아가

내가 썼던 '로봇청소기'를 고쳐달라고 요청한다


같아 보이지만

나의 눈에는 다르게 보이는 존재로 명명된

세상에 단 하나뿐인

청소기, 그것이 시가 있는 순간이다.


시인들의 이야기는

다르지만 같기도 해서

듣다 보면

모두 하나의 학교에서 배운 것은 아닐까


내가 존경하는 선생님이

밤의 학교라 명명한

밤과 낮에서 시인은 태어났을 것이다


연필로 적어낸 글자가

울고 있어서

번져가는 종이를

가만히 보고 있었다







칠월




쏟아지는 비를 피해 찾아갔던 짧은 처마 밑에서 아슬아슬하게 등붙이고 서 있던 여름날 밤을 나는 얼마나 아파했는지


체념처럼 땅바닥에 떨어져 이리저리 낮게만 흘러다니는 빗물을 보며 당신을 생각했는지, 빗물이 파놓은 깊은 골이 어쩌면 당신이었는지


칠월의 밤은 또 얼마나 많이 흘러가버렸는지, 땅바닥을 구르던 내 눈물은 지옥 같았던 내 눈물은 왜 아직도 내 곁에 있는지


칠월의 길엔 언제나 내 체념이 있고 이름조차 잃어버린 흑백영화가 있고 빗물에 쓸려 어디론가 가버린 잊은 그대가 있었다.


여름 날 나는 늘 천국이 아니고, 칠월의 나는 체념뿐이어도 좋을 것 모두 다 절망하듯 쏟아지는 세상의 모든 빗물, 내가 여름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허연, 「칠월」


허연 시인


당신은 언제 노래가 되지

월, 화, 수, 목,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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