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가을 날씨, 시작일기
올해 만난 사람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시인은
송재학 시인이었다
『습이거나 스페인』의 북토크에서
그는 눈이 깊고 과묵한 인상을 주었는데
시를 따라 읽다 보니
시인의 말이 천체망원경 같아
그의 궤적을 따라가다 보면
암흑에는
초신성, 은하가 있었고
별이라는 면적,
죽은 생물의 원소가 회귀하는 요람
한 세기를 점이라는
별을 손으로 잇는
밝은 눈의 사내가 있었다
○
언제부터인가 목성을 바라보게 되었다 목성의 세 고리와 함께 거닐기도 한다 나는 지금 가니메데 위성의 얼음에 앉아 있다 내 사념 한 조각이 탄식도 그림자도 없이 거대 행성의 가스층까지 들락거린다 가니메데의 희박한 대기는 내 생각을 덥석 삼켰다
번개를 동반한 거대 폭풍이 소용돌이치는 목성의 대적반은 나와 시선을 나누는 하나의 눈동자이다 낮이면 뜨거워지고 밤이면 차가워지는 내 하루는 별빛의 팽창 속도를 따라간다
지구에서 나는 소멸되고 정신의 복사열만이 이곳으로 옮겨와서 생을 반복하고 있다 무엇이 나를 이곳으로 보냈는가는 나를 지구로 보냈던 약속과 다를 바 없다 광활하다는 우주의 넓이와 깊이는 늘 익숙하고도 으스스하다 생은 시공을 다시 삼키면서 반복하는 것이다
내 교우록은 가니메데의 오로라와 얼음 그리고 어두운 부분이다 얼음의 흰색과 회색은 먼지 덩어리, 내 생각도 먼지처럼 흩어지고 뭉쳐진다 중얼거리다 얼어붙은 얼음은 모든 온도를 품기에 무겁다 어두운 부분도 마찬가지, 밝은 부분의 반대쪽이 아니면서도, 원래 어둠에서 태어났기에 보이지 않는 암흑을 발명하고픈 크레이터이다
혼자서 입김을 내뿜고 행성의 궤도와 평행해진다는 것은 어떤 생인가 지구에서 난 식구라는 개념을 간직했다 윤리와 욕망도 당연했다 여기서 내 존재는 우주의 일부, 스타더스트라는 순서를 따라간다 별과 별의 거리는 조금씩 멀어지지만, 푸른 별과 붉은 별의 일생을 지켜보는 일과를 포함해서이다
가끔 목성 너머 푸른 점과 마주칠 때, 희로애락은 별의 위치에서 쓸모없고 생로병사 역시 먼지라는 물질이지만, 지구에서 가져온 사소한 감정은 단 하나, 저 별에 대한 희미한 애착이다
무시무시한 중력으로 지구를 보호해 왔던 목성은 거대한 규칙을 실천한다 오늘 가니메데의 공전이 휜 덕분에 목성에 가장 근접했다 분홍빛 자전 소리가 이끌고 가는 목성의 하루는 아홉 시간 오십오 분이다
-송재학,「가니메데라는 궤도」
내가 자꾸 들여다보는 우주
사물의 본은 우주에서 따온 것이니까
나는 원과 타원과 각진 것이지만
내가 사라진 자리
정신의 복사열은 목성의 가장자리를 떠돌 것임을 안다
우주의 일부인 것에 위안을 느끼는 것은
내가 광활한 공간에 점처럼 있다는 느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