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주 부너미
[14주]“스마트폰을 쓰는 아이에게 어떻게 조언할까”를 읽고
*우리집의 스마트폰(태블릿) 사용 규칙이 있나요? 구체적으로 알려주세요.
: 인스타, 페이스북, 블로그, 브런치 네 곳에 글을 올린다. 내용은 다 같지만, 인스타는 긴 글은 올라가지 않아서 글 앞부분만 올리고 (나머지는 페북과 블로그에서 읽으세요)를 덧붙인다. 타인들의 피드를 보고 싶지 않아서 인스타, 페이스북, 블로그 각각 설정을 해 두었다. 인스타에서는 스토리와 피드를 보지 않게 설정할수 있고, 페북은 이웃관계도 팔로우 취소를 하면 그 이웃의 글을 보지 않을 수 있다. 블로그에서도 이웃 블로그의 새글이 보이지 않게 설정할 수 있다. 이웃이나 팔로우 한 사람이 수백수천명이니 그들의 새글들을 매일 보는 것은 너무 피로하다. 블로그에서도 좋아요(하트)를 누룰수 없게 체크할수도 있다. 물론 그 사람이 궁금하면 그 사람 아이디나 이름을 검색해 최근의 활동이나 글들을 살펴볼 뿐이다. 내가 sns를 사용하는 것은 내 글을 올리는 용도로 쓴다. 인맨관리나 인친관리 이런건 안한다. 누군가 내 글에 긴 댓글을 달면 감사한 마음에 나도 긴 댓글을 달고 그분 인스타나 페북에 들어가서 최근활동들을 살펴보고 댓글을 달기도 한다. 좋아요만 달아주는 관계는 큰 의미는 없다. 짧지 않은 댓글이 의미있다. 좋아요 숫자에 일희일비하지는 않는다.
내가(아이와 함께, 혹은 어린 시절) 해 본 사장 스릴 넘치고 위험한 장난(그래서 더욱 기억에 남는 경험)은 무엇이었나요?
:우울증의 시작이 중2였고 29년간 우울증이 있어서 어린시절의 일탈이나 스릴 넘치는 장난의 기억은 없다. 20살엔 동아대학교 산업공학과를 들어갔고, 22살엔 공주대학교 만화예술과에 실기 준비를 혼자해서 다시 들어갔다. 다만, 우울증으로 인해 공주대학교에서 만화를 열심히 배우고 열심히 만화를 그린 경험은 적다. 대부분 내 자취방에 누워 있었다. 군대를 다녀와서 복학을 했다가 우울증 때문에 학교를 제대로 가지 않아 다시 휴학을 했다. 27살에 두가지 특이한 경험을 했다. 하나는 대전 충남대학교 아수까라는 라틴댄스바에서 탱고를 6개월간 배우고 췄다. 몸을 움직이는 것엔 적극적인 편이라 기초 수업은 잘 따라갔지만, 우울증으로 인해 사람들과 어울려 관계하고 친밀하게 지내는 법을 어려워하는 27살이었던지라 6개월정도 하다가 그만두었다. 탱고 테크닉들을 연습하려면 틀리더라도 자꿔 춰봐야 하는데 사람들과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는게 어렵다보니 춤추면서 자꾸 틀리고 버벅거릴때마다 상대 파트너에 미안했고 춤실력 향상도 어려웠다. 지금의 나라면 사람들과 관계에 집중하고 애를 쓰고 그래서 편안한 관계망들이 형성되어서 춤연습도 편하게 열심히 더 해봤을텐데 그러면 탱고도 오래 즐기지 않았을까. 누군가는 지금이라도 춤 동호회에 가서 해보면 되지 않냐는 말을 하지만, 선택과 집중. 다른 것(운동, 글쓰기, 독서, 그림)에 시간을 할애에 집중하는 시간도 부족하기에 춤을 내 시간에 넣기는 어렵다.
다른 하나는 누드모델도 6개월간 했다는 것이다. 어떻게 누드모델을 해봐야겠다고 생각한건지는 정화히 기억나지 않는다. 서울에 누드모델 협회장님을 만나서 이야기 듣고 누드모델할때 필요한 가운도 마련하고 틀어놓을 음악 시디도 여러장 구웠던 기억이 난다. 처음 모델을 서기 전에 혹시나 발기가 될까봐 엄청 걱정을 했는데 그건 기우였다. 한자세로 가만히 있는게 너무 힘들어서 전혀 발기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화여대에 가서 모델도 해봤다. 미대 수업은 한 자세로 20분정도 자세를 취하고 휴식하고 이걸 반복하는지라 애니메이션과 같은 곳에서 크로키 모델을 서는게 다이나믹한 포즈를 취할수도 있어서 덜 힘들고 재밌있었다. 차가 있을때가 아니라 버스와 기차를 이용해서 전국적으로 다녔는데, 숙박비나 이런것들이 부담이 되기도 했고 수시로 우울증 상태였기에 모델일을 길게 하지 못하고 6개월정도 하다가 흐지부지 되었던거 같다.
마지막으론 2023년 부터 2024년까지 다섯번의 우울증리사이틀 공연을 했던 것이 특별한 경험이었다. 2023년에 화물차 운전일을 하면서 라디오를 듣는 것이 취미였고 그러다가 라디오에 사연 보내는 재미에 맛들렸고 그 당시에 2시의 데이트 제제와 7분정도 통화를 하기도 했다. 라디오에서 나오는 남성가수들의 노래를 따라부르는데 신기하게도 대부분의 남자키가 올라갔다. 나도 나에게 놀랐다. (그렇다고 내가 노래를 잘 부르는건 아니고 음치가 아닌 수준이다.) 과거의 나는 노래방에 간적도 드물고 노래에 취미가 전혀 없었다. 그런데 왠만한 남자 키가 올라가니(아주 높은 곡은 올라가진 않았다) 남자 노래들을 따라부르는 재미가 생겼다. 그러다가 문득 내 전시회 오프닝에서 노래를 부르겠다고 SNS선언을 했고 열심히 연습했다. 아무리 노래를 달달 외워도 혼자 부르는 것과 사람들앞에서 부르는건 다른 일이었다. 비와 당신을 불렀는데 사람들앞에서 처음 불러 키를 잘 맞추지 못해서 만족스럽진 않았다. 그 경험을 통해 오히려 사람들 앞에서 떨지 않게 더 능글능글 부를수 있게 사람들앞에서 자꾸 불러봐야 겠다 생각했다. 두번째 전시에서 또 오프닝 공연으로 노래를 불렀는데 이번엔 아주 만족스러웠다. 내 키에 맞는 프랭크시나트라의 마이웨이는 편하게 만족스럽게 불렀다.
그때 즈음 생활글쓰기 모임을 꾸려 내 우울증 시절에 대한 글을 쓰고 있었다. 내 우울증 이야기 + 노래 = 1인극 공연을 해보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가 떠올라 6개월뒤에 부산 화명동 무사이에서 공연을 하기로 SNS에 선언을 했다. 무사이 책방안에 보면 25석 규모의 영화관이 있는데 거기에서 하기로 했다. 6개월동안 앵콜곡까지 여덟곡을 수백번 연습을 했다.(나는 외우는 걸 잘 못해서 엄청 오래 걸린다.) 혹시나 못외울까봐 화면에 노래방 화면을 뛰어 달라고 매니저님께 부탁했다. 장범준의 ‘흔들리는 꽃들속에서 네 샴프향이 느껴진거야’ 부를때는 기타는 못치지만 기타를 메고 치는 척 했다. 우울증 이야기를 하고 한 파트가 끝나면 노래를 한곡씩 불렀다. 6개월동안 열심히 연습을 했고 나의 29년우울증의 역사를 이야기하는 자리이기에 공짜로 하기는 싫었고 만오천원 공연비를 받았다. 내가 유명한 사람도 아니고 누가 내공연에 돈을 내고 신청을 하겠는가. 모객이 많이 되지 않아서 내가 적극적으로 나섰다. 지인들에게 장문의 구구절절한 문자를 보내서 공연소식을 알렸다. 25석 중 23석이 꽊찼고 나는 떨지 않고 공연을 즐겁게 즐겼다. 6개월동안 준비한걸 한번만 하고 말기엔 너무 아까워서 서울, 경주, 울산, 양산까지 네번의 공연을 더 했다. 물론 이 공연들도 그 지역의 지인들에게 구구절절 장문의 문자를 보내서 와달라 사정하긴 했다.
총 다섯번의 공연을 하고 나니 내가 동원할 신청자들이 바닥이 났고 그렇다고 공짜로 공연을 하기는 싫고 그래서 다섯번의 공연의 경험으로 마무리 되었다. 다섯번의 공연에서 불렀던 노래들은 다음과 같다.(한번 불러보고 반응이 시원찮은 곡들은 빼고 새로운 곡을 넣어보는 식으로 했다.)
1.마이웨이-프랭크시나트라
2.민물장어의 꿈-신해철
3.우리네인생(카지노 OST를 듣고 알게 된 곡)-김현식
4.흔들리는 꽃들 속에서 네 샴프향이 느껴진거야-장범준
5.8월의 크리스마스-한석규
6.앵두-최헌
7.걱정말아요 그대-이적
8.나에게 쓰는 편지-신해철
9.말하는대로-처진달팽이
10.커피한잔할래요-폴킴
11.보릿고개-진성
12.브라보마이라이프-봄여름가을겨울
13.흰수염고래-윤도현
14.넌할수있어-강산에
우울증리사이틀 공연 레파토리 중에 이적, 유재석이 부른 ‘말하는대로’가 늘 있었다. 헬스장에서 운동을 할때 자주 유퀴즈를 봤기에 어느날 문득 ‘나 저기 나가야 겠다’라고 생각했고 2024년에는 어디를 가나 나 유퀴즈 나갈꺼라고 떠벌리고 다녔다. 유퀴즈에 나가서 유재석이랑 듀엣으로 ‘말하는대로’도 잘 부를수 있고, 내가 경험한 29년의 우울증의 시간에 대해서 말하면 많은 이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정말 출현을 하게 된다면 재미있는 경험도 되겠고 말이다. 친구랑 재미로 손금을 보러갔을때 ‘”저 올해 유퀴즈 나가나요?“ 물었을때 선생님이 나간다고 답을 해주셨지만, 결국 유퀴즈에 나가지는 못했다. 나가고 나가지 않고는 중요하지 않다. 무언가 말을 뱉게 되면 그걸 지키기 위해서 그걸 할수 있는 방향으로 나를 만들어 나가기 때문에 유퀴즈에 나가진 못했어도 그것으로 충분하다.
나를 설명하는 여러 정체성의 하나로 ’프로딴짓러‘를 말하고 다니곤 했는데, 요즘은 심심한 시즌을 보내고 있어서 딴짓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진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