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코드라마에서 아버지에게 못다한 말 하다(생활글쓰기 시즌1-2)
인스타 팔로우 하고 있는 깻녹님 인스타에 양산에서 사이코드라마가 있다는 것을 알고 당장 신청을 했다. 깻녹님도 사이코드라마 전공으로 공부하고 계시고 논문도 쓰신 분이다. 개인적으로 깻녹님이 진행하는 사이코드라마에 참여한 적이 있다.
모르는 분들을 위해 사이코드라마를 쉽게 설명하면 연극놀이 기법의 상담의 한 방법이다. 나에게 트라우마나 상처를 준 상황에 직접 다시 가서 그때 못했던 말이나 행동을 하면서 억눌린 감정을 풀고 치유하는 방식의 집단상담중 하나이다. 나는 우울증때문에 20대 중반에 대전에서 최철환 선생님이 하시는 사이코드라마를 경험한 적이 있었다. 무대의 주인공이 되어 우울증을 다루었던 기억이 있다. 그 외에도 여러가지 집단상담도 경험했고, 몇년전에는 가족세우기 집단상담도 해본 적이 있다.
47년 인생중 가장행복한 시절을 보내고 있다면서 사이코드라마에는 왜 참여했냐고? 이게 참 재미있는 치유체험이자 놀이이기 때문이다. 물론 나 혹은 타인의 아픔을 다루는 것을 재미있다고 말할수 없지만 그 과정을 함께 하며 간접경험하는 것또한 큰 심리 공부이자 인간을 이해하는 좋은 공부이기 때문이다. 타인의 아픔을 직시하는 것이 힘든 분들에게는 부담스럽겠지만, 그 부분을 감당하고 견디면서 참여할 마음과 상황이 된다면 그 치유와 성장의 기쁨은 다른 즐거움 못지않게 큰 기쁨인 것이다. 그래서 내겐 사이코드라마가 아주 재미있는 치유놀이로 인식하고 접근한다.
아침에 그제 고장난 차를 견인해서 정비소에 맡겨놓고 택시를 타고 양산시 노동자종합복지관에 도착했다.(근로자종합복지관이 아니라 노동자종합복지관이라서 마음에 든다) 외국인 노동자들의 한글 수업도 여기에서 이루어지는 좋은 프로그램이 많이 있는 공간이다. 보통 하루종일 하는 사이코드라마의 경우 10만원이상인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건 단돈 5만원. 횡재라고 생각하고 바로 신청했던 프로그램이다. 보통은 한명의 디렉터(모임리더, 상담 선생님)가 진행하는데, 이날은 세명의 디렉터가 세번의 사이코드라를 진행했다.
첫번째 내담자 선생님은 엄청나게 쏟아내셨다. (사이코드라마 내용을 이야기 할 수 없는 것은 이 안에서 하는 이야기는 이 안에서 끝나는 것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안전한 공간이라고 믿고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 냈는데, 밖에서 자신의 이야기가 도는 것을 듣게 되면 불쾌하고 상처가 될수 있기 때문이다) 20명 정도가 참여했는데, 사이코드라마를 경험해보지 못했던 분들은 대략 8명정도. 사이코드라마에 참여한다고 해서 자신이 항상 무대의 주인공이 될수 없다. 자신의 이야기를 다루고 싶은 분들이 앞에 있는 의자에 나와 앉고 두명이상인 경우, 의자를 거꾸로 돌리고 앉아 사람들이 다루었으면 하는 분 뒤에 줄을 선다. 집단상담에서는 집단 라포가 중요하기 때문에 그 집단상담에 참여한 분들의 분위기에 따라 내담자가 결정된다.
점심을 맛있게 먹고(숨겨진 양산 맛집을 알게 되었다) 잠시 쉬고 두번째 장이 펼쳐졌다. 해군에서 10년정도 사이코드라마를 진행해 보신 경험이 있는 선생님. 아무도 나오지 않았는데, 문득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면 나오라고 해서, 문득 아버지가 떠올라 앞으로 나가 의자에 앉았다. 다른 한분이 또 나오셨는데, 투표를 통해 내 이야기가 주제로 정해졌다. 47년중 가장 잘 살고 있는 내가 사이코드라마를 또 하게 되다니. 그래 한번 해보자 라는 생각으로 가볍게 시작했다. 지금은 아버지와 연락을 끊고 살고 있는데, 중간중간 아버지와 친해지려고 좋아해 보려고 노력도 해보았으나 아버지에 대한 감정이 호감으로는 바뀌지 않는걸 인식하곤 그 뒤론 연락이 와도 생까는 방식으로 연락을 끊은지 몇년이 되었다. 이제는 그런 문자도 전화도 오지 않는다.
아버지에 대한 세가지 원망을 말했다. 일단 우리 집에 경제적으로 큰 풍파(대순진리회)를 일으키고 가족 구성원모두를 힘들게 하고 사춘기인 나에게 우울증을 경험하게 한 사실, 늘 가족에게 미안하다고 하면서 나는 왜 그가 우리에게 나타나 밥한번 먹자 차한잔 하자고 하는지 당최 이해를 할 수가 없는데, 진짜 미안한줄 알면 우리 앞에 안 나타나고 연락도 안하는게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태도아닐까. 그래야 당신이 정말 미안해 하는구나 라는 생각이들지. 어쨓든 둘째는 말로만 미안하다고 하는점, 셋째는 나의 어린시절 부모와 함께 했어야 하는 어린시절의 추억을 만들어주지 못한점. 그건 엄마도 내게 그러지 못했다. 아버지는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원양어선을 타서 아버지와 보낸 기억이 거의 없다.사진으로만 봐서 아는 기억이 있을뿐이다.
아버지를 의자에 앉혀 놓고 그 뒷모습을 향해 엄청나게 분노하고 욕을 하고 신문지를 돌돌 만 몽둥이를 방석에 바람소리가 들릴정도로 강력하게 휘둘러 쳤다. 울고 불고 울부짖고 욕하고 원망을 쏟아내었다. 다시는 내 앞에 나타나지 말라고, 나는 그래도 괜찮지만, 외할머니나 엄마나 여동생 앞에는 다시는 나타나지 말라는 것. 나는 여러 집단상담을 하면서도 아버지에게 하지 못했던 말과 화와 원망을 쏟아낸 경험이 이번이 처음이었다. 속이 다 후련했다. 목소리가 갈 정도로 울부짖었다. 그리고 또 떠오르는 사람이 없냐고 하길래, 외할버지가 떠올라 또 그분을 불러냈다. 외할아버지는 보도연맹으로 억울하게 엄마가 한살정도에 돌아가셨다고 몇년전에야 엄마에게서 들었다. 그 외할아버지에게 나는 아버지에게 못부린 어리광을 부렸다. 나 지금 너무너무 잘 살고 있다고 자랑도 하고, 28년 우울증을 그 힘든 시간을 견뎌내고 살아남았다고 장하다고 자랑했다.
나의 드라마를 진행해주신 이기춘 선생님에게 감사의 마음이 들어서 기념사진도 한장찍었다. 세번째 장은 또 다른 선생님이 진행을 하고 토요일 하루의 일정은 마무리되었다.
오늘 나는 상담경험중에 한번도 하지 못한 작업을 두개나 한 셈이었다. 몸은 피곤하지만 마음은 편안하고 후련해서 참 좋았다. 나는 요즘 재미를 중점으로 일을 벌이고 살아가는 편이다. 그 재미있는 것중에 이제 사이코드라가 하나 포함되었다. 깻녹님에게 경남지부 사이코드라마 학회 밴드도 물어봐서 가입하고, 8월 9월에 대전에서 있는 사이코드라마 초급과정도 바로 신청을 해 버렸다.
사이코드라마는 일상속에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가면을 벗어버리고 평상시 하지 못했던 말과 행동을 해보는 재미난 놀이이다. 물론 아픔을 직시해야하는 지점이 있지만, 그것을 감당한다면 한 단계 성장하고 치유할수 있는 발판이 된다. 사이코드라마를 통해 다양한 사람, 다양한 인생을 간접경험하고 새로 태어난 놀이터가 된다. 사이코드라마에 참여해도 무대의 주인공이 되지 않아도 되고 모두 무대의 주인공이 될수도 없다. 그냥 타인의 치유작업을 보고 간접참여도 해보는 것만으로도 나에게 자극을 주고 공부가 되기도 한다.
관심있는 분들은 저와 함께 신명나는 놀이의 장을 한번 경험해 보시는 건 어떨까. 조심히 제안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