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이야기

네 명의 빌런과 직장생활하고 있는 나(29년 우울증경험자의 생존에세이 1

by 박조건형

네 명의 빌런과 직장생활하고 있는 나(29년 우울증경험자의 생존에세이 12)


직장동료와의 갈등에 관한 글은 십여편 정도 썼던거 같다. 나는 글을 솔직하게 써야 글을 쓰는 나도 재미있고 쓰고 나서도 시원한거 같은데, 직장동료에 대한 글은 여러가지 신경이 많이 쓰였던게 사실이다. 그래서, 이제 회사 이야기는 그만해야지 생각했다. 그들이 sns를 하는 것 같지는 않아서 내 글을 볼 가능성은 별로 없는것 같지만, 그래도 혹시라도 내 글을 보게 되면 자신의 이야기라는 것을 알수 밖에 없는 글이기 때문에 찝집한게 사실이니까.


문득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빌런’이라는 개념을 차용해서 써보면 어떨까 하는. 마블같은 히어로 영화에 보면 나쁜 악당 = 빌런 이라는 개념을 일상적으로 쓴다. 그러다보니 ‘빌런’ 이라는 단어가 대중적으로 사람들에게 익숙하게 받아들여 사용되는 것 같다.


회사에는 네명의 빌런이 있다. 삼위일체 빌런 세명, 천상천하유아독존 빌런 한명. 삼위일체 빌런에게는 이런 이름을 지어주었다. 1년 안된 빌런, 젊은 빌런, 중립빌런. 이렇게 이름을 지어주니 그들이 회사에서 아무리 지랄을 해도 그냥 재미있는 지랄들로 웃고 넘길수 있게 된 것이다.


지금 일하는 직장은 월급은 그리 많지는 않지만, 근무조건만은 너무나 마음에 든다. 주5일에 토일 쉬고, 잔업없고, 대체공무일도 확실히 쉬고. 연차나 월차는 물론 없다. 다만 전자가 확실한 것만으로도 너무 마음에 드는 직장이다. 내가 이곳을 혹시나 나가게 된다고 하더라라도 월급이 많고 적고를 떠나서 이 근무조건보다 나은 회사는 지금 나이에서 만날수는 없을 것 같다. 그리고, 지금의 짝지와 나의 삶을 책임져주는 생계를 위해서 계속 다니고 싶다.


그런 중요한 직장인데, 이들 네명의 하찮은 빌런 때문에 나는 스트레스를 받고 싶지 않다. 나랑 친한 형님을 이 글에서는 “우리 편”으로 부르겠다. 네명의 빌런으로 인해 같은 상황을 겪어도 우리 편은 엄청나게 스트레스를 받는다. 나는 그렇지 않은데 말이다. 우리 편이 네명의 빌런으로부터 받는 스트레스를 종종 내게 털어놓는다. 우리 편이라 들어주긴 하는데 때론 내가 감정 쓰레기통이 된거 같아 나도 우리 편에게 짜증이 날때가 종종 있었다. 그래서 한번씩 내가 우리 편에게 쏘아붙였더니 그 정도가 좀 줄어들었다. 우리 편은 나보다 아홉살이 많은데도 내가 한번씩 불만을 이야기 하면 그 말의 핵심을 알아듣고 사과도 하고 잘 안 바뀌겠지만 자신도 노력을 하겠다고 한다. 그래서, 나는 우리 편을 형님으로 인정하는 편이다.


천상천하유아독존 빌런은 영업을 하는데, 사장님도 천상천하유아독존 빌런이 회사에 벌어다 주는게 있기 때문에 자르지는 못하는 것 같고, 중립빌런도 비슷한 또래이지만 들이받지를 못하는 것 같다. 그러니 천산천하유아독존 빌런을 우리가 뭐 어떻게 할 방법이 없는 셈이다. 그는 영업을 하면서도 현장과 교류가 전혀 없다. 지 마음대로 발주를 넣어버린다. 발주가 급하다고 현장에 늦게 납품을 가면 급한 일 아니다라는 대답을 듣기 일쑤다. 혼자 안달이 나서 발주를 넣는 것이다. 그리고 급하게 발주를 넣는 거라면 현장에 그게 가능한지 물어보거나 그런 제스춰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게 전혀 없다. 혼자 회사 전 직원을 왕따 시키는 셈이다.


한번은 울산 거래처에 납품을 갔을때였다. 우리 회사 단톡방이 있는데, 그 카톡을 나는 챙겨 못봤고 현장에 중립빌런이 공드럼 회수해 오라는 말만 듣고 거래처에 말했더니, 담당자가 그건 회수하는게 아니라면서 천상천하유아독존 빌런과 통화를 했다. 그리곤 나에게 그 빌런이 전화가 왔다. 나에게 대뜸 “카톡 안봅니까?” 라고 묻는다. 나는 중립빌런이 회수해 오라는 말을 듣고 그렇게 말한 것이라고 이야기 했다. 천상천하유아독존 빌런이 아무런 대답이 없고 한숨을 쉰다. 내가 천상천하유아독존 빌런과 싸우자는게 아니라 현장에서 그렇게 회수하라고 해서 그렇게 안 것 뿐이다라고 말하자 전화를 뚝 끊어버린다. 이 빌런 항상 이딴식이다. 현장에 있는 중립빌런은 현장 일 하기 바빠 단톡방의 전체 내용을 가끔 못챙길때가 있다. 지는 단톡방의 카톡을 다 챙겨보는 것도 아니면서 지 카톡 하나 중립빌런이 못봤다고 삐져가지고 그딴식으로 반응을 하니. 천산천하유아독존 빌런 항상 이딴식이다. 지밖에 모른다.


중립빌런은 솔직히 빌런이라 말하기 그런 지점이 있다. 늘 성실하시고 솔선수범하기에 그 점은 존중한다. 다만, 1년 안된 빌런과 젊은 빌런과 짝짜꿍이 맞다 보니 세트로 묶어 버린 것이다. 그대는 중간 관리자라 한번은 젊은 빌런과의 갈등이 둘이 해결이 되지 않아 이야기 했는데, 내게 대뜸 ”나보고 어떻게 하라고“ 라고 하지 않는가. 성격이 충돌을 싫어하고 자기 주장을 펴지 않는 분이라는건 자기 성격이라 이해한다고 해도 자신의 위치는 중간 관리자가 아닌가. 그래서 이야기 했는데, 중립빌런은 자신이 중립이라고 말하고 나보고 자꾸 분란을 일으킨다고 말하는게 아닌가. 그 말을 들으니까, 이 빌런에게 나는 트러블메이커 구나 싶어서 앞으로 이런 이야기 절대로 안해야지 싶었다.


중립빌런에게 섭섭한건 많다. 1년 안된 빌런 술먹고 지각을 하고 술 안먹고도 지각을해도 그게 자연스러운지 농담처럼 웃으며 가볍게 이야기 하고(그건 가장 기본적인 근무태만인데도 말이다) 내가 뭔가 실수하면 그때마다 정색을 하며 내게 잘못을 지적한다. 나는 뭐 내 실수나 잘못인정하고 앞으로 조심하겠다거나 좀더 신경쓰겠다고 한다. 마음에 담아두진 않지만 섭섭한 건 사실이다. 그런데, 중립빌런의 마음이 1년 안된 빌런과 젊은 빌런에게 기운건 눈에 보이게 사실이라 내가 중립빌런의 마음을 얻는 것은 쉽지 않다. 그냥 묵묵히 성실히 일하는 것 뿐. 젊은 빌런 편드는 것은 우리보다는 2년을 더 같이 일해서 그렇다고 치더라도 1년 안된 빌런 편 드는 건 무슨 심보일까. 둘이 술을 좋아해서 종종 술을 같이 먹어서 편한 걸까. 그리고 1년 안된 빌런과 젊은 빌런은 중립 빌런 앞에서 아양도 잘 떨고 그때만 아주 열심히 일한다. 그리고 중립빌런이 안볼땐 둘이 농담따먹기 하고 장난 친다. 그 꼬라지가 눈에 너무 잘 보인다. 중립 빌런 앞에서는 아부 떨고 열심히 일하고 그가 보지 않으면 대충대충 하고.


우리 편은 화물차 경력이 25년이 넘는다. 내가 그러지 말라고 수십번이나 말했음에도 성실히 일하는게 몸에 배인 사람이라 예전보다는 납품을 늦게 다닌다고 하지만 그래도 다른 빌런들보다는 빨리 다닌다. 하루는 장거리 갔다가 또 부산에 가서 물건을 싣고 양산에 납품하고 늦게 들어온 날이다. 오후 18시즈음 들어올 줄 알았는데, 17시 20분 정도 들어온 것이다. 중립빌런도 나머지 빌런들도 수고 했다는 말 특별히 없다. 그런데, 중립빌런은 1년 안된 빌런과 젊은 빌런이 좀만 힘든 일하면 수고 했다고 과찬을 해준다. 우리 편은 그게 매번 섭섭하다. 나는 원래 세 빌런이 한 몸 한세트니 그들때문에 스트레스 받지 말라고 반복해서 말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는 거 같다.


1년 안된 빌런에 대한 불만은 엄청나게 많지만 나는 이야기 하지 않고 할 생각도 없다. 이 빌런들은 타인의 조언을 경청하는 태도가 없기 때문이다. 궂이 싫은 소리 들으면서 이야기할 필요는 없으니깐. 다만.


한 달 정도 전에 내가 없을때 사무실에서 1년 안된 빌런이 중립빌런에게 내가 운전을 급하게 한다고 꼬발린 적이 있다. 나는 그렇게 급하게 운전을 하지도 않지만 지눈에는 그렇게 보이는 갑다. 그 말을 우리 편을 통해 듣고 좀 열받았지만, 그러려니 했다. 그리고, 내가 저딴 소리 들으면서 빨리 납품 다닐필요 없다고 생각했고 그 뒤로 1년 안된 빌런에 맞춰 아주 천천히 다니고 있다.(1년 안된 빌런이 우리 넷 중에서 제일 늦게 다닌다. 일머리도 없으니 더 늦다)그런데, 저번주에 또 내가 없는 자리에서 중립빌런에게 박조주임 운전 급하게 한다는 말을 했다. 두번째로 들었을때는 정말 짜증이 나고 화가 났다. 이건 짚고 넘어가야할 문제로 점심시간에 따로 이야기를 하려고 했는데, 이번주에는 이상하게 둘중 하나가 현장에 없어서 이야기 할 시간이 없었다.


지가 나를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그의 주관적인 생각이다. 나는 그렇게 급하게 다니지도 않고. 그리고, 나는 그를 아주 드럽게 늦게 운전하고 다닌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나의 주관적인 생각일 뿐이다. 나는 1년 안된 빌런에게 이 이야기를 한 적도 없고, 특히 1년 안된 빌런이 없을때 중립빌런에게 꼬지른 적이 없다. 그런데, 왜 너는 나에게 해도 될 말을 내가 없을때 중립 빌런에게 고자질 했는지 물어야 한다. 이 빌런의 특성상 다음에 또 그 따위 말을 한번더 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나는 이미 중립빌런에게 불란을 일으키는 트러블 메이커로 찍혔는데, 거기다가 나에 대해서 자신의 주관적 생각을 사실인냥 이야기해 버리면 중립빌런은 나에 대해 어떻게 생각을 할까. 그게 억울하고 화가 나는 것이다. 이건 분명 짚고 넘어가야 다음에 또 이 같은 짓을 하지 않게 될 것이다.


나는 47년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날을 살고 있다. 회사에서 마음에 안 드는 이 네명을 빌런에 비유하는 것은 웃고 넘어갈 일로 만들기 위해서다. 지금의 직장은 나와 짝지의 생계를 책임지는 중요한 곳이다. 그 곳에서 하루의 반을 생활하는데, 이런 하찮은 빌런들 때문에 나는 스트레스 받고 싶지 않다. 그렇게 접근을하면 그들로 인한 스트레스가 오래가지 않고 금방 해소되고 재미난 에피소드로 남는다. 우리 편과 나는 같은 직장을 다니지만, 그는 이 네 빌런을 통해서 자주 스트레스받고 나는 그냥 낄낄낄 거리며 웃어 넘긴다. 그 차이는 무엇일까.


이 직장이 네게는 중요한 생계이기에 그것을 지키기 위해 사회적 가면을 정말 잘쓴다. 내가 일하는 곳이 좀 더 나았으면 싶어서 젊은 빌런과도 두번 싸우고, 1년 안된 빌런과도 대화를 해보고, 그게 안되서 중립빌런에게 까지 말해봤건만 그들에겐 씨알도 먹히지 않는다. 말하면 할수록 나에겐 마이너스가 되는 상황이다. 그래서 내 마음 속에서 그들에 대한 마음을 접었다. 말이 통하지 않는 빌런들이라고. 그래도 하루의 반을 같이 보내야 하는 그들이에게 그들의 비위를 나는 너무나도 잘 맞춘다. 젊은 빌런이 좀 기분이 나쁜거 같으면 그 앞에서 아양도 떨고, 1년 안된 빌런이 일을 못해도 지켜 세워주고 수고 했다고 칭찬한다. 중립빌런이 나의 잘못을 지적해도 바로 사과하고 인정하고 더 열심히 일하겠다고 말하며 늘 묵묵하게 일한다. 나에게 사회적 가면을 쓰는 일은 아무런 힘도 들지 않는 일이다. 내 생계를 지키기 위해서는 더 큰 가면도 쓸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하루의 반이상을 직장에서 보낸다. 그 직장에는 정말 다양한 빌런들이 존재한다. 하찮은 그 빌런들 때문에 내 감정이 좌지우지 되는 것을 언제까지 내버려 둘 것인가. 나는 내가 제일 알아주면 된다. 빌런들로 인해 상한 감정도 내가 잘 들어주고 챙겨주면 된다. 나는 이 빌런들 보다 더 오래 이 직장에서 살아 남을 것이다. 나야말로 지상 최강의 빌런이 되고야 말 것이다. 음하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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