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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 친숙한 고통(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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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은 미로다. 출구가 없어보인다. 출구는 있겠지만 출구를 찾기 힘들 것 같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그 나이대에 해야하는 것들이 있다. 학생때는 공부를 주로 해야하고, 대학을 가고(안 간 사람들도 있다는 걸 우리는 좀 알았으면 좋겠다) 취업준비를 하고 직장에 들어가고 적응하고 승진하고 연애하고 결혼(결혼 안하는 사람도 있고)하고 아이를 놓고 아이를 양육하고 그러다가 어느새 나이가 50 60이 된다. 직장에서 나오고 나면 그때에 주어지는 그 많은 것들. 뭘해야할지 모르겠다. 내가 뭘 좋아하는지 뭘하고 싶은지 모르겠다. 황망하다. 그때의 기분이 이그림의 미로같은 느낌이 아닐까. 우리는 그제서야 자신에 대한 탐구를 한다. 늦은건 없다. 그때에 많아진 시간에 내가 앞으로 남은 인생에 뭘 할지를 찾아보면 된다.
그런데, 우리 그것보다는 좀 일찍 자신에 대한 탐구를 했으면 좋겠다. 그 탐구가 어떤 결과나 이득을 주는건 아닐지 모른다. 그래서 우리는 쉽게 딴짓을 하지 못한다. 멍하니 보내는 시간이 있어봐야 심심해서 뭘하고 놀지 뭘하고 보낼지 생각하고 고민하게 된다. 그러니 멍하게 보내는 낭비하는 시간을 너무 아까워하지는 말았으면 좋겠다. 그렇게 하려면 자신에 대한 믿음이나 철학이 있어야 덜 흔들리게 마련이다. 그런데 우리는 대부분 나에 대해서 탐구하는 시간을 제대로 가져본 적이 없으니 불안하고 혼란스러울수 밖에 없다. 남들은 다들 뭘하고 열심히 하는데, 나에 대한 탐구라니 쓸데없이 시간을 낭비하는 것 같다.
그렇게 많이 두려우면 시간을 조금만 내서 자기만의 시간을 가져보자. 내 시간을 낭비하고 탐험하고 연구하는 그 시간에 의미를 알게되면 좀더 내 시간을 더 가져보겠지. 그때까지는 조금씩만 내어보자. 그것이면 충분하다. 나를 탐구하는 시간이 왜 중요하냐면 내가 농담삼아 이야기하는 것인데, 나이들어서 할게 많아야 나이들어서 삶이 재미있을거라는 거다. 그때가서 탐구해도 되지만, 그때는 체력이나 용기가 아마 부족할 것이다. 그러니 지금부터 조금씩 나를 탐구해보자. 딴짓을 해보자. 29년의 우울증의 시간은 엄청난 시간의 낭비이다. 누워서 보낸 시간이 얼마나 많았던지. 그래서 나를 루저라고 생각했었다. 그때 당시의 나는 그게 내 나름의 생존방식이어서 누워서 보낸 것이다. 내가 왜 이렇게 괴로운지 알려고 부단히도 애썼다. 그 답을 찾을 수 없는 줄 알았다. 그런데, 29년이나 지나고보니 나도 모르게 나에 대해서 많은 걸 알고 나의 힘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29년의 시간에는 지금의 평화와 안정을 한번도 상상하지 못했다. 나는 50대의 내가 60대의 내가 뭘하면서 지낼지 궁금하다. 지금처럼 나의 일상과 삶을 늘 기록하며 의미있는 것들을 기록할 것이다. 그래서, 나이가 들고 주름이 들고 몸에 이상이 생기는 것이 불편하고 두렵겠지만, 아주 두렵진 않다. 어떤 일이든 내게 주어질 것이고. 1년뒤에 내 몸에 이상이 생길수도 있으니 지금 내게 주어진 이 시간을 충만하게 재미나게 살고 싶다. 나의 모든 것들은 즐거움과 놀이, 재미와 연결되어 있다.
그래서 누군가가 미로를 헤매고 있다면 그냥 옆에 있어주고 싶다. 나도 이 미로의 출구를 몰라서 크게 도움이 될수는 없다는걸 안다. 그런데 어쩌겠나 그 헤메는 마음을 너무 잘 아니깐 그래도 가끔 연락도 하고 이야기는 나누고 싶다. 이 사람이 미로의 출구를 찾을지 확신할 수 없다. 평생 헤맬수도 있고, 그나마 늦은 나이에 출구를 찾을수도 있다. 그건 그 당사자가 짊어져야할 무게이다. 그렇지만 옆에서 마음으로 응원은 하고 싶다. 오랜시간을 미로속에서 헤맨사람으로서. 내가 답을 찾았으니 너도 찾을 것이라는 거짓 희망을 주고싶진 않다. 그 사람이 미로를 나올지 안나올지는 누구도 알수 없다. 다만 미로를 나올수 있기를 바라고 마음으로 응원은 늘 할 것이다. 미로를 나온 사람으로 내가 해야하는 책임감이라고도 생각한다. 지금의 10대, 20대는 더 크게 헤매고 있는 것 같아서 기회가 된다면 그들을 만나고 싶기도 하다. 그리고, 나이가 들어서 자기를 찾는다고 미로에 들어간 사람도 늦은게 아니다. 잘못하고 있는게 아니다라고 응원하고 싶다. 삶이라는건 결국 미로에 들어가서 자기 출구를 찾아야 하는 화두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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