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은 느리고 마음은 바쁜 아이를 키웁니다(정소연 지음

책리뷰

by 박조건형

발달은 느리고 마음은 바쁜 아이를 키웁니다(정소연 지음)


저자는 15년차 초등 교사이자 세 아들의 엄마이고 둘째 다온이는 자폐스펙트럼이 있다.


저자는 아이가 자폐스펙트럼이라는 걸 알았을 때 자신의 인생의 두꺼비집이 탁하고 내려간 것 같았다고 한다. 더 이상 인생의 주인공이 자신이 아니고, 내 인생에서 반짝이는 일은 다신 없다고, 앞으로의 삶에 행복은 없을 거라고 선고가 내려지는 것 같았다고 고백한다.


세 돌 무렵 집근처 아동발달센터 원장님이 다온이가 자폐성향이 보인다는 말을 조심스레 꺼냈다. 2년이 흘러 다온이는 주4회 언어치료, 주 2회 감각통합치료, 주 1회 그룹치료, 주 2회 ABA치료, 주 1회 특수체육 수업을 들으러 다녔다. 다온이를 ‘정상’으로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라 다온이가 자신의 본질을 잃지 않으면서도 타인과 더불어 살아갈 수 있게 하기 위해서 수업은 자꾸 늘어났다. 그러니 살림은 늘 쪼들렸다. 샤브샤브에 아이들까지 데려가면 한 끼에 8만원인데 8만원은 다온이의 ABA 치료 1회 비용이었다. 40분짜리 치료 한 번의 비용. 다른 치료라고 별반 다르지 않다. 10분에 만원꼴인 치료는 하루에도 몇개씩 척척 잘만 하는데, 주말 저녁, 온 가족이 다 같이 그돈으로 샤브샤브 먹기는 왜 이렇게 어려운 걸까.


남편의 벌이로 다온이의 치료비에 1/3를 쓰고 나머지로 생활비를 쓰면 언제나 마이너스였다. 남편도 다섯명의 생계를 책임지는 일이 쉽지는 않았다. 회사는 잔업이 많고 늘 회식이어서 술에 취해 들어온 어느 날 건강까지 잃으며 이렇게 살고 싶지는 않다고 내가 원한 삶은 이게 아니었다고 술김에 털어놓기도 한다. 그러나 한번도 다온이의 존재를 부정하는 말을 한적은 없었다 .


다온이를 특수학급이 있는 어린이집에 맡기려 했으나 자리가 없어 어쩔수 없이 일반어린이 집에 맡겨야 하는 상황이었다. 아이에게 장애가 있다는 이야기를 하자마자 어렵다는 말을 하는 원장님들. 세번의 거절을 받고 네번째 어린이집 원장님과 상담을 했다. 저자의 이야기를 한참 듣더니, “다온이의 장점은요?” 라고 물으셨다. 다온이의 장점을 물어봐주는 사람은 처음이기도 했다. 그리곤 다온이에 대한 이야기를 시시콜콜 다 하도록 수용해 주셨다. 다온이를 보지 않고도 원장님은 다온이와 함께 하겠다고 말씀하시는 장면에서 나도 펑펑 울었다. 세상이 모두 나를 거절할 것 같았는데 마음을 내어주는 사람들을 만날때의 반가움과 고마움을 느꼈던 적이 생각나서였다. 그리고 김하늬 선생님은 6세반에 이어 7세반까지 2년이나 다온이를 정성껏 맡아주신다.


다온이와 함께 사는 삶은 하나의 퀘스트를 넘어서면 또 다른 퀘스트가 생기는 식이었다. 다온이의 텐트럼(1~4세 정도의 아이들이 종종 보이는 파괴적인 감정 폭발)으로 인해 한숨도 못자고 아침을 맞이했을때, 마침 저자의 어머니가 들어오셨는데, 그때 작가님은 다온이에게 소리를 지르고 화를 내버렸다. 자신의 엄마앞에서 ‘나 너무 너무 힘들어’ 라고 투정부리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저자의 어머님은 다온이는 자신이 등원시킬테니 방에 들어가 한숨 들어가 자라고 한다. 밤인진 낮인지 모를정도로 푹자고 일어나니 어머니가 어릴적부터 늘 만들어주던 잔치국수를 만들어 놓으셨다. 전쟁터 같은 삶이지만, 그래도 남편과 어머니가 계시기에 손을 놓지 않고 살아갈수 있었다.


참 쉽지 않은 삶이다.


253- 어떻게 살아야 하나? 그 질문 앞에서 나는 결심했다. 더 이상 행복을 목표로 살지 않겠다고. 고통과 시련의 강에서 부유하다 아주 가끔씩 떠내려오는 행복이라는 지푸라기를 붙잡으려 애쓰지 않겠다고. 자폐 아이의 엄마라는 역할을 짊어진 채 행복해지려고 애쓰다가는 정말로 불행해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무엇을 위해 살 것인가? 나는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살 것이다. 불행 속에서 행복할 순 없지만 그 속에서도 좋은 사람일 수는 있을 테니깐. 그렇게 마음먹으니 신기하게도 행복을 포기하자 소소한 행복들이 들꽃처럼 피어났다.


아이들을 위해 하루의 대부분을 쓰고 자신을 위해 하루 한시간 글을 써서 만들어진 귀중한 기록이라는 생각이 든다. 자폐스펙트럼 아이의 특징이 어떠한지, 그리고 그 아이를 키우는 과정이 얼마나 치열한지 배우며 읽는 시간이었다. 작가님이 좋은 사람으로 잘 살아가시길 기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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