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픔이 내가 된다는 것(오지영 지음)

책후기

by 박조건형

아픔이 내가 된다는 것(오지영 지음)


작가님은 타카야수 동맥염이라는 희귀 난치병을 가진 환자이다. 18살때 원인이 없는 고열로 인해 ‘불명열’ 이라는 이름으로 알고 있다가 ‘타카야수 동맥염’이라는 병명을 알게된 건 22살이고 30대 후반인 지금까지 이 병과 함께 살고 있다. 타카야수 동맥염은 자가면역질환중 하나로 내 몸안의 세포가 또 다른 세포가 공격하는 병이라고 한다. 평생 관리해야하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온몸이 붓고 숨을 쉬기 어려운 정도라고 한다.


작가님은 타카야수 동맥염과 친구라고 하지만, 친구가 되기까지(직면하고 마주하고 인정하고 수용하기 까지) 꽤 오랜시간이 걸렸고 그 시간을 감히 조심스레 상상해 본다. 나을수가 없으니 받아들일수 밖에 없는 것이다. 나도 29년간 우울증을 앓다보니 나는 우울증과 평생 같이 살아가야 됨을 받아들였던 과거의 나와 겹쳐보이는 지점도 있어서 작가님이 감내해야 했던그 많은 시간이 조금은 살펴봐졌다.


작가님은 자주 지하에 내려가 있어서 친구가 자신에게 상태가 어떤지 물어보면 지하 몇층이라고 말해주었다. 어떤 때는 지하 40층, 어느 날은 지하 20층, 어느 날은 50층. 그런 날은 친구들이 자신을 꺼내 올려 주려고 와서 자신을 만나러 지하로 내려오기도 했다.


26살때는 사서로 다니던 직장에서 회식 후 자고 일어나니 한쪽 눈이 보이지 않게 되어 결국 퇴사를 했다. 입원치료후 보이지 않을 만큼 떨어진 시력이 어느정도 돌아왔다. 두 눈으로 볼 수 있게 되어 기뻐했다. 희귀 난치병이기에 의사들도 잘 모르고 이 병의 전문가는 자신임을 받아들인다. 그래서 늘 자신의 컨디션에 귀 기울이고 관심을 가지고 그때의 상황에 대처하고 자신을 돌보려고 한다. 그게 희귀난치병과 살아가는 생존법이다. 병과 친구가 되려고 하면 그 친구에 대해서 잘 알아야 한다. 답이 없는 병이라고 해도 계속해서 탐구할수 밖에 없다. 모르는 채로 불안의 공포에 빠져있기 보다는 더 많이 알아내서 병에게 자신의 자리를 뺏기지 않으려고 한다. 정신까지는 병에게 뺏기지 않으려고 부단히 노력한다. 건강한 정신을 갖고 살수 있게 편치 않은 몸을 평온한 정신이 지배할 수 있게 늘 간절히 기도한다. 그것만이라도 허락해 달라고 기도한다.


작가님은 어릴때부터 호기심이 많은 아이였고 해봐야 직성이 풀리는 아이였다. 입원중에 원하는 곳에 이력서를 넣고 1차 통과를 하고 2차 면접을 병원에서 몰래 나와 옷을 갈아입고 보고 와서 합격을 했고, 직장생활을 스테로이드제 16알과 함께 했다. 염증수치가 높아지면 스테로이드제를 복용하는데 부작용이 엄청 심하다.


책 후반에는 작가님의 모든 고통을 함께한 엄마 최경자님의 인터뷰글이 있고, 종로구청 공무원으로 일하고 있는 16년째 친구 황금잔디님의 인터뷰글이 실려 있다.


197-지금 생각해보니 이런 것들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요? 반짝 잘해주고, 신경 써주는 것보다 오래오래 그 사람 옆에 있어 주는 것. 특별히 뭘 해주려 하기보다 옆에서 나 역시 편안하게 있으면 되는 것 같아요. 아프다고 말할 때 그냥 들어주면 되고요. 왜냐면 제가 해줄 수 있는 게 없거든요. 어떻게 보면 냉정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나도 큰 힘이 들지 않는 선에서 옆에 꾸준히 있어 주는 것이 제일인 것 같아요.


214-고통이란 단어를 말하면 꼭 자동 완성 기능처럼 ‘이겨내다’라는 서술어가 붙는다. 고통을 이겨내다. 좋은 문장이다. 하지만, 내가 아는 고통은 이겨내는 것이 아니었다. 마주하는 것이었다. 마주하는가, 외면하는가로 모든 것은 달라진다. 이겨내든, 이겨내지 못하든 상관없다. 심지어 그 자리에 그대로 머물러 있더라도 마주한 이상 크게 낙담하거나 절망하지 않을 수 있다. 마주하는 것. 날 해치는 것을 바라보고, 무엇인지 인지하고, 이해하고, 더는 두렵지 않다는 마음으로 바라보는 것. 때로는 눈 한 번 감지 않고 똑바로 쳐다보는 것. 고통이 나를 더 이상 해칠 수 없다는 사실을 아는 것. 그것이야말로 고통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 아닐까.


작가님은 8년간의 직장생활을 그만두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직장을 그만두었다. <아픔이 내가 된다는 것>이 나온 2024년 2월로부터 9개월뒤에 이별의 계절을 지나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첫 장편소설 <내 마음은 바다에 있어>를 냈다. 이야기를 짓는 자로 살겠다는 작가님의 의지처럼 계속해서 글을 써 나사기길 응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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