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인상은 파티 피플의 도시
원래 네덜란드에 사는 친구도 같이 가기로 했었는데, 이번 주말에 말라가는 비가 오고 네덜란드는 날씨가 좋다고 본인은 날씨 좋은 네덜에 그냥 있겠다며 막판에 취소를 했다. 이렇게 사람마다 여행의 목적이 다른 것을 알 수 있다. 나는 안 가본 곳에 가보려고 한 거였는데 그 친구는 날씨가 좋은 곳에 가고 싶었던 건가 보다. 영국도 지금 해가 쨍쨍하고 이렇게 날씨가 좋은 때가 1년에 그리 많지가 않은데 나는 굳이 굳이 비가 온다는 말라가를 향해 가고 있다.
레스터 Leicester 기차역에서 버밍햄 Birmingham 공항 가는 기차를 기다리는데 무슬림 여학생 한 명이 나한테 인사를 한다. 앗, 누구지, 싶었는데 이번 학기 내 수업 세 번 중에 한 번 들어왔던 학생이다. 버밍햄 부모님 댁에 간다고 한다. 아, 그렇구나, 그래, 안녕, 하고 기차를 탔더니 내 앞, 앞자리에 앉아있다. 이 친구는 그나마 먼저 와서 인사라도 해줬는데 영국에서 돌아다니는 중에 나는 못 알아봤는데 나를 알아본 학생들이 지금껏 얼마나 많았을까 싶다. 어딜 다니더라도 항상 멀끔하게 하고 다녀야 한다.
비행기는 창가 자리였는데 창 밖을 보니 날개가 보인다. 저번에도 비슷한 자리였는데 또다. 랜덤 자리 지정이라는 것은 보통 날개 자리인가 보다 싶다. 혹시 엔진이 터지기라도 한다면 내가 제일 먼저 죽겠지. 어차피 다 죽는데 제일 먼저 죽는다고 더 억울하진 않을 것 같다. 비행 동안 생각 없이 영화 플레인 Plane을 봤는데 기상 악화로 섬에 비행기가 불시착하는 내용이다. 하필 기체가 몇 번 흔들려서 심장이 쫄깃했다. 앞으로 비행기 탈 때는 비행기 관련 영화는 보지 말아야겠다. 그나저나 영국의 하늘은 날씨가 좋은 데도 이따위다 (아래). 날씨가 안 좋을 때는 얼마나 더 회색일지 상상해 보라.
말라가 공항은 생각보다 크다. 저녁 늦게까지 관광객들이 아주 많고 분주하다. 나는 이 도시의 존재를 모르고 40년 넘게 살고 있었지만 남들에게는 나름 유명한 관광지임에 분명하다. 택시를 탈까 버스를 탈까 고민했는데 택시 줄이 너무 길어서 버스를 탔다.
가장 가까운 버스 정거장에서부터 숙소 아파트까지 10분 정도 걸어야 해서 너무 어둡고 사람이 없고 무서우면 어쩌지 걱정한 것은 바보 같은 짓이었다. 이렇게 밤이 화려한 곳인 줄 몰랐네.
오밤 중에 캔디는 왜 사는 걸까.
드럼 소리와 행진 음악 소리가 들려서 보니 종교적 행사 같은 걸 하고 있다. 밤 10시 넘어 행사를 하고 그걸 보는 사람들이 길을 꽉 채우고 있고, 각종 음식점, 아이스크림집, 술집, 가게들이 다 초저녁처럼 사람들이 넘쳐난다. 이것은 밤 10시의 풍경이라기보다는 저녁 7시인 것만 같다.
말라가 사람들은 다들 파티 피플인 건지 박물관, 미술관 등도 찾아보니 다들 막 저녁 7시에 닫고 밤 9시에 닫는 식이다. 전 세계적으로 보통 박물관/미술관들이 4-5시에 닫는 것과 아주 사뭇 다르다. 내일은 아침 9시부터 밤 9시까지 12시간 관광이 가능하겠다.
(다음 회 이어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