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성당, 알카사바, 로마극장과 바닷가
피카소 미술관에서 조금 걷다 보면 보이는 말라가 대성당 Santa Iglesia Catedral Basílica de la Encarnación de Málaga 은 운치 있고 예쁘다.
원래 열려있어야 하는 대성당은 무슨 일인지 닫혀 있고 입구 앞에 사람들이 서성거리고 있다. 비 오는 날씨도 그렇고 문 닫히고 솔드아웃인 피카소도 그렇고 이번 말라가 여행은 관광이 쉽지가 않다.
원래 말라가 박물관 Malaga Museum에 가려고 했는데 티켓을 현금으로만 판다고 하고 나는 현금이 없다. 다음에 스페인 갈 때는 꼭 유로를 사가는 거다. 현금 인출을 위한 ATM을 찾아 걷다 보니 ATM 근처에 알카사바 Alcazaba가 있다. 보이는 김에 알카사바에 가기로 했다.
매표소까지 올라가니 로마극장 Malaga Roman Theatre의 시작이 보인다.
로마극장에 대단한 건 없다.
표를 끊고 알카사바에 들어가니 유럽의 흔한 요새들 중의 하나인가 싶다.
바깥쪽을 봐도 평범한 느낌이다.
뷰도 딱히 대단하진 않다.
앗, 그러다가 갑분 인디아나 존스!
뭐야 뭐야, 숨겨진 보물을 찾을 수 있을 것만 같잖아.
누가 왜 썼을까 궁금해지는 야외 욕조도 있다.
어느 순간부터 길이 복잡해지기 시작한다. 앞뒤옆만이 아니라 계단 옵션까지 들어가면서 3D 미로스러워진다. 숨바꼭질이나 술래잡기를 하면 한 게임하는데 하루가 걸릴 것 같다. 적들이 침입했을 때 혼란스럽게 하고 길을 잃게 하기 위함이었겠지.
제일 안쪽에는 세비야 로열 알카자르의 소박한 버전 같은 곳이 있다.
다 보고 내려가려니 가벼운 등산을 한 느낌이다. 좋은 운동이었다.
입구에서부터 중간 정도까지는 그렇게 흥미로운 곳 같지 않았는데, 안으로 들어갈수록 아주 매력이 있는 곳이었다.
등산을 하고 났더니 급 배가 고파져서 근처 타파스 집에 들어갔다. 매운 돼지고기 소시지 spicy chorizo와 감자를 간 소스와 같이 나오는 삶은 문어를 시켰는데, 처음 먹어보는 맛의 조합이었고 아주 맛있었다.
뼈 없는 매운 등갈비도 시키고 상그리아 한잔을 마시니, 등산 갔다 내려와서 먹는 파전에 막걸리 느낌도 나고 좋았다.
배를 채우고 나오니 비가 그치고 해가 뜨려고 한다. 로마극장과 알카사바가 파란 하늘이랑 같이 있으니 훨씬 더 예뻐 보인다.
다시 비가 오기 전에 바닷가에 가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바닷가에 가까이 갈수록 야자수 가로수들이 보인다.
바닷가 바로 앞 작은 공원 산책길은 정글 느낌이다.
바닷가 바로 앞에는 키가 좀 작은 야자수들이 있다.
드디어 바닷가에 도착했다.
아름다운 바닷가에서 갈매기 두 마리가 비둘기를 사이좋게 나눠 먹고 있는 걸 목격했다. 갈매기가 잡식인 줄은 알았지만 동족도 먹는다는 건 오늘 처음 알았다. 깜짝이야.
(다음 회 이어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