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광기의 조커를 기대했다면 실망할 수 있는 이유
어제 "조커 2"의 간단한 리뷰를 올리고 나서 다양한 의견을 접했다. 어떤 이들은 흥미롭고 깊이 있는 작품이라 평가하는 반면, 최악의 속편이라는 혹평도 있었다. 이렇게 극과 극으로 갈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영화를 보며 적었던 메모를 토대로 다시 한번 자세히 풀어보려 한다.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으니 영화를 볼 예정이라면 관람 후 읽어보길 바란다.
영화는 전체적으로 어두운 분위기를 유지한다. 개인의 감정선을 깊게 묘사하며 심리극으로서의 완성도는 높다. 하지만 많은 관객들이 기대했던 것은 "조커"라는 캐릭터 특유의 광기와 파괴적인 힘이다. "다크 나이트" 시리즈나 첫 번째 "조커"에서 느꼈던 슈퍼빌런의 모습을 상상한다면, 이번 속편은 다소 밋밋하고 지루하게 다가올 수 있다. 영화 내내 조커의 감정이 고조되어 언제쯤 폭발할지 기대하지만, 그 기대는 마지막까지 충족되지 않는다. 이번 영화는 조커의 정신적 붕괴보다는 아서 플렉이라는 개인의 내면에 초점을 맞추고, 그로 인해 광기를 기대하던 관객들에게는 아쉬움을 남긴다.
나 역시 조커와 할리 퀸의 파괴적이고 광기 넘치는 듀오를 기대했다. 하지만 영화 속에서 그려진 둘의 관계는 불안정하고, 환상의 듀오보다는 서로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모습에 가깝다. 조커와 할리 퀸의 화려한 시너지는 실현되지 않고, 대신 불안정하고 덧없는 관계만이 그려진다.
영화 포스터는 조커와 할리 퀸의 환상적인 듀오를 기대하게 만든다. 그들이 함께 광기를 공유하며 파괴적인 관계로 나아가리라는 기대감이 생기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조커와 할리 퀸의 관계는 영화 후반부로 갈수록 균열이 생기고, 결국 할리 퀸은 모든 것을 잃은 조커, 아니 아서 플렉을 떠나버린다. 그 순간은 아서가 죽음을 맞이하는 것보다도 더 불쌍하고 비극적으로 다가왔다. 이 부분은 개인적으로 매우 실망스러웠다. 조커와 할리 퀸의 관계가 광기의 극치를 보여주기보다는 조커의 무너진 모습과 함께 허물어져 버리기 때문이다.
영화의 마지막에서 아서는 모든 것을 포기한 듯한 목소리로 "조커는 없다(There is no Joker)"라고 말한다. 이 대사는 아서 플렉이 결국 조커라는 광기의 가면을 벗어던지고 본래 자신의 모습으로 돌아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실망한 조커의 지지자들과 할리 퀸은 그를 떠나고 만다. 조커의 광기를 기대했던 관객들에게 이 장면은 큰 실망으로 다가올 수 있다.
그러나 아서가 이렇게 갑작스러운 변화를 보이는 과정은 다소 불분명하게 그려진다. 물론, 영화 속에서 개리의 증언과 교도소 간수들의 폭행 등 아서에게 영향을 끼치는 사건들이 있다. 하지만 이러한 사건들만으로 조커가 자신을 부정하고 모든 것을 포기하게 되었다고 설명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인다. 그의 사고와 감정이 급작스럽게 전환되는 과정이 관객에게 충분히 설득력 있게 전달되지 않으며, 이러한 변화가 조커의 내면에 어떤 변화를 불러일으켰는지에 대한 명확한 설명이 부족하다.
아서의 심리적 변화가 충분히 복선으로 깔리지 않았기 때문에, 관객들은 조커라는 인물의 광기와 파괴적인 면모를 기대하다가 그의 급격한 태도 전환에 어색함과 실망을 느낄 수 있다. 영화는 아서의 내면 변화를 보여주고자 했지만, 그가 왜 조커라는 캐릭터를 부정하고 다시 아서 플렉으로 돌아가게 되었는지에 대한 개연성이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 아쉬운 부분이다.
마지막 장면에서 아서는 이름 없는 한 죄수에게 습격당해 사망한다. 이 죄수는 아서에게 "바로 뒈져도 싼 놈이 되는 거야 (You get what you fucking deserve)"라고 말하며 그를 죽인다. 이 대사는 조커가 머레이를 죽일 때 했던 말과 동일하다. 아서는 조커가 되고자 했지만 결국 조커가 되지 못했고, 다른 누군가가 그를 죽이고 조커의 광기를 이어가는 것이다.
이러한 전개는 조커의 파괴적인 모습이 최고조로 달하는 것이 아니라, 아서 플렉이라는 한 범죄자가 점점 추락하는 일대기에 가깝다. 조커라는 캐릭터의 광기를 기대했던 관객들에게는 크게 실망을 안겨줄 수 있는 전개 방식이다.
"조커 2"는 비극적인 일대기를 그린 작품으로 접근하면 충분히 만족할 수 있다. 하지만 광기 넘치고 파괴적인 조커의 모습을 기대한다면, 이 영화는 크게 실망을 안겨줄 것이다. 조커라는 이름의 속편으로, 관객들이 기대했던 액션과 광기보다는 아서 플렉이라는 개인의 비극적인 내면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에 그 차이는 더욱 극명하게 느껴진다.
영화의 반전과 내용을 생각해 보면 "조커 2"라는 제목은 아쉬운 면이 있다. 물론 반전을 통해 관객에게 충격을 주는 구성은 흥미롭지만, 영화의 결말을 염두에 둔 은유적인 제목이었다면 더 나았을지도 모른다. 예를 들어 "아서 플렉의 진실", "광기와 현실 사이" 같은 제목이라면, 영화의 본질적인 이야기를 더 잘 드러내며 관객들이 반전에 대해 고민하게 만들 수 있었을 것이다. 영화의 전개와 주제를 생각하면 제목에 대한 선택이 더욱 아쉬워진다.
이처럼 "조커 2"는 기존의 조커를 기대한 관객들에게는 충격적인 전개와 실망을, 새로운 심리극을 기대하는 관객들에게는 비극적이면서도 차가운 감정선을 남기는 작품이다. 개인적으로는 나쁘지 않았던 작품이지만 판단은 여러분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