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 한 편으로 유명해진 시인, 그가 만든 공간이 궁금했다
공주 반죽동의 조용한 주택가 한쪽, 오래된 담벼락 너머로 낮고 단정한 건물이 보입니다. 이곳이 바로 풀꽃문학관. 제가 좋아하는 시인, 나태주의 공간입니다.
나태주 시인은 시에 관심 없는 사람조차 이름 한 번쯤은 들어봤을 정도로 대중적인 시인입니다. 특히 『풀꽃』이라는 시는 단 세 줄로도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여왔죠.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나태주 풀꽃-
이 짧은 시는 수많은 사람들의 프로필 문구가 되었고, 인생 문장으로 남기도 했습니다. 저 역시 이 시를 처음 읽었을 때, 글이 이렇게 짧고도 깊을 수 있다는 걸 새삼 깨달았고, 그 뒤로 저도 간결하지만 감동 있는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을 갖게 되었습니다.
문학관은 1910년대에 지어진 일본식 가옥을 개조해 만든 공간입니다. 오래된 나무 창틀과 마루, 낮은 천장, 곳곳에 놓인 식물들과 시인의 문장이 어우러져 고즈넉하면서도 따뜻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내부에는 나태주 시인의 저서 전권과 친필 원고, 그리고 공주 지역 문인들과 화가들의 작품도 함께 전시되어 있어, 문학관이자 작은 갤러리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이곳은 단순히 시인의 흔적을 전시한 공간이 아닙니다.
나태주 시인이 지금도 직접 이곳에 머물며 문학 강연을 열고, 문학 지망생이나 방문객들과 이야기 나누는 살아 있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제가 갔을 땐 시인을 만나지는 못했지만, 언젠가 우연히 이곳에서 마주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만으로도 꽤 설레는 경험이었습니다.
여담이지만, 『풀꽃』이라는 시는 연인에게 아무 말 없이 건네기엔 조금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이런 반응이 있었죠.
“그럼 자세히 안 보면 안 예쁘단 말이야?”
“그럼 나는 처음 보면 예쁜 게 아니라는 얘기야?”
…그러니 이 시는 사랑 고백용 문구보다는, 시 그 자체로 이해하시길 바랍니다.
‘너도 그렇다’라는 문장이 원래 가지고 있던 감동이… 엉뚱한 오해로 끝나지 않길 바라며.
아무튼 공주에 간다면 짧게라도 꼭 들러보시길 추천합니다.
풀꽃처럼 조용히, 그러나 오래 마음에 남는 공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