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양 칠갑산 얼음분수 축제 : 충남에도 이런 겨울?

잠깐 추웠고, 생각보다 오래 남았습니다

by 타이준

잠깐 추웠고, 생각보다 오래 남았습니다


겨울은 여행하기 쉬운 계절은 아닙니다.

춥다는 이유만으로 집에 머물다 보면, 계절이 만들어내는 풍경을 놓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막상 나서기 전까지는 추위가 먼저 떠오르지만, 그 선을 넘고 나면 겨울에만 가능한 장면들이 기다리고 있기도 합니다.


그날 저는 칠갑산 아래에서 열리고 있는 얼음분수 축제를 찾았습니다.


겨울의 한가운데에서, 굳이 이유를 붙이지 않고 그냥 겨울을 보고 싶었던 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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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에만 가능한 풍경


눈과 얼음 이야기를 하면 자연스럽게 강원도를 떠올리게 됩니다.

저 역시 그랬습니다. 그래서인지 충남에서 이런 겨울 풍경을 마주했을 때, 생각보다 더 오래 눈길이 머물렀습니다.

아침에는 비교적 잠잠했던 날씨가 오후가 되자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고, 눈발이 굵어지면서 풍경의 분위기도 달라졌습니다. 같은 공간인데도, 눈이 내리기 전과 후가 전혀 다른 장소처럼 느껴졌습니다.


군밤 냄새가 먼저 다가온 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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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장 입구에 다가가자 가장 먼저 군밤 냄새가 났습니다.

모닥불 주변에서 밤을 굽는 사람들, 연기 속에서 웃으며 밤을 뒤집는 모습들이 이어졌습니다.

연기가 눈을 따갑게 만들었지만, 이상하게도 그 순간은 싫지 않았습니다.

추운 날씨 속에서 잠시 몸을 녹이는 느낌이랄까요. 그 온기를 지나 표를 끊고 안쪽으로 들어갔습니다.



얼음이 만들어낸 장면들


입구를 지나자 얼음성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고, 그 옆으로는 생각보다 훨씬 큰 얼음기둥들이 서 있었습니다. 사진으로 봤을 때보다 실제로 마주한 크기는 더 압도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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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 분수처럼 뿜어져 나와 얼어붙은 흔적들이 층층이 쌓여 있었고, 그 표면은 생각보다 투명했습니다. 인공적으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자연의 일부처럼 느껴지는 순간들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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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겨울을 계산하지 않습니다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가자 아이들이 썰매를 타고, 집라인을 타며 눈 속을 오가고 있었습니다. 눈이 내리는 와중에도 아이들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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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모습을 보며 문득 제 어린 시절이 떠올랐습니다.


눈이 거의 오지 않는 곳에서 자라, 성인이 되어 눈을 마주했을 때 반가움보다 불편함이 먼저 들었던 기억 말입니다. 미끄럽지는 않을지, 옷은 젖지 않을지 먼저 따지던 마음이요.


하지만 아이들은 그런 계산을 하지 않는 듯 보였습니다.

오늘 하루만큼은 겨울을 그대로 통과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습니다.


작은 준비 하나의 차이


이날 저는 외투와 장갑은 챙겼지만, 모자는 준비하지 않았습니다.


바람이 불고 눈이 겹치자 귀부터 시려왔습니다. 사소한 준비 하나가 체험의 인상을 얼마나 바꾸는지도 그때 알게 됐습니다.


겨울은 역시, 준비한 만큼만 허락하는 계절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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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의 추위, 오래 남는 기억

겨울은 짧고, 이런 풍경은 더 짧습니다.

칠갑산의 얼음분수 축제는 오래 머물지 않았는데도, 돌아와서 한동안 생각이 나는 장소였습니다.



충남에서 이런 겨울을 만났다는 사실보다는,추위를 이유로 미뤄왔던 계절을 잠시나마 정면으로 마주했다는 점이 더 기억에 남았습니다.


겨울이 완전히 지나가기 전에, 굳이 특별한 기대를 하지 않고 한 번쯤 다녀와도 괜찮은 풍경이었습니다.


축제는 2월 22일까지 진행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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