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혹시 브런치 작가…”
“아, 네. 맞아요!”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나를 반겨주는 사람들.
하… 브런치 작가들 모임이라니…!!
난 당시 브런치 작가도 아닌데 그 자리에 함께할 수 있었던 이유는 미야 작가님의 ‘글빵연구소’ 덕분이었다. 우연히 읽게 된 그녀의 브런치북 ‘글빵연구소’는 내가 너무나도 배우고 싶었던 글쓰기 강의였다.
이제까지 했던 글쓰기 모임이나 책과는 확연히 다른 느낌이었기에 한순간에 내 마음을 사로잡아 버렸다. 따로 오픈채팅방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아직 작가도 아닌 내가 감히 껴도 되나 싶었다. 하지만 미야 작가님은 의외로 흔쾌히 허락해 주셨고, 내 심장은 이미뛰기 시작했다.
사실 브런치 작가가 되고 싶다는 로망이 원래도 있긴 했지만, ‘언젠가’라는 단어와 함께 방구석 어딘가로 밀어두기만 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글빵연구소의 글들을 읽으며 난 이번 기회에 반드시 브런치 작가가 되어야겠다고 결심했다.
미야 작가님의 수업은 참 디테일하고 체계적이었으며, 친절했다. 그녀가 과제로 내주는 숙제들도 참신했다. 오픈채팅방에 들어가서 보니 작가님의 지역은 나와 무척 가까웠다! ‘언젠간 뵐 수 있을까?’라는 희망을 작게나마 품었는데, 작가님은 그 소리를 들은 것일까?!
토요일 밤늦게 나에게 연락이 왔다.
“내일 지역 모임이 있는데 올래요?”
난 원래 다른 약속이 있었지만, 이게 훨씬 중요했기에 부랴부랴 취소하고 한걸음에 달려갔다.
그렇게 무더운 일요일 낮 1시, 한 브런치 카페에서 우리는 만났다. 모두가 한자리에 모였을 때 천천히 둘러봤다. 얼굴에 흘린 땀을 냅킨으로 닦아가며 인사하시던 우기 작가님과, 밝은 브라운 톤의 긴 머리를 소녀처럼 늘어뜨렸지만 빛나는 총명한 눈빛이 예사롭지 않던 미야 작가님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밝게 웃고 계시던 빛나는 작가님과 지적인 느낌의 유연 작가님이 계셨다.
우린 간단히 서로 소개한 뒤 맛있는 브런치를 시켜 먹었고, 본격적인 대화는 식사 후에 시작되었다. 모임 전에 미야 작가님이 “모여서 합평회를 할 테니 각자 글을 하나씩 써오라”라고 했었다. 난 글빵연구소의 첫 번째 글쓰기 과제인 가족 이야기를 써 갔다.
잠시 글을 읽는 시간을 가진 뒤, 누가 시키지도 않았지만 하나같이 펜을 꺼내 종이에 여기저기 뭔가를 쓰고 표시하기 시작했다. 사실 난 글쓰기 피드백을 받아본 적 있는데, 이게 잘못하면 비난과 비판 속에서 상처를 줄 수도, 받을 수도 있는 거라 조심스러웠다. 미야 작가님은 제대로 된 합평회에 대해 설명해 주셨는데, 그것은 작가를 좌절시키는 게 아니라 성장시키는 거라고 하셨다.
우리는 돌아가면서 서로의 느낀 점을 얘기했다. 어떤 점이 좋았고, 어떤 점은 어떻게 수정하면 글이 더 살겠다는 식의 아주 구체적인 조언이 이어졌다. 작가의 개성은 건드리지 않으면서 글이 더 살아날 수 있도록 하는 피드백. 그리고 어떤 부분에선 다 같이 공감하는 공통점이 생긴다는 것도 신기했다.
합평회도 좋았지만, 우기 작가님의 시니컬한 말투의 명강의도 노트 필기까지 해 가며 너무 재미있게 들었다. 그리고 어느덧 시간을 보니 여섯 시! 거의 5시간을 떠들었는데도 시간 가는 줄 몰랐고, 갈 때도 아쉬워하며 자리를 떴다.
글로써 만나는 모임이 이렇게 기쁠 수가 있구나…!
이런 기분은 난생처음이었다.
집에 오자마자 난 합평회를 통해 받은 피드백으로 글을 과감히 고치기 시작했다. 두 시간 정도 작업했을까? 글은 한층 업그레이드되어 다시 태어났고, 작가님들은 훨씬 좋아졌다며 “어떻게 이렇게 빨리 고쳤냐”라고 놀라워하며 칭찬해 주셨다.
난 그 글로 브런치 작가에 응모했고, 며칠 뒤 글빵연구소 식구들과 함께 그 합격의 기쁨을 나눌 수 있었다. 그 모임에 갔던 게 신의 한 수였다는 걸 확신했다.
이제 브런치 작가가 된 지 3일째지만, 글빵 식구들의 뜨거운 지지를 받으며 38명의 구독자가 생겼다. 앞으로도 더욱 작가로서 함께 성장하는 모습을 그려보며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