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인상만이 좋았다..
2026년 3월 22일에 열린 2026 하나은행 K리그1 5라운드 FC안양과 인천Utd의 경기를 관람하기 위해
'아워네이션' 안양 종합운동장을 찾았습니다.
이번 시즌 K리그1의 첫 경기 직관이기도 했고, 개인적으로 FC안양과는 조금 특별한 사연이 있기 때문에
큰 기대와 함께 경기장을 찾아갔습니다.
FC안양은 2013년 2월 안양시와 시민을 주체로 창단된 구단입니다.
원래 안양에는 안양 LG 치타스라는 한국 추구의 유서 깊은 명문 팀이 있었습니다.
안양을 연고로 했던 시절에는 리그와 리그컵 트로피도 한 번씩 들어 올렸으며
김봉수, 이영표, 최용수, 최태욱, 이을용 등과 같이
대한민국 대표팀을 지탱하게 한 주요 선수들을 배출해 낸 팀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사회적인 상황과 기업의 여건 등이 맞물리면서
안양 LG 치타스는 서울시로 연고를 이전했고 FC서울로 새롭게 창단이 됩니다.
이 과정에서 당시 안양 LG 치타스의 팬들은 팬들을 버리고 떠난 LG에 상당한 분노를 표출했으며
연고이전에 대한 반대의사를 표시하기 위해 시위 같은 단체행동도 불사했었습니다.
실제로 창단식에서, 안양시장이자 FC 안양의 구단주인 최대호 시장은
'서울을 안양종합운동장으로 불러서 승리하고 싶다'라는 발언을 하여 당시 식장에 모여있던,
안양의 축구를 그리워하던 팬들에게 많은 환호를 받기도 했습니다.
서두에 FC안양과 특별한 사연이 있다고 얘기를 드렸는데요,
2013년 2월 안양종합운동장 옆에 위치한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FC안양 창단식에 제가 참석을 했었습니다.
안양시와 시민들의 축구에 대한 염원과 열정을 두 눈으로 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당시 학생이었던 저는 부모님께 말도 없이 학원도 빠진 채, 창단식 현장을 찾아갔었습니다.
북적이는 사람들
새롭게 공개된 FC안양의 앰블럼과 유니폼
또, 오랫동안 축구를 기다려온 안양 축구팬들의 간절한 외침과 환희
잊을 수 없는 현장이었습니다.
또, 기억에 남았던 것은 당시 체육관에 입장할 때 경품 추첨권을 한 장씩 나눠줬었는데
식이 끝나갈 즈음, 늦었지만 학원에 가야 하나, 아님 그냥 집에 가서 사실대로 말씀을 드려야 하나,
고민하던 제게, 제가 갖고 있던 경품 추첨권의 번호가 불리면서 '세탁기 교환권'을 받았습니다.
당시, 안 그래도 집에서 쓰던 세탁기가 수명을 다해가고 있는 중이었기 때문에
저는 한껏 상기된 목소리와, 당당한 모습으로 집에 돌아와
학원을 빠졌다는 점, FC안양 창단식에 갔다는 점, 그리고 창단식에서 세탁기를 받아왔다는 사실을
영웅담 늘어놓듯 어머니께 말씀드렸습니다.
그리고 세탁기 덕분에 학원을 빠진 죄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FC안양은 2013년 창단 이후 당시 K리그 챌린지였던 K리그2에 참여를 했으며
2019년과 2021년 승격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며 승격을 향한 문을 두드렸으나, 실패했습니다.
그리고, 다음 해였던 2022년 수원 삼성과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아쉽게 패배하며
승격을 눈앞에 두고 다시 한번 고배를 마셨습니다.
2022년 시즌 직후, 정민기, 아코스티, 김경중 등 핵심 전력이었던
선수들이 대부분 이탈한 탓인지 2023년에는 플레이오프조차도 진출하지 못하며 휘청이는 듯했으나
2024년 유병훈 감독의 지휘 아래 K리그2 우승을 달성하면서 K리그1 직행에 성공했습니다.
K리그1에서 첫 시즌이었던 지난 2025년에는 개막전에서 디펜딩 챔피언 울산을 잡아내며
깜짝 놀랄 만한 출발을 보여줬으나, FC서울과 연고지 더비를 시작으로 내리 3연패를 당하며
K리그1 무대의 호된 맛을 봤습니다.
꾸준하게 결과를 내기보다는 경기력이 좋은 날과 좋지 못한 날의 격차를 여실히 보여주며
약간의 아쉬움을 느껴지게 하던 중, 정규 시즌의 종료를 앞두고 마지막 7경기에서 4승 3 무 무패의 기염을
토하며 아쉽게 하위 스플릿으로 밀려나긴 했지만 1부 리그의 잔류 가능성을 높였습니다.
스플릿 라운드에서 안양은 구단 역사상 최초로 하위 스플릿으로 떨어진 울산을 상대로 다시 한번 승리를
거두면서 잔류를 굳히는데 사실상 성공합니다.
그리고, 결국 최종 순위 8위를 기록하며 당당하게 K리그1의 일원으로서 잔류에 성공하여
2026 시즌을 맞이했습니다.
FC안양의 경기 티켓은 티켓링크에서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예매 과정에서 몇 가지 놀라웠던 점들이 있었는데 한 가지는 장애인석의 예매가 온라인에서 가능했던
점입니다. 비단 축구경기뿐만 아니라 뮤지컬, 콘서트 등 좌석을 요구하는 문화행사의 경우,
장애인석의 티켓을 예매할 때는 주로 전화예매를 통해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번에 FC안양 홈경기의
휠체어석을 예매할 때는 일반석을 구매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온라인에서 구매가 가능했습니다.
특별한 절차 없이 좌석을 선택하고 결제까지 가능했습니다.
단, 티켓 발권 시 장애인이라는 증명, 예컨대 복지카드를 지참하지 않는 등의 경우에는
티켓 발권이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두 번째는 중증 장애인의 경우, 티켓비용이 무료인 점입니다.
인터넷에서 예매를 할 경우에는 예매 수수료 1,000원과 함께 예매가 가능하지만
현장에서 구매를 할 경우, 중증 장애인에 대한 증명만 된다면 무료로 티켓을 발권받아
경기장으로 입장할 수 있습니다.
다만, 사진에 나온 것과 같이 장애인석으로 표시된 부분은 구역상으로는 두 구역뿐이었는데 이는 타 구장에 비해서는 현저히 적은 모습이어서 실제로도 이런 것인가 싶었는데 실제 방문을 했을 때는 두 석보다는
좀 더 장애인을 수용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수원월드컵경기장에 비해서는 비교적 한산해 보이는 듯 하지만 막상 현장에서 느껴진 감정은
축구를 보기 위해 여기저기서 모인 사람들의 표정이나 입고 온 유니폼, 응원도구 등에서 새어 나오는
기대감과 고양감이었습니다.
FC안양의 홈구장 '아워네이션', 안양종합운동장은 종합운동장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육상트랙이 축구장을
둘러싸고 있습니다. 축구팬의 입장으로서는, 사실 관중석과 그라운드 사이에 거리를 멀게 하는.
불필요하게 여겨지는 공간이기도 하지만 FC안양은 이 육상트랙을 홈 경기장의 일부로 잘 활용한 것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3번 게이트를 통해 경기장에 들어서자마자 구단의 마스코트인 바티와 나리, 그리고 구단의 엠블럼이
입장하는 팬들을 맞이해 줬습니다. 제가 방문한 날이 특별한 날이었던 건지, 혹은 매번 그러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부모님과 함께 경기장을 찾은 어린아이들이 상당히 많았어서 바티, 나리와 함께 사진을
찍으려는 아이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또, 사진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푸드코트 좌측으로는 아이들이
참여할 수 있는 작은 이벤트 공간이나 어른 아이 상관없이 안양과의 기억을 기록할 수 있는 포토부스 등이
마련되어 있어, 축구 경기장을 단순히 축구만을 볼 수 있는 공간으로 두지 않고 축구와 함께 다양한 추억을
쌓을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한 것은 상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정말 잘 준비해 놨구나 하면서 장애인화장실을 찾았습니다.
장애인화장실은 경기장 중앙 쪽에 VIP라운지 및 선수들이 입장하는 문에 설치된 경사로를 따라 내려가면
우측에 있었습니다. 다만, 장애인화장실이라는 명확한 표시가 없이 일반 화장실 내에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게끔 안전바 등의 구조물을 설치한 칸이 장애인화장실이었습니다.
명확한 표시가 없었기 때문에 한동안 화장실을 찾지 못하고 그 주변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혹시나 싶은 마음에 사진에 나와있는 칸을 열었는데 위에 보이는 바와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문을 열고 닫는데 약간의 어려움을 겪을 정도로 공간이 넓지 않았는데, 제가 타고 있는 휠체어가
수동 휠체어 중에서도 그나마 조금 얇상한 형태였기 때문에 간신히 문을 잠글 수 있었지만 전동 휠체어나
좌우 폭이 넓은 수동 휠체어는 원활히 이용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또, 내부의 청결도 역시 그렇게 좋지 않았습니다. 사진에는 나와있지 않지만 바닥에는 물에 젖은 휴지들과
함께 쓰레기들이 돌아다녔고 보시는 바와 같이 변기는 커버가 부서져 있어서 당혹감을 줬습니다.
명확하게 확인을 하진 못했지만 왼쪽 사진에 적혀있는 메시지와 같이, 2층에 설치되어 있는
원래 사용되어 왔던 2층 장애인화장실은 어쩌면 1층 장애인화장실과 다르게 별도로 장애인화장실이
마련되어 있고 그 내부 또한 1층보다는 잘 관리되어 있지 않을까, 싶은 희망이 조금 섞인 의문이
들기도 했습니다.
화장실과 관람석까지는 거리가 조금 있는 편이었는데, 관람석으로 향하는 동안 화장실에서 마주한
그 안타까운 모습이 계속해서 떠오르며 첫인상의 점수가 조금씩 깎이기 시작했습니다.
휠체어석은 가변석에 설치되어 있었는데 여기서 가변석은 주로 종합운동장에서 볼 수 있는 관람석의 형태입니다. 앞서 언급드렸다시피 종합운동장은 육상트랙의 존재로 그라운드와 관중석 간의 거리가 멀어서
조금이라도 관중분들이 그라운드에서 가깝게 경기를 즐길 수 있게끔 가변석을 설치해 놓는데
안양종합운동장의 휠체어석 역시 그 가변석에 배치가 되어있었습니다.
비장애인 분들은 계단을 통해 가변석에 오르고, (지체) 장애인의 경우, 경사로를 따라서 가변석을 이용할 수
있었는데 그 경사로의 경사가 비교적 완만하여 오르고 내려가는데 크게 위험이 될만한 부분은 없었습니다.
휠체어석은 가변석 바닥에 표시가 되어있었습니다. 시간이 많이 지나서인지 흐릿하게 그려져 있었지만
옆에 동반인용 의자가 있는 것을 보고 해당 자리가 휠체어석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휠체어석에 주차를 하고 정면을 바라본 순간, 저는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휠체어석의 시야가 감옥과도 같았기 때문입니다. 휠체어석에서 정면으로 그라운드를 응시할 때
탁 트인 그라운드, 정신없이 굴러다니는 볼과 열정적으로 뛰어다니는 선수들을 마주할 수 있어야 하는데
눈앞의 창살은 정말 너무나도 아쉬웠습니다. 경기를 보는 90분 내내 집중할 수가 없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볼이 원정석 쪽으로 흘러가게 되면, 가변석의 배치 구조 상, 원정석 쪽은 전혀 볼 수 없는
구조였습니다. 볼이 원정석 쪽으로 흘러가게 되면 홈석 스크린을 통해 경기 상황을 볼 수 있었는데
그마저도 중간중간에 나올 뿐, 스크린은 대부분 FC안양을 향한 응원가의 가사로 채워졌습니다.
(물론 스크린에 FC안양의 응원가가 나오는 것은 당연한 것이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불만은 전혀 없었습니다.)
볼과 선수들이 시야 앞쪽으로 오게 되면 스크린에서 눈을 돌려 그제야 다시 그라운드를 바라보게 되는데
이때 다시 한번 눈앞의 창살에 막혀 한숨을 쉬게 됩니다.
경기를 보는 내내 차라리 그라운드와 거리가 멀더라도 2층에서 보는 것이 좀 더 경기에 집중하면서 볼 수
있지 않았을까, 싶은 큰 아쉬움이 들었습니다.
추측하기로는, 가변석에 경기장을 찾은 아이들이 그 앞을 이리저리 돌아다니기 때문에 안전상의 이유로
높은 안전망을 설치한 것일 수도 있고, 가변석 바로 밑이 감독과 코칭스태프, 그리고 선수들이 자리한
벤치기 때문에 팬과 선수 사이에 생길 수 있는 불미스러운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어느 정도 높이가 있는
구조물을 설치한 것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친구에게 휠체어석에서의 시야 사진을 보냈었는데 휠체어석이 무료인 이유가 있다며 씁쓸한 웃음을
남김과 동시에 창살 모양의 구조물 대신에 투명 아크릴 판을 설치하는 게 좋을 것 같다며 의견을
주기도 했습니다.
FC안양과 인천Utd의 K리그1 제5라운드 경기는
원정팀 인천의 해결사 무고사 선수의 골과 함께
1:0으로 끝이 났습니다.
인천이 결과를 챙기기는 했지만 내용적인 측면은
실망스러웠습니다.
오히려 경기력 자체는 패배한 안양이 조금 더 나았습니다. 안양의 경우, 팀의 주장 이창용 선수가
전반에 퇴장을 당했음에도 2~3차례 날카로운 역습을 보여줬습니다. 역습 과정 자체는 괜찮았지만
그것이 마무리로 이어지지 못했고 수적 열세 끝에
만들어진 혼전 상황에서 무고사의 마무리 능력에
실점을 내주면서 패배를 맞이하게 됐습니다.
아워네이션을 찾아준 관중의 수는 총 9,391명. 총 수용인원이 10,103명인 것을 생각하면 정말 많은 수의
관중이 경기장을 찾아줬습니다.
안양의 홈 측 서포터스 석이 휠체어석과 가까이 위치해 있었기 때문에 그들의 열정적인 응원을 정말 여실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창단식 당시, '*수카바티 안양'이라는 응원 콜을 처음으로 들었을 때, '응원의 의미는 괜찮은데 이게 많은 사람들에게 호응을 얻을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살짝 있었는데 실제로 열렬하게 외쳐지던 그 콜을 들으니 제가 괜한 걱정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정말 멋있었고, 날이 어두워지자 보라색 야광봉을 흔들며 응원하는 모습 또한 너무나도 예뻤습니다.
(*수카바티: 극락을 뜻하는 산스크리트어, 안양(安養)의 지명의 유래와도 맥을 같이 한다.)
오랫동안 축구를 기다리고 바라온 그 염원과 열기를 피부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안양의 에너지와 감동을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 느낄 수 있도록, 점진적이더라도
확실한 변화와 개선이 있기를 바랍니다.
Where's next?
쿠키
경기가 끝나고, 경기장을 나오는데
2층으로 가는 휠체어리프트가 보였습니다.
차라리 저 리프트를 타고 올라가서 봤다면
화장실도, 경기도 별문제 없이 볼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아쉬움이 들었습니다.
저 리프트가 현재도 운행 중인지는
확인을 하지 못했는데
1층 장애인 화장실과 휠체어석의 시야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다면 저 문을 다시 한번
여는 것이 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쿠키 2
이번에 안양종합운동장을 방문할 때, 경기도광역이동지원시스템 이른바, 장애인콜택시를 이용하는 바람에
장애인주차구역에 대한 확인이 소홀했습니다.. 힘들게 경기를 보는데 진이 빠져서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경기장을 나오면서 몇 가지 사진을 촬영했고 위와 같다.
게이트마다 한 대 정도가 주차할 수 있는 장애인용 주차구역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설마 저 게이트에
잘랑 하나 있는 건 아니겠지..)
그 옆엔 적지 않은 대수를 수용 가능한 임시주차장도 확인할 수 있었는데 아쉽게도
내부에 장애인용 주차장이 있는지는 확인할 수 없었다.
다음에 비슷한 환경을 방문할 때는 좀 더 신중하게
환경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